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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셰프(레스토랑 주인 겸 주방장),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職業

浮萍草 2014. 4. 12. 06:30
    최고 맛 내려 高級 재료·식기 써… 수익·평점 걱정에 우울증·자살
    '스타'의 현실 화려하지 않은데 大기업 취업 대신 창업하는 건
    독특한 맛 추구할 독립성 때문… 野性 있어야 味覺 창조하는 것
    주 요리사 벤 슈리(Shewry)를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음식 관련 행사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가 "음식 팔아서 남는 수익이 3%에 불과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가 오너셰프(주인 겸 주방장)로 있는 호주 멜버른의 '애티카(Attica)'는 요즘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이곳 음식이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식재료부터 남다르다. 
    그는 매일 이른 새벽 요리사들을 끌고 식당 주변 공원이나 철로변 바닷가로 가서 거기 자라는 풀과 해초를 채집해다가 요리에 사용한다. 
    자신의 성에 차는 채소를 확보하기 위해 식당 뒤 주차장을 텃밭으로 개조해 농사를 짓기도 한다. 
    권위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당연히 별 셋을 얻었고, 최근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1위에 오르는 동시에 '호주 최고의 식당'에 
    뽑혔다. 
    5코스 식사가 1인당 12만원이 넘지만 3개월 전 예약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전 세계 미식가들의 예약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그가 떼돈을 벌고 있을 줄 알았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식재료에 아낌없이 돈을 씁니다. 
    요리 가격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입니다." 
    외식업계에는 식재료 비중이 30%를 넘으면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40%라니, 망하지 않는 게 용하다. 
    그는 "파산과 현상유지의 미묘한 경계 선상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 있다"고 했다.
    더 놀란 건 그가 얼마 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식당을 열고 한동안 손님이 없었어요.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받기 전까지 손님이 한 분도 찾지 않는 날도 많았지요. 
    현재 주방과 서빙 스태프가 27명인데 저를 포함해 4명으로 줄여야 할 정도로 어려웠지요. 
    그랬더니 불안과 우울이 찾아오더군요."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요리사가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자기 식당을 운영하는 오너셰프는 선망의 대상이다. 신문과 잡지, TV에 자주 등장하며 연예인 버금가는 유명세를 탄 오너셰프도 탄생했다. 하지만 실제 오너셰프의 삶은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건 음식을 진정 사랑하는 진지한 요리사일수록 더하다. 일단 오너셰프는 떼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슈리처럼 손님이 없어서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가거나 아예 완전히 파산하는 오너셰프도 상당수다. 몇 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던 스페인 '엘 불리 (El Bulli)'의 오너셰프 페란 아드리아(Adria)는"음식 연구·교육기관으로 변신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레스토랑의 적자가 너무 심해 문을 닫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슐랭 가이드 스타(별)가 반드시 오너셰프에게 금전적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 중 하나로 서울에도 지점을 낸 피에르 가니에르(Gagnaire)는 1986년 별 둘 1993년 별 셋을 받았음에도 1996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이후 파리에 다시 레스토랑을 열어서 별 셋을 되찾으며 간신히 재기했다. 최고의 맛을 위해서는 값비싼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 극진하고 여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추려면 포크·나이프·접시·테이블·의자도 최고급이라야 한다. 오너셰프는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슈리처럼 우울증뿐 아니라 자살 위험에도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별 셋에서 별 둘로 강등될 것이라는 루머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라 코트 도르(La Cote d'Or)'의 오너셰프 베르나르 루아조 (Loiseau)가 목숨을 끊었다. 루아조는 식당을 확장하기 위해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대출했다. 평점이 하락하면 매출이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하게 될까 봐 괴로워하다가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가 자살하고 나흘 뒤 공개된 미슐랭 가이드에서 그의 레스토랑은 별 셋 그대로였으니 가족·친지와 그를 아끼던 단골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그러니 요리사로서 안락한 삶을 원한다면 대기업 계열의 외식사업체나 대형 외식기업에 취직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도 젊고 야심 찬 요리사들은 오너셰프를 꿈꾼다. 왜일까. 우울증 치료 경험을 털어놓은 뒤 벤 슈리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원하는 요리를 원하는 대로 추구할 수 있는 자유와 독립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식당에 취직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나만의 독특한 음식세계를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또 참으면서 오너셰프로서의 삶을 견뎌내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며 오너셰프는 배고프지만 야성(野性)을 잃지 않은 맹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맹수가 거대한 사냥감을 포획하듯 헝그리 정신을 잃지 않은 오너셰프라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맛을 창조할 수 있다. 더 많은 '주방의 야수(野獸)'들이 레스토랑 업계에 나타나면 좋겠다.
    Premium Chosun ☜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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