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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뿌리를 찾다 Ⅱ

浮萍草 2013. 11. 12. 10:11
    새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들
    티렉스의 피부가 어떤 모습일 것인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털에 가까운 깃털이 났을 거라는 주장(왼쪽)도 있고 원시적인 깃털로 덮였을 거라는 주장
    (가운데)도 있는 반면, 여전히 기존의 비늘 형태(오른쪽)를 지지하는 학자들도 있다. - 네이처 제공
    생물학은 참 이상한 학문이다. 이미 끝난 일을 연구하는데도 영원히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화석을 바탕으로 최선의 학설을 제시해도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면 대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드물게는 스토리를 아예 다시 써야할 정도의 큰 발견이 보고되기도 한다. 고생물학 가운데서도 대중의 관심이 가장 큰 분야는 공룡이 아닐까. 그리고 거대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그 정점에 있다. 2010년 9월 17일자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고생물학’이라는 제목의 리뷰논문이 실렸다. 예전에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생한 모습을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학문적으로 탐구할 즉 논문을 볼 정도의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무심코 리뷰논문을 몇 줄 읽다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결국 논문을 통독하고 깊은 감명을 받은 필자는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결심했다. 리뷰 논문에 인용된 10여 편의 논문을 찾아 읽고 취재를 하고 일러스트를 모아 재구성하고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심혈을 기울여’ 기사를 완성했다(‘과학동아’2010년 11월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뿌리를 찾다’ 참조). 제목이 보여주듯 기사는 우리가 흔히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부르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이하 티렉스)의 계보를 다뤘다. 티렉스는 화석이 많이 나왔지만 모두 백악기 후기인 6800만 년~6500만 년 전 즉 300만 년에 걸쳐 존재한다. 도대체 이 거대한 육식공룡은 어디서 왔을까.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새로운 화석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답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두발로 걷는 육식공룡 즉 수각아목(亞目)에 속하는 공룡 가운데 티렉스로 이어지는 계보를 이루는 무리를 모아 ‘티라노사우루스상과(Tyrannosauroidea, 또는 티라노사우루스류)’라고 부른다. 아목과 상과(上科)는 분류학 용어로 ‘계문강목과속종’의 기본 분류체계에서 목(目)과 과(科)사이를 더 세분하는 단계들이다.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약 1억 6500만 년 전 나타나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할 때까지 존재했다. 1억 년에 걸친 세월동안 이들이 거대 육식공룡이었던 건 뒤의 2000만 년 동안이었고 그 전에는 소형 또는 중형 육식공룡으로 다른 거대 육식공룡의 그늘에서 살았다는 게 당시 기사의 요지였다.
    ㆍ티렉스 몸은 깃털로 덮였을까?
    2012년 발표된, 깃털이 덮인 대형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인 유티라누스 후알리의 상상도.1억 25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돼 대형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의 등장
    시기를 4000만 년이나 앞당겼다.
    - 중국 척추고생물학 고인류학연구소 제공
    학술지 ‘네이처’ 10월 24일자에는 브리언 스위텍이라는 프리랜스 작가가 쓴 ‘티렉스에 대한 진실(The truth about T. rex)’라는 기사가 실렸다. 3년이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 동안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게 있나 무척 궁금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해 ‘네이처’에 보고된 유티라누스 후알리(Yutyrannus huali)라는, 깃털이 난 대형 육식공룡에 대한 내용이다. 중국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 쑤싱 박사팀이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약 1억 2500만 년 전 초기 백악기 지층에서 찾은 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류로 분류됐는데 몸길이 9미터로 체중이 대략 1.4톤으로 추정되는 대형 육식공룡이다. 그리고 ‘깃털이 난 폭군’이라는 뜻의 학명 유티라누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화석에는 엉덩이 목 등에 깃털 흔적이 있었다. 유티라누스의 발견으로 필자의 2010년 기사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는데 바로 대형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의 등장시기가 무려 4000만 년이나 앞당겨져야하기 때문이다. 유티라누스의 덩치는 비슷한 시기 살았던 다른 대형 수각류 공룡과 맞먹는다. 한편 이전에 주로 소형 중형 공룡의 화석에서만 깃털이 함께 발견됐는데 유티라누스의 몸이 깃털로 덮였다 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티렉스도 그랬을 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티렉스의 피부가 도마뱀 같은 비늘이냐(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묘사한 것처럼) 아니면 깃털로 덮여 있느냐 여부에 따라 생리학적으로도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ㆍ티렉스 특징 갖는 8000만 년 전 공룡 화석 발견
    티라노사우루스류 계통도에서 최근 새로운 종이 여럿 보고된 티라노사우루스과(Tyrannosauridae)를 클로즈업했다.티라노사우류스과 공룡들은 후기 백악기에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박스 길이는 화석으로 추정한 존재 기간이고 박스 색은 살았던 대륙을 나타낸다.티랙스의 위치는 밑에서 세 번째로 속명(Tyrannosaurus)
    으로 표시돼 있다. - 플로스원 제공

    올해 11월 6일자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티라노
    사우루스과 공룡 리트로낙스 아르제스테스의 정면 얼굴
    뼈(불완전한 화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로 ‘엄니의
    왕’이라는 학명의 뜻이 어울린다.8000만 년 전 공룡
    임에도 티렉스처럼 턱이 좌우로 넓어지고 눈이 앞으로
    몰려있어, 이런 특징이 7000만 년 전에 나타났다는 기존
    학설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미국 유타자연사박물관 제공
    수각류 공룡의 깃털은 오늘날 조류 깃털의 원형으로, 짝짓기 때 과시용이나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그 많은 티렉스 화석에서 깃털의 흔적이 나온 적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다. 기사를 읽고 역시 고생물학은 미완성의 학문임을 확인했는데, 바로 뒤에 이를 재확인하는 연구결과가 또 나왔다. 학술지‘플로스원’11월 6일자에는 8000만 년 전 북미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 ‘리트로낙스 아르제스 테스(Lythronax argestes)’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미 유타자연사박물관 탐사팀은 미서남부 유타주 후기 백악기 지층에서 티렉스와 꽤 비슷한 신종 화석을 발굴한 것. 리트로낙스는 몸길이 8미터로 몸무게가 2.5톤으로 추정되는 대형 육식공룡이다. 여기서 티라노사우루스 계보로 잠깐 돌아가 보면 티라노사우루스상과에서 약 95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 과(Tyrannosauridae)가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 화석은 약 770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 따라서 리트로낙스는 가장 오래된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리트로낙스가 티렉스의 특징을 많이 띠고 있다는 것. 티렉스는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종일 뿐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도 독특한 구조를 보이는데 턱이 위아래와 좌우로 확장되고 눈이 앞으로 몰린 게 특징이다. 이처럼 턱이 커지다보니 무는 힘이 엄청나게 세졌고 눈이 모여 입체 시각이 가능해지면서 사냥감을 조준 하는데 더 유리해졌을 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과에서 이런 특징이 대략 7000만 년에 나타났을 거라고 추정해왔다. 리트로낙스의 발견은 이런 특징을 지닌 공룡이 8000만 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득 3년쯤 뒤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뿌리를 찾다 Ⅲ’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Dongascience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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