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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義俠)

浮萍草 2013. 5. 18. 07:00
    복선(張福先)은 평양감영의 창고지기였다. 
    평안감사 채제공이 창고를 조사해보니 은 2000냥이 부족했다. 
    장복선은 가난하여 결손을 메울 도리가 없었다. 
    사형감이었다. 
    이튿날 참형(斬刑)에 처하려고 옥에 가두었다.
    소식을 듣고 평양사람들이 다투어 술과 음식을 보내왔다. 
    옥에 갇힌 장복선은 태연자약했다. 
    그는 종이와 붓을 달라 했다. 
    “내 죽는 거야 애석할 것이 없으나 남들이 나를 ‘관의 물건으로 사리사욕을 채웠다’고 의심할까 두렵다. 
    부끄럽지 않겠는가?” 가난한 사람들의 초상과 혼인 등에 쓴 것과 환곡을 못낸 사람과 아전을 도와준 것들을 낱낱이 기록했다. 
    모두 합하니 2000냥이 넘었는데 자신을 위해 쓴 것은 없었다.
    이튿날 사형 집행일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때 기생 100여명이 뜰에 나란히 꿇어앉아 합창을 했다.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장복선을 용서해주세요….” 
    또 한 무관이 나섰다. 
    “장복선을 살리기 위해 속전(贖錢)을 냅시다!” 
    가락지 등 패물이 쌓였다. 
    은이 모두 1000여냥이었다. 
    감사는 장복선을 석방했다. 
    이튿날 결손 부분이 다 채워졌다.
    이옥(李鈺·1760~1812)은 말했다. 
    “장복선 같은 이가 진짜 협객(俠客)이다.” 
    협객이 고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재물을 가볍게 여겨 베푸는 것을 중시하고 의기를 숭상해서 곤궁하고 다급한 사람을 구휼하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협(俠)의 글자 생김새는 대인(大人)이 약한 사람(人)들을 끼고 도는 모습이다.
    사마천은 <사기>‘유협열전’에서 유협(遊俠)에 관해서 말했다.
     “그 행동이 정의에 벗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말에 신의가 있고 행동에 해냄이 있다. 
    한번 승낙한 일은 성의를 다하여 몸을 아끼지 않고 사람의 곤경에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공덕을 내세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유협이 때로 법망에 벗어나는 문제가 있지만 사람들에게 법은 멀고‘의리 있고 청렴하고 겸양한’ 협객은 의지할 만하다. 
    또 유협은 조폭 부류를 싫어한다. 
    즉“패거리 지어 강자를 받들고 편당을 도모하면서 재물을 모으고 가난한 사람을 부리거나, 폭력을 휘둘러 외롭고 약한 사람을 못
    살게 굴면서 멋대로 자기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크고 작은 폭력은 늘 있었다. 하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폭력이 오늘 학교에서 왜 이토록 기승을 부리는 걸까? 
    시험 공부 하느라, 먹고사느라 주위의 외롭고 약한 이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서인가. 
    폭력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할 의협(義俠)의 기운이 왜 이다지도 쇠약하단 말인가.
    
    Khan    김태희 실학21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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