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9〉 대만 ①

浮萍草 2014. 3. 10. 09:05
    유쾌한 출가자, 비구니 스님
    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에게서‘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수녀가 된 줄리 앤드류스를 보았다. 
    멀리서온 동학을 만나 뛸 뜻이 기뻐하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그리던 스님 시장을 안내하며 상인처럼 물건을 재밌게 설명해주어 웃음을 터트리게 하던 스님,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다며 통을 돌려 사경(寫經) 글귀가 나오도록 한 룰렛기구를 즐겁게 자랑하던 스님….
    이렇듯 밝고 유쾌하지만 불전에서 소임을 맡아볼 때는 한없이 진지하다. 
    한두 명이든 수백 명이든 그 앞에서 맑고 진지한 눈으로 당당하게 불법을 전하는 젊은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처님 법을 따라 수행하는 일이 참 신나는 일이구나’ 하고 느꼈다.
    남방불교와 대승불교는 서로 다른 차이를 지닌 채 불교역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때로 어느 한쪽의 미덕이 부각되기도 한다. 
    비구와 비구니, 출자자와 재가자의 차별이 없는 대만불교에서 대승불교의 놀라운 미덕을 체험하고 배웠다. 
    대만의 3만 승려 가운데 비구니가 75%를 차지할뿐더러, 비구ㆍ비구니의 구분 없이 저자거리로 나아가 재가불자들과 손을 맞잡고 중생을 위한 대승불교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 출가전통을 주제로 부탄에서 열린 학술대회 때 티베트의 텐진 빠모 비구니 스님은 다음과 같은 기조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출가자와 재가자의 네 집단으로 이루어진 불교계에서 여성 출가자의 지위만 낮다면 어찌 탁자가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사부대중(四部大衆)으로 승가공동체를 말씀하실 때의 참뜻도 바로 네 개의 튼튼하고 흔들림 없는 다리로 불법을 지켜나가라는 것이리라.
    차별받던 세계여성의 인권은 높아진 지 오래건만 여전히 남방불교의 여성출가자들은 구족계를 받지 못한 채 사미니에 머물고 있다. 
    불교가 국민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불교국가이기에 종교적 여성차별이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또한 지속되고 있다. 
    과연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차별받아야 한다는 것이 불법의 한 조각에라도 해당하는 일일까.
    초기불교가 놓인 역사적 환경과 단순 명확한 진리를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남방불교는 부처님 당시의 불교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근원적인 인간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다. 
    이에 비하면 대만 여성출가자의 위상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음이 분명하다. 
    불경스럽지만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에게서 ‘사랑받는 이가 밝고 당당하다’는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1만 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불광산사(佛光山寺)의 광장에는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18나한을 모셨는데 이 가운데 세 분은 여성나한이다. 
    ‘중생평등과 양성평등은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성운(星雲) 큰스님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은 인정받고 존중받으면서 하화중생을 위한 불심과 능력이 더욱 깊어져간다. 
    네 다리가 더없이 튼튼하며 위대하고 입지전적인 여러 개산조(開山祖)의 가르침이 생명력을 지닌 채 뻗어가는 대만불교. 어쩌면 대만불교는 지금까지 이루어온 기적
    보다 더욱 놀라운 미래를 펼쳐보일지 모를 일이다.
    
    ☞ 불교신문 Vol 2991 ☜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