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다큐멘터리 진행자 맡아
 |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가 호스트한 TV 다큐멘터리‘코스모스’는 1980년대에 60여 개국에서 방송돼
7억 5천만 명이 시청했다.
이 전설적인 다큐멘터리는 세이건 박사를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로 만들어줬다.
세이건 박사는 단순히 천문학을 대중에게 잘 설명한 과학자가 아니다.
우주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깊은 성찰이 밑에서 받쳐줬기 때문에‘코스모스’라는 빙산이 물 위에 떠올랐던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SF ‘콘택트(Contact)’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세이건 박사는 잘 생긴 외모에 센스까지 넘쳤다.
주로 노란 계통의 상의를 입고 다녀서 ‘옐로우 칼(Yellow Carl)’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우선 제목 ‘코스모스’가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영어의 세 단어‘스페이스(space)’,‘유니버스(universe)’,‘코스모스(cosmos)’는 우리말로는 똑같이 ‘우주’
라고 번역돼 자주 혼동을 일으킨다.
스페이스는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주 탐험, 우주 특파원, 우주 전쟁… 등은 각각 space exploration, space reporter, space war
… 등으로 번역돼야 한다.
유니버스는 별·은하·우주로 채워진,천문학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우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즉 어떤 책의 제목이 유니버스라면 그 책은 천문학 교과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인간의 요구사항이 추가된 주관적 우주를 말한다.
즉 ‘유니버스 + 알파’인 셈이다.
따라서 제목 ‘코스모스’는 유니버스를 기본으로 많은 재미있는 얘기들을 추가해 들려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 ‘코스모스’가 화려하게 ‘시즌 2’로 부활했다.
그 동안 발전한 영상기술,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기법이 총동원돼 시청자들에게 훨씬 화려해진
우주를 13부작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제작을 총괄한 앤 드루얀(Ann Druyan)은 세이건 박사의 부인이고 제작비만 450억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명품 다큐멘터리를 우리나라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National Geographic Channel)을 통해
3월 15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볼 수 있다.
이미 방송된 첫 회를 보고 언론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새 ‘코스모스’의 호스트는 닐 타이슨(Neil Tyson)이라는 흑인 천문학자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기절할 뻔했다.
닐은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나와 2년간 같은 방을 쓴 동료 대학원생이었던 것이다! 참 세상은 정말 좁다.
 | ▲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새 진행자 닐 타이슨. |
닐은 사무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켜야 집중이 잘 된다고 늘 주장했다.
당시 그와 같은 방을 쓰려면 누구나 스탠드부터 하나 새로 사야 했다.
닐의 주장에 이끌려서 나도 따라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 방은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었다.
닐은 원래 설명을 잘 했다. 한번은 같은 조교 입장에서 닐이 학생들에게 별자리를 소개하는 장소에 간 적 갔었다.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닐은 학생들을 가지고 놀았고 학생들도 좋아서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런 닐이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천체투영실에 자리를 잡았으니 날개를 단 격이었다.
이후 ‘오리진(Origin)’,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교향곡(Death by Black Hole)’ 등의 저서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돼 닐은 점점 더 유명해졌다.
닐은 인간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으리라 짐작된다.
당시 미국천문학회를 가면 3000~4000 명의 천문학자가 모였는데 흑인은 두세 명 눈에 띄었다.
닐은 나한테 늘 ‘Seok Jae, You have your own country to go back, but I don't’ 같이 말하곤 했다.
내가 먼저 졸업하면서 헤어져 연락이 끊어졌었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을 들으니 정말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도 옛날 백인이었던 세이건 박사 자리에 닐이 서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미국은 역시 기회의 나라라는 사실도 실감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 ‘코스모스’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직접 축사를 한 것도 정말 부러웠다.
“우리는 언제나 더 큰 꿈을 꾸고 더 멀리 나아가는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비롯된 탐구정신입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가 느꼈던 가능성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탐험해야 할 새로운 세계가 있고 우리는 이에 열정을 바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계는 없습니다. 눈을 뜨고 상상력을 펼치십시오.
위대한 발견의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입니다.”
 | ▲ 지난달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코스모스' 제작진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은 과학자 빌 나이,오른쪽은 진행자 닐 타이슨이다.닐 타이슨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
☞ Premium Chosun ☜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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