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文化財사랑

한식, 그 고유한 원류와 새로운 흐름의 길목에서

浮萍草 2013. 8. 24. 22:57

    ㆍ요리에 빠진 스튜어디스 “할머니를 모시고 대가족 속에서 자랐어요. 우리 여섯 형제만 해도 북적북적한데 손님도 끊이질 않았죠. 게다가 1년이면 제사를 열두 번씩 지냈어요. 자랄 땐 몰랐는데 자연스럽게 예절을 배운 것 같아요. 어른들께 예의와 배려에 대해 인이 박히게 들었고, 형제가 많다 보니 서로 나눠 먹고 양보하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밴 거죠. ”요리연구소 ‘푸드오페라’에서 만난 박서란은 서글서글하기보단 화려한 이목구비에 언뜻 서구적인 인상을 주는 외모였다. 스튜어디스 출신이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아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가 가진 정서는 누구보다 토속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질은 단지 배경이었지 삶의 방향이 될 줄은 몰랐었다. 젊은 시절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근무했던 박서란은 세계 각국을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차츰 요리에 심취했다. 애초에 관심사는 외국음식이었다. 그녀는 르 코르동 블루의 프랑스 요리 싱가포르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동남아 요리를 비롯해 이탈리아 홍콩 일본 요리를 현지의 전문가들로부터 배웠다. 나라마다 다른 음식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고 각양각색의 음식이 가진 진미를 내보고 싶었다.

    ㆍ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다가와 있던 길
    그렇게 셰프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던 그녀가 한식으로 길을 바꾼 계기는 10여 년 전 외국음식을 배우면 배울수록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 음식은 기억이고 추억이잖아요. 사람들은 각자 아플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인데 그건 음식 자체보다는 따뜻한 기억 그 속에서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 음식을 하면서 아무리 조리법을 배우고 연습해도 흉내를 낼 뿐이지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내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박서란은 한식으로 방향을 바꿔 전통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통의 가치와 깊이를 알게 되면서 한식에 점점 더 심취했다.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구하려 다녔어요. 궁중음식 부터 반가음식 사찰음식… 배울수록 재밌고 순간순간 경이로운 거예요.” 만드는 과정과 방법을 배우는 것이 요리의 기초라면 그 속에 들어있는 문화와 더 깊은 곳의 정신을 아는 것은 근본이며 핵심이다. 우리 전통문화 속에 담겨있는 순리를 따르는 자연스러움과 기다릴 줄 아는 은근의 정서가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삶의 방식에 담겨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절기에 맞춰 생활이 이뤄졌잖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죠. 우리가 말하는 인륜지대사가 모두 자연에 맞춘 생활양식이거든요.” 우리 조상이 물려준 음식 옷 의례와 같은 전통문화에는 자연에서 배운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가 담겨있다. 그것은 고리타분한 구습도, 근거 없는 미신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일에 허덕이는 요즘 사람들은 그런 지혜들을 거스르며 살아가기가 쉽다. 알고 있으면서 간과하기도 하지만 인지조차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 들이 더 많기에 박서란은 한식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한식 중에 진짜 한식은 없다고 봐요. 너무 맵고 짜고, 조미료 맛이 강한 음식이 대부분이죠. 진짜 전통음식의 조리법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다른 어떤 나라의 음식보다 과학적이면서 철학과 정성이 담겨 있죠 무엇보다 한국인의 몸에 가장 좋은 게 한식이 라는 거예요.” 한식의 가치를 알리는 일의 첫 번째는 한식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것. 그녀는 근대화를 거치며 자연재료를 대체하게 된 인스턴트 재료와 변질된 조리법을 옛 방식 그대로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ㆍ아쉬움만큼 큰 욕심
    그와 동시에 박서란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고 세계화를 위해 외국음식과 퓨전을 시도하고 있다. 전혀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지키면서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의 입맛에는 우리의 떡이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너무 쫀득쫀득해서 오히려 싫다는 거예요. 한식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들의 취향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해요. 배려가 필요한 거죠.”음식의 기본은 배려라고 말하는 박서란. 한식이 ‘옛것’‘우리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 젊은 사람들과 세계인들이 반기는 음식이 되기를 그녀는 바란다. 그럴 때 우리 한식이 온건穩健히 후대로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한국음식을 소개할 수 있고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와 정책적인 지원도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에 한식당이 있는 호텔이 한 곳도 없어요. 얼마 전까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곳이 남아있었는데 재정난을 겪다가 결국 문을 닫았죠. 한식은 비싼 돈을 내고 즐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운영하는 입장에선 조리하는데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데비해 수익은 따라주지않을 거구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기준으로 가치를 따져선 안되는게 있다고 생각해요.” 가치를 알아야만 지킬 수 있고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가치를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한 명이라도 더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어머니께선 저희들에게 간식을 줄 때도 대접하는 마음으로 하셨던 것 같아요. 떡을 쪄서 주실 때도 접시에 수국 잎사귀를 깔고 그 위에 정갈하게 떡을 올려서 주셨죠. 그런 게 바로 푸드스타일링인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 표현되고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죠.” 박서란에게는 푸드스타일링까지도 보기 좋게 하기 위한 기교나 꾸밈이 아니라 감동을 전하기 위한 진지한 작업이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요리연구소의 이름을 ‘푸드오페라’라고 지은 것은 오페라처럼 종합예술인 우리 음식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서란은 욕심이 많다. 방송활동을 통해서, 강의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그녀는 우리 음식 한식을 전파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해보고 싶다.
    ☞ 문화재청 ☜    글. 성혜경 사진. 이대영, 푸드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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