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날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선지와 여러 가지 재료를 소로 넣어 삶거나 쪄서
익힌 음식을 말한다.
그러나 돼지 창자뿐 아니라 소나 양의 창자는 물론 오징어나 동태 등의 해산물도
순대 재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맛을 보기 어렵지만 민어의 부레(공기주머니)를 이용한 순대도 있다.
몸집이 큰 민어는 머리부터 내장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그중에서도 민어의 부레 부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민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씹을수록 고소한 부레를 최고로 친다.
그래서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진미가 애(간)라면 민어엔 부레가 있다”고 서슴
없이 말한다.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으로 끓이면 접착력이 생겨서 풀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이처럼 민어의 부레를 끓인 풀을 어교(魚膠)라고 불렀다.
어교의‘교’자도 동물 가죽,힘줄,뼈를 고아서 만든 풀인 아교(阿膠)의‘교’자와 같다.
요즘 현대인들은 보통 민어의 부레를 횟감의 하나로 보고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어교의 독특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순대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그것이 ‘어교순대’다.
어교순대를 민간에서는 ‘가보’로도 부르는데 이름 유래는 밝혀진 바가 없다.
어교순대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민어 부레를 물에 담가 피를 빼고 깨끗이 씻어 놓는다.
그리고 숙주와 미나리를 삶아 쇠고기와 같이 다져서 두부를 섞어 갖은 양념을 한 후 주물러 소를 만든다.
이 소를 부레에 채워 실로 동여 삶은 뒤 썰어 내면 된다.
민어 부레의 질감과 갖은 양념한 소가 어우러져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어교순대를 어만두(魚饅頭)로 부르는 이도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어만두는 흰살 생선인 민어나 도미 광어의 살을 얇게 떠서 만두소를 넣고 만두 모양으로 만들어 녹말을 씌워서 찌거나 삶아 건진
여름철 음식이다.
어교순대는 요즘 보기 힘든 음식이지만 지방에 내려가면 지금도 가내의 내림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곳이 있다.
전남 신안군의 울산김씨 17대 이애섭 종부도 어교순대를 제대로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순대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외국인들도 길거리에서 즐겨 찾는 음식 중의 하나가 순대다.
그러나 대부분 돼지 창자에 당면을 많이 넣은 개량 순대다.
민어 철(6∼9월)이 다가와서 그런지 전통 순대 중에서도 어교순대 맛이 더욱 그립다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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