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탈북 한의사의 고려의학 이야기

<8> 北 무상치료제의 실상

浮萍草 2014. 4. 14. 10:09
    4월은 북한에서 ‘인민보건법’이 채택된 달이다. 
    1980년 4월에 제정된 이 법은 해방 후부터 북한의 보건정책과 보건의료 분야의 관리 및 운영지침으로 사용되던 정부의 여러 결정들을 보완한 것이다. 
    법과 규정,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더 많은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며 무상치료,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법만 놓고 본다면 아주 이상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료현실은 이와 무관하다. 
    오늘은 북한이 그토록 소리 높여 자랑하는 무상치료제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북한은 1945년 해방 직후 첫 임시정부 정강발표에서 무상치료 실시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1953년 1월 1일부터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무상치료를 시작했다. 
    1960년대 초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아픈 사람은 누구나 돈을 지불하지 않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의 진찰, 처방뿐만 아니라 수술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무상치료였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의료체제는 북한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북한이 그토록 비판하던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자본주의 의료 환경 속에 자신들이 서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가 오면서 재정이 바닥나자 정부는 외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없게 됐고 북한 내 제약공장도 가동을 멈춰버렸다. ‘
    정성’이라고 쓰인 배지를 가슴에 달고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던 의사들도 더 이상 의료인의 본분을 다할 수 없게 됐다. 
    해열제나 소독약 같은 응급 의약품도 부족한 현실은 환자 앞에 선 의사들을 부끄럽게 했다. 
    병원에는 약이 없고 환자들은 병원이 아닌 거리로, 시장으로 내몰리게 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진단을 위해 내원한 뒤 비싼 돈을 내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약을 샀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의사들은 생활전선에 뛰어들거나 집을 찾은 환자를 봐주며 생활비를 스스로 벌었다. 
    북한식 사회주의 제도의 상징인 ‘무상치료’는 이제 없다. 
    당장 치료 때문에 고통받는 북한의 환자들을 생각할 때 의사 입장에서 지금의 북한 현실은 너무나도 미안하고 안쓰럽다. 
    
    Seoul ☜       김지은 탈북 한의사 진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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