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과학카페

화이트 푸드를 아시나요?

浮萍草 2013. 6. 4. 17:22
    식품 색이 영양 보증하는 건 아냐
    최근 컬러 푸드를 대표하며 인기가 높은 파프리카. 색깔별로 효능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소 과장일수도 있다. - 동아일보DB 제공
    재료의 풍부한 색이 식탁에서 미적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건강식품임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건강 유지에 필수성분인 비타민 대다수는 색이 없다. 컬러 푸드에 비타민이 들어있을 수는 있지만 색 자체가 그 존재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 - 스티븐 바네스 진짜 같은 가짜를 보면 속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별로 안 좋지만 가짜 같은 진짜를 봐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가끔 먹는 파프리카가 그런 예인데 노랑 주황 빨강 초록 이렇게 색이 뚜렷이 구분되는 열매를 보면 색감은 물론 질감까지 정말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같다. 보수적인 필자의 집 식탁에까지 파프리카가 오르는 건 요즘 파프리카 같은 컬러 푸드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워낙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파프리카는 색깔별로 효과가 다르다는데 노랑색은 피부미용에 좋고 주황색은 노화억제 기능이 있고 빨간색은 항암효과가 탁월하고 초록색은 비만에 효과가 있다는 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컬러 푸드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사실 지금은 컬러 푸드가 몸에 좋다는 건 상식이 됐다. 그래서인지 10년 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블루베리나 크랜베리 같은 열매로 만든 주스도 맛볼 수 있다. 심지어 껍질에 색소가 너무 많아 검게 보이는 검은콩 같은 블랙 푸드도 인기다. 필자처럼 머리가 반백이 된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블랙 푸드를 열심히 먹으면 다시 검은 머리가 난다는 얘기도 있다(물론 동물의 검은(짙은 갈색) 색소와 식물의 검은 (짙은 남색) 색소는 전혀 다른 종류이므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노란색 파프리카의 색을 부여하는 루테인 분자는 파란빛을 흡수하므로 그 보색인 노란색을 띤다. 탄소 원자들 사이에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교차해 반복되면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길어진다. 분자의 색은 본질적으로 구조의 문제이지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채소나 과일, 씨앗의 색을 부여하는 식물성 색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카로티노이드로 분자에 따라 노란색(루테인)에서 주황색(베타카로틴), 빨간색(리코펜)을 띤다. 노랑 주황 빨강 파프리카는 각각 위의 색소분자가 주성분이다. 다음은 안토시아닌으로 분자구조와 수소이온농도(pH)에 따라 빨강에서 자주색, 남색에 이른다. 검은콩의 짙은 남색도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끝으로 녹색을 띠는 클로로필(엽록소)이 있다. 컬러 푸드에서 색의 효과는 주로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의 항산화 작용을 강조한다. ㆍ비타민C는 노란색?
    미국영양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영양 진보(Advances in Nutrition)’ 5월호에 부록으로 84쪽에 걸쳐 논문 10편이 실렸다. 부록의 제목은 ‘백색 채소: 잊고 있던 영양원’ 여기서 백색 채소(white vegetables) 즉 화이트 푸드는 감자 콜리플라워(꽃양배추) 순무 양파 옥수수 같은 색이 옅은 채소다. 화이트 푸드 역시 즐겨 먹는 식품이지만 컬러 푸드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다. 심지어 감자 같은 경우는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미국영양학회가 학술지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이런 기획을 하게 된 건 컬러 푸드에 대한 편애가 지나쳐 사람들이 식품의 영양을 오판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식품에 들어있는 영양분 대다수는 색이 없는데 컬러 푸드가 강조되면서 ‘색이 선명해야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를 봐도 대중뿐 아니라 언론인 심지어 의사들까지 컬러 푸드가 몸에 좋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논문 10편 가운데 첫 번째는 개괄논문이고 나머지 9편이 각론이다. 필자는 첫 논문과 두 번째 논문을 읽어봤는데 둘 다 꽤 재미있다. 이야기 전개상 미국 앨라배마대 약학 독성학과 스티븐 바네스 교수와 동료들이 쓴 두 번째 논문을 먼저 소개하는 게 좋겠다. ‘영양의 관점에서 우리는 몸에 좋은 걸‘볼’ 수 있나?’라는 논문 제목이 시사하듯이 식품의 색깔은 영양분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가 못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즉 색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어떤 분자가 가시광선 일부를 흡수하고 나머지 파장의 빛이 반사될 때 망막의 시신경이 지각한 정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타민C의 분자구조. 자외선을 흡수하고 가시광선 영역의 빛
