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14〉 대만 ⑥

浮萍草 2014. 4. 21. 23:28
    중생과 함께 해온 불교음악
    만의 사찰에 머무는 동안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스님들의 염불소리를 함께 흥얼거리곤 했다. 
    부르기 쉬운 가락이라서 따라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염불소리는 검박한 가락으로 장엄한 종교음악의 감동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만큼 일반인들이 따라 부르기 힘들다. 
    이에 비해 대만불교의 염불소리는 누구든 몇 번만 들으면 쉽게 익힐 수 있어 대중과 친연성이 크다.
    염불소리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특성은 불교의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산재(靈山齋)ㆍ수륙재(水陸齋)와 같은 의식을 치를 때면 전문적인 기량을 지닌 스님들이 범패와 작법을 맡지만,대만에서는 의식전문승려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예술 영역이 발달하지 않은 반면 의식의 전 과정에 대중이 참여하는 비중이 높다. 함께 합창하거나 스님이 운을 떼면 대중이 뒤를 이어 주고받는 식으로 
    대구를 이루며 의식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의식은 엄숙하고 정적인 성격을 띤다. 
    마당에서 열린 구조로 대형법회를 치르는 데 익숙한 우리는 대만불교의 의식이 낯설지만 자칫 관람객으로 남을 수 있는 처지에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 온전히 
    의식에 몰입할 수 있다. 
    중생에 초점을 맞춘 대만불교의 일관된 특성이다.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재에 동참해보면, 스님의 염불로만 이끌어갈 때보다 대중이 함께 독경하고 염불할 때 활력은 물론 집중도도 높아진다.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체험이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은 불교의례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스님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긴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참여를 통해 의례목적을 수행한다’는 종교의례 특유의 목적의식이 높아지고 낭독의 즐거움
    도 누릴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윤소희 선생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에서 수륙재 의식예행연습을 할 때 지옥중생을 구제하는 염구의식에서는 노래를 듣고 영가들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벽에다 ‘연습’
    이라는 글귀를 붙여놓는다고 한다. 
    의식에 임하는 대만스님들의 진중함은“수륙재를 잘못 설행하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그들의 담론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런가하면 십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대만에서 주최하는 세계불교음악 경연대회인 ‘인간음연(人間音緣)’에 나갈 예선전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이 대회는 불광산사 성운스님의 법어를 가사로 삼아서 세계인의 창작 작곡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아시아는 물론 유럽ㆍ미주 등 수십 개국에서 음악전문가는 물론 
    악보도 쓸 줄 모르는 일반인까지 참여하고 있다.
    드럼과 기타반주로 된 경쾌하고 신나는 찬불가에서부터 자기나라의 전통악기와 리듬에 맞춘 민요조의 찬불가에 이르기까지 세계인의 언어와 리듬으로 된 불교음악
    축제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회의 취지는 명료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으로 들으려면 몇 시간이 걸리지만 음악으로 들으면 몇 분 만에 감동과 여운을 남길 수 있기에 새로운 찬불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나간다. 
    그 노래를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그들의 정서를 담음으로써 세계인의 삶 속에 불음(佛音)이 퍼져나가지 않겠는가.
    
    불교신문 Vol ☜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