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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보다는 새로운 연결망 배치가 중요

浮萍草 2013. 6. 20. 00:00
    인류 뇌팽창은 전두엽이 주도했을까
    학에서도 고정관념의 위력은 대단하다.
    대표적인 예가 ‘혀지도’로 최근까지도 생리학 교과서에 소개돼 있었다. 
    ‘단맛은 혀 끝, 신맛은 혀 양쪽, 쓴맛은 혀 뒤 짠맛은 혀 가장자리에서 느낀다’는 내용인데 필자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10여 년 전 한 과학잡지에 실린 글을 보고 혀지도가 19세기 말 발표된 한 연구결과를 잘못 해석한 데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별 생각 없이 이 가설을 진실로 받아들여 엄밀한 검증 없이 계속 ‘인용’해왔다는 것. 
    그런데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로버트 마골스키 교수팀이 실제 실험을 해보자 맛봉오리(미뢰)가 있는 혀의 모든 지점에서 모든 미각이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
    졌다.
    또 다른 유명한 고정관념 예를 하나 더 들면 어른의 뇌세포는 죽을 수는 있어도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가설이다. 
    이 역시 20세기 초 한 실험결과에 ‘뇌세포가 생기면 기존 기억 회로가 교란된다’는 그럴듯한 설명이 합쳐지면서 강력한 도그마로 수십 년을 군림해왔다. 
    그 결과 1960년대 어른의 뇌에서도 뉴런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실험증거가 나왔음에도 학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1990년대 후반 반박할 수 없는 실험결과가 
    나오고서야 오랜 믿음을 수정할 용기를 갖게 됐다.
    
    ㆍ100여 년 전 논문 인용하다 사실로 굳어져
    이정도로 유명한 고정관념은 아니지만 현생인류의 뇌팽창에 관한 내용도 그런 예의 하나다. 사람이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에 비해 3배나 큰 뇌를 갖게 된 건 대뇌피질의 팽창이 원인이고 그 가운데서도 전두엽이 특히 더 급속히 커져 인류가 ‘이성적 동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 이 역시 필자는 지금까지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따라서 필자는 도입부에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 글을 지금까지 여러 편 썼다.
    전두엽을 제외한 대뇌반구 부피(가로축)와 전두
    피질 부피(세로축)의 관계를 보면 소형영장류(검은색
    동그라미)와 대형영장류(회색 동그라미)의 연장선상
    에 사람의 데이터(오른쪽 위 흰색 동그라미)도 들어감
    을 알 수 있다. - PNAS 제공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29일자에는 사람의 전두엽 크기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영국 더햄대 인류학과 로버트 바튼 교수와 리딩대 생명과학부 크리스 벤디티 교수는 이 논문에서 현생인류 에서 전두엽이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팽창했다는 건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걸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논문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입증했다. 현생인류의 전두엽 급팽창을 가장 먼저 언급한 논문은 1912년 독일의 한 학술지에 발표됐는데 이 논문이 증거로서 거듭 인용되면서 어느새 현생인류의 전두엽 급팽창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런 가설에 맞지 않는 측정 결과들이 하나 둘 발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기존 논문들의 데이터가 일관성 있게 통계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기법으로 처리했고 그 결과 현생인류의 전두엽 팽창 역시 다른 영장류의 전두엽 팽창 패턴에서 벗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사람의 전두엽이 유독 큰 건 사실이지만 후두엽이나 측두엽도 마찬가지 비율로 크다는 것. 연구자들은“인간의 독보적인 인지능력에 대한 신경학적 기초는 전두엽의 크기에서 찾을 게 아니라 뇌 전체에 걸쳐있는 신경 네트워크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뇌의 지휘본부라는 전두엽의 진화 역시 단순히 크기가 아니라 신경 네크워크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ㆍ소뇌의 재발견
    바튼 교수는 논문 pdf 파일을 요청한 필자의 이메일에 논문과 함께 한 번 읽어보라며 미국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홈페이지에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콧 배리 카우프만 교수의 블로그 글 주소를 알려줬다. 카우프만 교수는‘고릴라도 동의하는 점:사람의 전두피질이 특별한 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뇌 특정 부분의 크기변화가 아니라 전체적인 신경 네트워크의 재 배치가 인류의 인지능력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소뇌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장류의 뇌 크기를 분류학적 위치에 두고 비교했다. 맨 위부터 사람,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 기본, 마카키의 뇌다. 전두엽 부분은 각 종마다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카트리나 세멘데페리 교수팀은 지난 2002년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기공명영상으로 사람과
    다른 대형 영장류의 뇌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해 사람의 전두엽 급팽창은 허구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최근 이 문제를 둘러싼 혼란을 정리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제공

    뒤통수 아래쪽에 있는 야구공만한 크기인 소뇌는 대뇌피질에 비해 주름이 촘촘히 나있기 때문에 뇌를 나타낸 그림에서도 쉽게 구분이 간다. 소뇌는 운동조절에 관여하는 원시적인 즉 진화적으로 오래된 뇌라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어서 인간의 고등인지능력과 관련해서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1975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은 글에서 신경학자 로돌포 리나스(현 뉴욕대 의대 교수)는“소뇌가 운동을 조직하는 핵심 조절센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쓴 바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은 이때의 결론인 셈이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소뇌의 새로운 기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제는 소뇌를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 즉 운동 조절 기능은 소뇌가 하는 일의 일부일 뿐 오히려 주된 작업은 감각의 통합과 조절, 대뇌피질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학습기능에 있다는 것. 즉 인류의 인지혁명은 단순히 대뇌피질의 팽창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다른 뇌 부위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카우프만 교수는“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과 뇌 행동의 진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많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전두엽의 과대 포장과 함께‘파충류 뇌 포유류 뇌 사람의 뇌’라는 식으로 뇌의 진화를 불연속적인 단계적인 발달 과정으로 도식적으로 파악하는 기존의 방식 으로는 우리 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한 게 아닌가 싶다.
    Dongascience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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