    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무색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실제로 많은 영양소들 즉 비타민C를 비롯한 다양한 비타민과 칼륨 칼슘 같은 미네랄 식이섬유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자체에 색이 없다. 비타민C 분말이 노란 건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는 레몬이 노란색이라서 그걸 연상하라고 분말에 노란색 색소를 탔기 때문이지 비타민C 자체는 투명한(빛이 산란돼 희게 보이는) 가루다. 비타민C 분자는 자외선 영역인 파장 245~26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빛을 흡수 하므로 이 영역을 보는 생물체가 있다면 비타민C의 존재여부가 색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블루베리에 많이 들어있다는 안토시아닌은 더 넓게 보면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다. 그런데 플라보노이드 대다수는 색이 없다. 그렇다고 색이 있는 플라보노이드인 안토시아닌은 건강에 좋고 색이 없는 플라보노이드는 있으나 마나 한 거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색을 띠지 않는 플라보노이드 가운데 우리 몸에 좋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분자가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플라보노이드다. ㆍ감자, 가격대비 효과 만점
    이제 부록 논문 9편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 개괄논문으로 돌아와서 화이트 푸드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화이트 푸드에 주목한 건 무엇보다도 가격 대비 효과가 좋은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감자다. 물론 감자 껍질은 흰색이 아니지만 얇은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옅은 베이지색) 속살이 드러난다.
    논문에서는 화이트 푸드의 대명사로 집중 소개된 감자. 다양한 영양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식품이다. - 강석기 제공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로 밀보다도 몸에 안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은 다른 식품에서 얻기 쉽지 않은 여러 영양소가 꽤 들어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결핍되기 쉬운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조사에 따르면 14~18세인 미국 청소년은 감자에서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11%를 차지 하지만 식이섬유는 23% 칼륨은 19~20%를 얻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영양소는 현대인들(한국인도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이 만성적으로 결핍 돼 있다고. 즉 미국인 가운데 불과 2~3%만이 권고치의 칼륨을 섭취하고 있고 마그네슘도 60%는 섭취가 부족하다. 칼륨이 결핍되면 고혈압과 골밀도 감소로 이어진다. 몸속에서 300가지 넘는 대사반응에 관여하는 마그네슘이 결핍되면 고혈압,알츠하이머 병,심혈관계질환,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영양소가 풍부한 감자가 몸에 해롭다고 알려지자 오히려 섭취량이 줄어 들면서 영양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물론 프렌치프라이처럼 기름과 소금이 잔뜩 들어간 형태로 감자를 섭취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식품과학-영양학과 조앤 슬라빈 교수는 “화이트 채소 섭취를 줄이려는 잘못된 노력이 우리 식단에서 부족한 식이섬유와 저항성 녹말 영양분의 섭취를 더 떨어 뜨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참고로 저항성 녹말(resistant starch)이란 식이섬유가 포함된 녹말로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에서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돼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감자와 옥수수, 콩에 저항성 녹말이 많이 들어있다. 현재 미국인들의 과일과 채소 하루 섭취량은 각각 평균 0.2리터와 0.3리터로 권고치인 0.5리터와 0.6리터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영양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하루에 녹색 채소 한 번, 주황색 채소 한 번을 먹어라”는 식으로 범위를 컬러 푸드로 제한해 표현하고 있다. 믿을 만한 기준이 아닌 색깔에 매몰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영양분이 풍부한 화이트 푸드에 대한 차별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이들 과학자들의 주장에 공감한다. 문득 팍팍한 찐 감자가 먹고 싶다.
    Dongascience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