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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치올림픽에서 인체공학적으로 최악인 종목에 출전한 한국 선수 2명은 누구?

浮萍草 2014. 3. 9. 06:00
    바이애슬론 경기 중 사격하는 모습./조인원 기자
    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풀 코스를 뛰면서 어깨에 3kg이 넘는 소총을 메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에게 총을 들고 하프 마라톤을 뛰면서 사격도 하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게 뻔하다. 아마도 황영조나 진종오 선수는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은퇴를 하겠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그런 말도 안되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8~9일 13~14일 한국의 이인복,문지희 선수가 참가하는 바이애슬론이다. 바이애슬론이란 둘(bi)과 스포츠(athlon)이 결합한 단어로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합쳐진 종목이다. 그런데 이 조합은 인체 공학적으로 보면 ‘최악의 조합’이다. 가장 격렬한 운동과 가장 정적인 운동이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육상에 비교하면 마라톤과 비슷하다. 스키 활강 종목은 높은 곳에서 낮은 지점으로 빠른 시간 안에 들어오는 능력을 측정하는 반면 크로스컨트리는 산과 들을 지나면서 걷고 타면서 최단 시간 안에 일정한 거리를 주파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에게 강철같은 체력과 심폐지구력은 필수다. 평지 또는 오르막 눈밭을 스키 폴을 짚으며 박차고 나가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지켜보는 사람들이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힘들어 보인다. 평소 이 선수들의 운동량은 마라토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나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가장 격렬한 스포츠의 하나로 꼽힌다. 반면 사격은 정적인 스포츠 종목의 대표이다. 고요한 장소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대담성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정밀하게 표적을 조준한다. 따라서 사격 선수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심장박동이 일정하게 뛰게 하는 능력이다. ‘더블 타겟’이라는 미국 영화를 보면 저격수 출신 주인공이 파트너인 FBI요원에게 사격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다. 가늠자를 통해 목표물을 보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적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얘기한다. 갑자기 표적 주변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당황하는 파트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고 나무란다. 사격하는 사람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 정확하게 표적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ㆍ심장이 쿵쾅거리는 상황에서 사격이 가능할까?
    바이애슬론 경기 모습./조선일보DB

    바이애슬론 20km 개인전을 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면서 4,8,12,16km 지점에서 5발씩 총 20발을 서서쏴와 엎드려쏴로 50m 지점의 표적에 사격해야 한다. 어깨에 메고 가다가 사격하는 소총의 무게는 3.5kg로 한국군 보병의 주력 소총(3.26kg)보다 무겁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4km쯤 가면 심장 박동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50회를 넘길 것이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호흡이 가빠서 보통 사람들이라면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상태가 된다. 이런 조건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을 하라고 하면 과연 표적을 맞출 수 있을까? 그래서 이인복, 문지희 선수와 같은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됐을까? 수술장에서 가끔 황당한 일을 겪는다. 전신 마취를 할 때는 환자의 심장박동, 혈압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체크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성인의 심박수는 분당 60~80회 정도인데, 수술 시에는 55~100회 정도로 장비를 세팅해준다. 만약 수술 중 심장박동 수가 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기계에서 ‘삐~~~’하는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그런데 갑자기 심박수가 40 이하로 내려가 경보음이 울릴 때가 가끔 있다. 놀라서 환자 상태를 확인해보아도 이상이 없다. 안심하고 환자 정보를 살펴보니 마라톤 선수다. 전문 운동선수들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왜 그럴까? 운동선수들이 장기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해온 덕분에 심장이 튼튼해져서 의학적으로 보면 심박수가 너무 적은 서맥(徐脈)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ㆍ바이애슬론 이인복, 문지희 선수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같은 연령대에서 심장이 강인할수록 심박수는 적다. 심장이 튼튼해서 한번만 뛰어도 다른 사람들이 두 번 뛸 때만큼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강력한 혈액 펌프를 달고 다니는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이지만, 대부분은 오랫동안 운동해온 덕분이다. 그런데 운동은 제대로 하지 않고도 이런 능력을 갖추려고 헛된 꿈을 꾸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금지약물의 유혹이다. 심장을 활발하게 뛰게 하는 것이 교감신경 심장박동을 억제해 차분하게 해주는 것이 부교감신경이다. 만약 사격 선수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심박수를 줄여주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지약물 중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는 게 있다. 근육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만약 육상이나 역도, 야구 등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는 운동선수가 이 약물을 복용하면 엄청난 파워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질 수 있다. 팔과 다리를 단련하면 근육이 커지고 힘도 더 강해진다. 하지만 심장근육은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더 커지거나 두꺼워지지 않는다. 그 대신 근육에서 힘을 내는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이 높아진다. 만약 심장근육이 두꺼워지면 ‘비후성심근증’이라고 해서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비후성심근증은 사망률이 무척 높다. 운동 선수들 중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꽤 있다. 그래서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하고 있다. 단시일 내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바이애슬론에서 메달권에 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이애슬론의 발상지인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선수들에 비해 아직은 근력,심폐지구력 등 체격 조건이 달리기 때문이다. 동계 스포츠 불모지였던 한국이 동계 올림픽에서 강국으로 도약했듯이 꾸준히 체력을 증강하고 기술을 익힌다면 ‘가장 힘든 조합으로 된 종목’이라는 바이애슬론 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초석을 놓고 있는 이인복, 문지희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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