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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치 성향과 유전자&뇌과학

浮萍草 2013. 11. 16. 00:00
    정치적 뇌는 감정적… 이성보다 정서를 자극하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대선 후보 TV 토론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미국 뉴욕대의 심리학자인 존 조스트는 미국 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에 성격과 정치 성향의 상호관계를 밝힌 논문을 게재했다. 조스트는 12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88개 연구를 분석하고 성격이 정치적 신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심리학자들이 성격을 구분하는 다섯 가지 특성인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정서 안정성 중에서 특히 앞의 세 가지 특성은 정치 성향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테면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유주의자가 될 확률이 두 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그밖에도 죽음의 공포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보수적 견해를 가질 가능성이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미국 라이스대의 정치학자인 존 앨퍼드는 ‘미국 정치학 평론(APSR)`에 정치 성향이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문을 기고했다. 앨퍼드는 행동유전학에서 20년 동안 발표된 쌍둥이 연구(twin study) 자료를 분석했다. 쌍둥이 연구는 유전자 전부를 공유한 일란성 쌍둥이와 유전자 절반을 공유한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유전자가 특정 형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한마디로 쌍둥이 연구는 유전과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찾는 고전적 방법이다. 앨퍼드는 3만 명의 쌍둥이에게 정치적 견해를 질문한 자료를 분석해서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똑같은 답변을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유전자가 정치적 답변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ㆍ우파 또는 좌파 되는 건 타고난 운명?
    2007년 8월 캘리포니아대의 정치학자인 제임스 파울러는 미국정치학회(APSA) 모임에서 선거일에 투표하러 갈지 아니면 기권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몇몇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파울러는 일란성 쌍둥이 326쌍과 이란성 쌍둥이 196쌍의 투표 기록을 분석하고, 유전적 요인이 투표 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60%이며 환경적 요인은 40%임을 확인했다. 또한 파울러는 투표 행위에 관련된 유전자를 2개 찾아냈다. 이 유전자들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절하는 데 간여한다. 세로토닌은 신뢰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련된 뇌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세로토닌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사교적으로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선거일에 집에서 빈둥거리지 않고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이 여느 유권자들보다 1.3배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2007년 9월 뉴욕대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아모디오는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사람마다 정치 성향이 다른 까닭은 뇌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모디오는 43명에게 보수주의자인지 자유주의자인지 정치적 입장에 대해 질문하고 두개골에 삽입한 전극으로 전두대상피질(ACC :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활동을 측정했다. 전두대상피질은 의견이나 이해 관계의 충돌을 해결하는 기능을 가진 부위이다. 자유주의자의 뇌에서 이 부위가 보수주의자보다 2.5배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우파들보다 변화의 요구에 민감하고 새로운 생각을 더 잘 수용하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한편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면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에모리대의 심리학자인 드루 웨스턴과 캘리포니아대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작은 사진)이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웨스턴은 핵심 공화당원을 자처하는 15명과 골수 민주당원 행세를 하는 15명 등 30명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들여다보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연설 내용을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공화당원들은 케리에게 민주당원들은 부시에게 일방적인 혹평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험 참여자들은 예외 없이 무의식적으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혀있음이 분명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가진 믿음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찾아서 받아들이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확증편향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뜻이다. 확증편향을 극복하지 못하면 누구나 엉뚱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웨스턴은 뇌 영상 자료를 보면서 확증편향이 발생했을 때 전두엽에서 이성과 관련된 영역은 침묵을 지킨 반면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은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침묵을 지킨 부위는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 : 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이다. 이 부위는 우리가 사고와 판단을 할 때 반드시 활성화된다. 활동이 증가된 부위는 복내측전전두피질(VMPFC : ventromedial PFC)이다. 이 부위는 공감, 동정, 수치, 죄책감 같은 사회적 정서 반응과 관련된다. 웨스턴은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이 무의식적인 확증편향에서 비롯되며 확증편향은 정서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2006년 미국심리학회 총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6월 웨스턴은 이성보다 감정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력하다는 주장을 펼친 저서인『정치적 뇌(The Political Brain)』를 출간했다. 책의 부제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함에 있어 정서의 역할’이다. 그는 머리말에서“정치적 뇌는 감정적이다. 결코 냉정하게 계산하거나 합리적 결정을 내리겠다며 정확한 사실이나 숫자 정책을 객관적으로 찾아가는 기계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어떤 결론에 이르리라는 생각으로 선거 전략을 짜면 그 후보자는 백전백패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화당은 감정의 뇌를 겨냥하여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반면“클린턴 시대를 제외한 지난 30년 동안 민주당 전략가들은 사람의 마음이 합리적 이라는 생각에 끈질기게 집착해서” 선거에 거듭 패배했던 것이라고 지적한다.
    ㆍ감정이입 능력이 미국 민주주의 핵심
    미국 민주당의 정치적 좌절에 대해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은 대표적 인물이 조지 레이코프이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자리매김된 레이코프는 자신의 언어 이론을 정치학에 적용하여 진보진영이 패배하는 이유를 분석한 책을 몇 권 저술하기도 했다. 1996년 인지과학을 정치학에 접목시킨 최초의 저서로 평가되는『도덕의 정치(Moral Politics)』를 펴냈다. 부제는 ‘자유주의자는 모르지만 보수주의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레이코프는 국가를 가족에 빗대어 정치 이데올로기를 두 모형으로 나누었다. ‘엄격한 아버지(strict father) 가족’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nurturing parents) 가족’ 모형이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권위에 복종을 요구하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을 통해 진보주의는 서로 돌보는 마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애로운 부모 모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인의 뇌 안에는 두 가지 모형이 공존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어느 한 모형이 작동하게 된다. 요컨대 정치적 쟁점을 대중의 가슴에 와 닿는 쉬운 용어로 프레임(틀)을 짜서 접근하는 쪽이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2년 5월『도덕의 정치』제2 판을 펴낸 것을 계기로 레이코프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민주당 지도자와 지지자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파했다. 2004년 9월에는『도덕의 정치』에 소개한 자신의 이론을 민주당 활동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간추린 책을 출간했다. 민주당 안에서 거의 마오쩌둥 어록에 비견될 만큼 널리 읽혔다는『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이다. 이 책에서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두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이다”라고 갈파했다. 하지만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다. 공화당이 프레임을 구성하여 유권자를 설득하는 솜씨가 민주당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레이코프의 표현을 빌리면 보수주의자들은 사람 뇌와 마음의 관계를 숙지한 신경과학 전문가들이었으므로 백악관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08년 5월 레이코프는『정치적 마음(The Political Mind)』을 펴냈다. 부제는 ‘왜 당신은 18세기 뇌로 21세기 미국 정치를 이해할 수 없는가’이다. 18세기 계몽주의는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이성은 감정과 정반대라고 여긴다. 그러나 레이코프는“우리가 모든 행동에서 합리적인 행위자인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21세기의 뇌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계몽주의 곧 신계몽(New Enlightenment)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계몽은 무엇보다 이성이 감정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레이코프는 특히 감정이입(empathy), 곧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감정이입 능력을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요인의 하나라고 여기는 레이코프는 정치적 마음이 감정적이므로 진보 진영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유권자의 이성 보다 정서를 자극할 것을 주문한다.
    Sunday.Joins Vol 295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inpla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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