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퍼스트 펭귄

4 고대우 한국항공우주산업 팀장

浮萍草 2014. 3. 3. 11:32
    메이드 인 코리아 1호 민항기, 이 손이 만들었소이다
    미 연방항공청 깐깐한 평가 통과 지난해 국가공인 제작인증 받아 군용 KT-1, 초음속 T-50 개발도 "손해보며 팔아도 인지도 높여야"
    지난달 28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나라온(KC-100)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고대우 KAI 팀장은 국내 최초 민항기 개발
    을 지휘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는 제작 경험과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향후 나라온의 다양한 파생 모델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인승 경비행기 나라온은 지난해 말 국가공인을 받은 대한민국 1호 민항기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
    생겼다. 국산 4인승 경비행기 ‘나라온’(KC-100)의 첫인상이다. 유선형의 매끈한 몸체에 흰색의 유광 도료를 입고 늠름하게 서 있는 나라온을 지난달 28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만났다. 나라온은 수출을 목적으로 국제 규격에 맞게 만들어져 지난 연말 최초로 국가 공인 제작인증을 받은 항공기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1호 민항기다. 품질은 외모보다 더 뛰어나다. 315마력의 터보차저 엔진이 프로펠러를 돌려 비행하는 형태로 최대 이륙중량은 1633㎏ 최고고도 2만5000피트(7260m), 최고속도 시속 363㎞ 최대항속거리 1850㎞다. 모든 측면에서 경쟁사인 미국 시러스 SR-22나 세스나 4000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SR-22가 단 한 대 있는데 그걸 빌려서 비교시승을 많이 해봤습니다. 나라온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하더군요.” 지난 연말까지 민항기체계팀장으로 일하면서 나라온 제작을 진두지휘한 KAI의 고대우(56) KFX형상개발팀장은 역사적인 기체를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고 팀장은 우리나라 항공기 개발사의 산증인이다. 항공대와 KAIST에서 항공기계학과 항공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7년 KAI(당시 삼성항공)에 입사하자마자 한국 최초의 군용훈련기 KT-1 개발을 담당했다. KT-1의 시제기(시험용 항공기) 1, 2호기는 모두 그가 만든 것이다. 한국 항공기술의 집결체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초음속기 T-50 개발도 그의 몫이었다. T-50의 첫 시제기 넉 대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노련한 그에게도 민항기 제작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2011년 현재 세계 항공우주산업 규모는 4600억 달러로 반도체(3000억 달러) 조선(1500억 달러) 산업을 압도하고 있다. 항공산업 중에서도 민항기 부문은 비중이 87%에 이른다. 수많은 부품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 고용 효과도 크며 최첨단 기술이 총집결된 산업으로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 역시 엄청나다. 특히 나라온 같은 4인승 경비행기는 조종사 훈련용이나 자가용·레저용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한 해에 3000여 대 정도 팔려나간다. 2020년까지 생산 200억 달러 수출 1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7위권 항공산업 국가로 도약한다는 정부의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도 이런 점을 고려해 도출된 것이다. 그 첫걸음이 나라온의 제작이었고 고 팀장이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구호만으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고 팀장의 앞길에는 뒤따라 밟고 갈 수 있는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나라온
    “군용기는 구매자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서 결과물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민항기는 다릅니다. 법률로 규정돼 있는 수많은 안전 규정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민항기를 처음 만들어보기 때문에 어떤 형식과 절차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죠.” 고 팀장은 동료들과 함께 2008년 7월부터 두 달 동안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에서 민항기 제작에 필요한 절차와 인증 절차 등을 공부한 뒤 귀국해 곧바로 개발팀을 구성했다. 그러고는 일단 만들기 시작했다. ‘형상 100’이라는 이름의 첫 시제품은 현재의 나라온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시제품은 형상 200·300·301·302·400 등의 이름을 달고 계속 바뀌어나갔다. 그때마다 동체와 꼬리날개가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무수히 반복했고 출입문도 앞뒤 개폐 형태에서 위아래 개폐 형태로 변경됐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엔진·연료·소재·디자인 등을 결정할 때마다 양산업체들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과 시행착오, 고통이 수반됐다. 어려운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나라온은 수출을 염두에 둔 비행기라 미국과의 상호항공안전협정(BASA) 체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BASA는 한 제품이 한쪽의 국내 기준을 충족하면 다른 쪽 국가에서도 추가 검증 작업 없이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과의 BASA가 체결되면 미국은 물론 미국의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수많은 나라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그렇다 보니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계자들이 모든 과정을 일일이 점검했다. 고 팀장은“개발 기간 동안 총 22건에 달하는 FAA의 기술평가를 수행했다”며“그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우리는 그때마다 설계를 재검토하느라 머리를 싸매야 했다” 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2011년 2월 첫 시제기가 만들어졌고 지상시험이 시작됐다. 엔진,전기,조명,비행제어 조종 계통,온도 조절,제빙시스템 작동 시험 등 총 23건에 달하는 항목을 지상에서 시험했다. 고 팀장은 “비행을 제외한 모든 것을 시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행시험은 마지막 관문인 동시에 최대 난관이기도 했다. 3년 이상 공들여 만든 비행기가 최종 비행 단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악몽이었다. 악몽이 현실화할 뻔한 적도 있었다. 실속 현상(스톨)이 발생했을 경우 뱅크각(항공기를 정면에서 봤을 때의 날개 기울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실속은 항공기가 추력을 상실하고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경우 뱅크각 15도 이내에서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게 FAA의 요구였다. 그런데 인증 시험 단계에서 이 각도가 17도까지 치솟아버렸다. 고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방안을 강구했고 결국 날개 앞부분에 쐐기 모양의 실속 스트립을 장착해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스핀 회복 시험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발생했다. 나라온에는 비행기가 빙글빙글 돌게 되는 비상 스핀 상태에서 자동으로 자세를 회복시켜주는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다.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과도하게 상황을 설정했다가 비행기가 자세를 회복하지 못해 테스트 조종사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조종사의 침착한 대응으로 기체가 곧 안정을 되찾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사안이었다. KAI 측은 올해 중순쯤이면 미국과의 BAS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팀장은“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판매를 위해서는 적자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에서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이런 부분들을 좀 챙겨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팔 때마다 손해 보는 제품을 굳이 만들어야 했을까. 고 팀장은 “그렇다”고 단언했다. “미국에서 구매 보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민항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죠. 또 나라온 제작 과정에서 기술·설계·인증절차 등과 관련해 700여 종의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이건 고스란히 우리 기술이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민항기 제작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중요한 자산들이 생긴 겁니다.”
    Joongang Joins ☜    사천=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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