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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죽음을 대비하다] 1 철학자·의사·만화가가 말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浮萍草 2013. 5. 29. 15:15
    음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는 지난해 11월 출간돼 6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이 이토록 많이 팔린 것은 이례적이다. 
    케이건 교수는 서양 철학자들의 죽음관을 차례로 살펴보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이야기하는 주제는‘결국 죽는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무한한 삶은 그 어떤 형벌보다 가혹하며, 모든 좋은 것들은 유한하다는 것이 케이건의 입장이다. 
    남은 삶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총량이 죽음보다 못한 지점이 오면 자살도 일종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종반부의 논점은 논쟁적이기도 하다. 

    예일대의 인기 교양철학 강좌인 ‘죽음’(Death)을 묶은 이 책에 대해 조민호 엘도라도 편집자는 “모든 사람이 관심있어 하는 키워드인 죽음을 부정적이거나 두렵지 않고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임철규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에 들렀다가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이 실천문학 2010년 가을호에 실린 ‘카토, 그리고 노무현’이며 이를 확장한 사유가 <죽음>(한길사)에 담겨 있다. 초등학교 시절 토벌대에 의해 죽음을 당한 빨치산의 목 잘린 시신을 보고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임 교수는 기형도 프로이트 하이데거 톨스토이 아우슈비츠 등을 통해 죽음의 다양한 양상을 고찰한다. 그는 “카토의 자살이 자유를 위한 ‘순교’였다면 노무현의 자살은 ‘진보’를 위한‘순교’ ”라고 규정한 뒤,“모든 계급 또는 계층 간의 갈등이 소멸되고 더 이상 서로를 ‘원망’함이 없이 연민과 사랑의 감정으로 서로의 아픈 상처를 씻어주는 그런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죽음으로부터 부여된 우리의 ‘운명’ ”이라고 적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만화를 묶은 <죽음에 관하여>(시니 글·혀노 그림/영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는 신과 대화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누군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여백을 많이 준 흑백 만화로 독자가 인물들의 삶을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평온한 죽음>(한문화멀티미디어)의 저자 나가오 가즈히로는 재택의료를 강조하는 ‘동네의사’다. ‘생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 생각했던 그는 이제 ‘환자가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삶의 마무리는 지내온 인생 못지않게 중요하기에, 병원에서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고통받느니 자택에서 임종하는 것이 ‘평온사’에 가깝다고 1000여명의 죽음을 목격한 의사가 전한다.
    Khan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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