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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 효과

浮萍草 2013. 8. 3. 09:54
    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경세유표>를 관통하는 숫자가 6이다. 
    <목민심서>는 이른바 ‘이전·호전·예전·병전·형전·공전’의 6전에다 여섯 편을 앞뒤로 붙인 것이다. 
    이리하여 모두 12편인데, 각 편은 모두 6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일정한 수효에 맞추다보니 배치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정형성은 전체적 파악을 용이하게 하는 면이 있다.
    <경세유표>는 모든 국가 기구를 ‘이·호·예·병·형·공’의 6조에 속한 기구로 배치했다. 
    6조에는 각각 20개의 기구가 소속되어 모두 120개의 기구이다. 
    다산은 이처럼 수효를 정할 것을 강조했는데 그가 강조한 것은 특정 수효가 아니었다. 
    어떤 수효든 일단 결정되면 그것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법을 제정한 후에 부득불 변통해야 한다면 20이라는 수효 안에서 혹 둘로 나누면서 하나를 줄이거나 혹 하나로 합치면서 하나를 더한다. 
    다만 그 큰 수효만 가감할 수 없게 하면 천만 년이 되어도 영원히 간여하지 않을 헌장(憲章)이 될 것이다.” 
    총량제한이다. 관료기구는 스스로 비대화 경향이 있고 일이 생길 때마다 기구를 증설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선한 아이디어 아닌가.
     다산의 개혁안에 의하면 왕실에 관련된 기구도 국왕의 직속기구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기구도 모두 6조에 소속시켰다. 
    국왕의 비서실인 승정원은 이조에 배치하고 나름의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던 군사기구도 통폐합하여 모두 병조에 배치했다. 
    의정부-6조로 일원화된 관료기구는 유교정치의 분권과 견제구도와는 방향이 사뭇 다르다. 
    과연 그 결과가 더 나을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복잡한 관료기구 체계 속에 숨어 있는 쓸데없는 기구를 가려내는 데는 더 낫겠다.
    6전, 6조의 모델은 <주례(周禮)>의 6관 체제였다. 
    <주례>의 6관은 천지(天地)와 춘하추동(春夏秋冬)과 대응한다. 인간의 질서를 자연의 질서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천지는 공간을 망라하고 춘하추동은 시간적 변동성을 담고 있다. 
    <주례>의 6관에는 각각 60개씩 소속되어 모두 360개의 기구였다. 
    “나라의 많은 일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데 어찌 꼭 360으로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러나 주공(周公)이 예를 제정하면서 반드시 360으로 큰 한계를 정하고 가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진실로 사물에 일정한 수효가 없으면 어지럽게 되는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다산은 일정한 숫자와 그로 인한 형식이 주는 질서에 주목하고 있다. 
    형식적 단순함이 주는 기능상, 인식상 효과가 분명 있다. 
    단순화는 복잡한 현실의 핵심을 포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Khan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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