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12 다이빙벨이 첨단장비?...2500년전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안한 장비

浮萍草 2014. 5. 13. 11:28
    잠수사의 목숨을 위협하는 잠수병
    몰한 세월호에 갇힌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기꺼이 바다에 뛰어들었던 민간 잠수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30여 년의 잠수 경력을 가진 잠수사가 24미터의 깊이에서 불과 10여분 만에 숨을 쉴 수 없게 된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숨진 잠수사의 뇌에서 많은 기포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명적인 잠수병인 ‘기뇌증’(기체 색전증)의 증세가 확인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하루 빨리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해야 하는 잠수사들의 안전도 지켜줘야만 한다.
    ▲ 선박에서 공급해주는 압축공기를 이용하는 ‘머구리’ 잠수사

    ㆍ충분한 양의 산소 공급이 필수
    아득한 옛날 바다에서 거친 육지로 올라온 육상 생물인 인간은 더 이상 물속에서의 삶에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숙련된 해녀의 경우에도 바다 속에서 1분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물속에서 긴 시간 동안 머물면서 활동하려면 잠수사에게 충분한 양의 공기를 공급해주는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잠수사들이 등에 메고 사용하는 ‘공기통’이 바로 그런 장비다. 78%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구성된 공기를 200기압 정도로 압축해서 사용한다. 공기통을 이용해서 물속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수심과 잠수사의 활동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공기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금속으로 만든 투구나 마스크 형태로 개량한 호흡 장비를 착용한 잠수사에게 물 위에 떠있는 선박에서 고압의 압축 공기를 공급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표면공급식 장비를 사용하는 ‘머구리’ 잠수사들은 더 깊은 곳에서 더 오랫동안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잠수사와 선박의 공기 압축 장치를 연결해주는 연결 호스에 문제가 생기면 잠수사의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압축 공기의 공급이 끊어지기도 하고, 잠수사의 피부가 연결 호스로 빨려 들어가는 끔찍한 압착(壓搾)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ㆍ체온 유지와 조류(潮流) 극복도 어려운 일
    잠수사에게 중요한 것은 산소 공급만이 아니다. 맹골수도처럼 수온인 낮은 바다에서는 잠수사의 체온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섭씨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항온(恒溫) 동물이다. 그래서 체온이 2도만 올라가거나 떨어지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워지고 자칫하면 생명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뽐내는 우리 인간이 사실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쉽게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연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우리가 옷을 입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체온 유지를 위한 노력의 결과다. 잠수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열(斷熱)이 되는 두꺼운 고무로 만든 잠수복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거센 물결도 잠수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다. 초속 3~4미터의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물속에서의 거센 조류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물은 공기보다 1,300배나 무겁기 때문이다. 중국 서부의 사막 지대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이나 미국 대평원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에 버금갈 정도의 엄청난 광풍 속에서 잠수사가 몸을 가누고 원하는 작업을 하려면 엄청난 훈련과 체력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 저체온증과 물살을 이겨내야 하는 잠수사.

    ㆍ심해 잠수를 어렵게 만드는 잠수병
    잠수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그 뿐이 아니다. 잠수사는 물속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높은 압력도 견뎌야 한다. 공기보다 무거운 물속에서는 10미터를 내려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높아진다. 대기에 의한 압력까지 고려하면 수심 30미터에서 작업하는 잠수사는 4기압의 압력을 견뎌야만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몸이 높은 압력에 의해 짓눌려버리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심 1만 미터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생물체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해(深海)에서 잠수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호흡하는 공기 중에 들어있는 질소다.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낮은 질소는 보통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지도 않고 극미량이 흡수되더라도 생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압력이 높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질소가 세포 속으로 스며들면서 고약한 ‘질소 마취’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수심 10미터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더 깊은 곳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행동 마비가 일어나고 심한 어지러움이나 환각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수심이 깊어지거나, 잠수 시간이 길어지면 증세가 더욱 심각해지고 자칫하면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 기뇌증 환자의 뇌에 생긴 기포

    질소 마취 증상은 잠수사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같은 잠수사의 경우에도 잠수할 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더욱이 잠수사들이 스스로 질소 마취 증상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훈련을 통해 질소 마취에 적응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고 한다. 30미터 이하의 수심에서 30분 이상 머무르면 잠수사의 생명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질소를 제거한 순수한 산소를 사용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압축된 산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ㆍ감압병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심해에서 작업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가는 과정도 위험하다. 수면으로 너무 빨리 올라오게 되면 몸에 작용하는 압력이 빠르게 줄어들게 되면서 심각한 ‘감압병’(減壓病)이 나타나게 된다. 피부가 간지럽거나 염증이 생기는 정도의 가벼운 경우도 나타나지만, 관절과 가슴 통증,어지러움, 마른 기침,구토,무기력증,다리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세포 속에 녹아있던 질소가 혈액으로 녹아나오면서 기포(氣泡)가 만들어지게 된다. 뇌와 같은 주요 장기의 혈관에 질소 기포가 만들어지면 생명을 위협하는‘기체 색전증’(기뇌증)이 나타나게 된다. 잠수사들은 감압병을 피하기 위해 수면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1분에 9미터 이하의 속도로 올라오도록 훈련을 받는다.
    ▲ 잠수병 치료에 사용되는 챔버.

    잠수병이나 감압병을 치료하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챔버에서 의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고압의 산소를 호흡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고작이다. 비록 비교적 얕은 곳에서 작업을 하지만 잠수 횟수가 많은 해녀들은 대부분 만성적인 감압병에 시달리게 된다. 잠수병이나 감압병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세월호 수습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 중 20여 명이 잠수병과 감압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ㆍ잠수병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이빙벨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사업을 ‘입증’할 기회로 여겼다는 얼빠진 사기꾼이 강조하던 ‘다이빙벨’(잠수종)이 실패한 것은 설치와 운영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아래쪽이 열려있는 단순한 구조의 다이빙벨을 이용하는 잠수사도 차가운 바닷물과 높은 압력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온이 10도 정도로 차가운 바다 속 30미터 이하에서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장비라는 뜻이다. 더욱이 다이빙벨이 첨단 장비라는 주장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다이빙벨은 무려 2,500년 전 잠수에 관심이 많았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고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알렉산더 대왕도 지중해 탐사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 진 오래된 장비다. 지금처럼 외부에서 공기를 불어넣는 다이빙벨은 17세기부터 등장했던 것이다. 다이빙벨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장비가 아니라 수온이 충분히 높고 얕은 수심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전통 잠수 장비인 셈이다.
    ▲ 알렉산더 대왕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다이빙벨


    Premium Chosun ☜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