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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비키니에 아찔한 核실험 역사가…

浮萍草 2013. 7. 5. 21:48
    여성 수영복 비키니(왼쪽)는 1946년 미국의 핵실험이 실시된 남태평양 비키니 섬에서 이름을 따왔다. 청바지(가운데)엔 미국 골드러시 당시 노동자들의 애환이,
    트렌치코트(오른쪽)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처절한 역사가 깔려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ㆍ옷장 속의 세계사 / 이영숙 지음 / 창비 름방학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난해 청소년 역사교양서 ‘식탁 위의 세계사’로 큰 호응을 받았던 저자가 그 후속작으로 선보인 ‘옷장 속의 세계사’는 전작의 명성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정감 어린 문장에 어느 역사서 못지않은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항상 몸에 걸치는 옷과 옷감 안에 담겨 있는 역사를 상세하게 펼쳐 보인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을 매개로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안내한다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역사 교양서에서 다루지 않는 현대사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만큼 저자의 정성과 노고가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청바지에서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와 ‘골드러시’를 트렌치코트에선 제1차 세계대전의 비참한 실상을 읽어낸다. 또 비키니 수영복을 통해선 핵실험과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를 설명하고 비단으로는 실크로드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관련 사항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읽는 이를 순식간에 끌어들인다. 책의 첫 장인 ‘청바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 옷장을 한번 열어 봐 옷장 속에 누구나 한두 벌은 꼭 갖고 있는 옷이 있을 거야. 그래, 바로 청바지야.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가장 많이 입는 옷이 청바지 아닐까 싶어. 종류나 형태도 엄청나게 다양해져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입는 옷이 되었지.(…) 그런데 이 청바지가 원래는 작업복으로 만들어졌다는 거 알고 있니? 맨 처음 청바지가 생겨난 해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이어 저자는 청바지가 원래 19세기 후반 미국의 골드러시 때 사금을 캐는 일꾼들의 작업복으로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바지의 유래뿐만 아니라 미국 서부 개척기 역사로 시야를 넓혀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난사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청바지에 얽힌 재밌는 일화 하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바이스(Levi’s) 청바지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리바이 스트라우스라는 독일 출신 이민자가 있었다. 뉴욕에 살던 그는 1850년대에 서부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면서 튼튼한 천을 팔았다. 마차의 덮개로 쓰기에 좋은 캔버스 천이 꽤 잘 팔리면서 어느 군납업자가 대형 천막 10만 개 분량의 천을 주문했다. 스트라우스는 석 달 뒤 제품을 다 만들었다. 그러나 군납업자가 퇴짜를 놓자 졸지에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실의에 빠진 어느 날 찢어진 옷을 깁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스트라우스의 눈에 띄었다. 그는 문득 ‘질긴 이 천으로 작업용 바지를 만들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다. 납품용 천으로 실용적이고 내구성 강한 바지를 만들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리바이스 청바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청바지에 얽힌 이야기가 너무 익숙하다면 ‘트렌치코트’의 역사에 대해선 아시는지. 트렌치(trench)는 참호라는 뜻이다. 즉 트렌치코트는 참호 전투를 할 때 입던 옷 그러니까 군인을 위한 전투용 의복이었다. 이 옷이 만들어진 건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지루한 참호전이 계속됐던 당시 물이 고이고 온갖 냄새로 가득했던 열악한 참호 속에서 버티기 위해 제작된 옷이 바로 트렌치코트였다. 지금은 ‘바바리코트’로 불리며 분위기 있는 남성복으로 여겨지지만 트렌치코트는 이처럼 처참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벨벳, 바틱, 스타킹, 슈트,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옷이나 천에 얽힌 역사를 매우 친근하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집안 옷장에 걸려 있는 옷을 보면 이전과는 꽤 달라 보일 것이다. 어쩌면 그저 입는 것에 불과했던 옷이 한층 더 친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Munhwa     김영번 문화부 차장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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