萍 - 저장소 ㅁ ~ ㅇ/王의 병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선조-귀가 안들려요

浮萍草 2014. 5. 20. 20:46
    전에 군대 있을 때의 이야기다. 새로 들어온 후임병 한 명이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고참들에게 야단을 자주 맞았었다. 그래서 질병 때문에 그런 것이니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두둔을 해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재미난 소식을 들었다. 그 후임병이 시간이 흘러 고참이 된 순간부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귀가 좋아져서 이제는 잘 들린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처럼 귀가 잘 들리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본인 스스로의 얘기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래서 치료도 쉽지 않은 편이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경우에,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상황이기에 정사를 잘 보지 못하게 되거나 아예 왕위를 물려주는 이유로 제시되는 경우까지도 종종 있었다. 실제 명종 22년 6월 24일의‘왕조실록’기록을 보면“상열(上熱)이 아직 남아 있어 간혹 귀가 어두울 때가 있어”중국에서 온 사신을 제대로 접대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며 중종 39년 11월 14일의‘왕조실록’기록을 보면 노열(勞熱)과 심열(心熱)로 병세가 위중해 세자에게 왕위를 넘기려고 하는데 자신이 “귀까지 어두워 잘 듣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시대 왕 중에서 귀가 안 들려 고생한 대표적인 임금은 역시 선조다. 선조 29년 5월 11일의‘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이 어의들을 불러 침을 놓게 하면서 이르기를,“왼쪽 귀가 심하게 울리고 들리지도 않으므로 침을 맞지 않으면 낫지 않을 듯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침 치료가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 병세는 점점 악화돼 8월 29일에는“이제는 양쪽 귀가 완전히 먹었고 두 눈이 모두 어두워져 지척의 사이에서도 사람 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고 몇 줄의 글도 자획(字劃)을 분별할 수 없게 되었다”고 호소한다. 즉 3개월 동안에 두 눈과 두 귀의 상태가 모두 나빠졌음을 얘기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선조 31년 9월 22일의 ‘왕조실록’에는“요사이 상심(傷心)이 쌓일 대로 쌓여 밤낮으로 가슴이 아파 밥알이 내려가지 않는가 하면 안질(眼疾)이 더욱 중하여 지척을 분별하지 못하고 두 귀가 막혀 남의 말을 분간하지 못한다. 허리 아래가 저리고 축축하여 한 걸음도 스스로 옮기지 못하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벽에 기대어 아침에 이르며 낮이면 피곤해 술 취한 것과 같다”는 기록이 나온다. 즉 귀 증상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장애와 눈 증상 그리고 허리,다리에도 심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경우를 크게 세 가지로 얘기하였는데,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분노가 원인이 경우가 많은데 주로 여성들에게 나타난다고 했으며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과도한 성생활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주로 남성들에게 나타난다고 했다. 또한 좌우가 모두 들리지 않는 것은 기름지고 좋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해 나타난다고 했는데 주로 비만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나 비뇨생식 계통의 약화 그리고 습담(濕痰) 등이 병의 원인이 된다고 본 것인데, 선조의 증상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물론 심하지 않을 때에는 침구치료나 경추교정만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이렇게 증상이 오래됐거나 병의 원인이 귀나 경추에 있지 않을 때에는 원인에 맞게 한약 처방을 사용해야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Munhwa ☜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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