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5] 치매 가족 77% "요양원엔 못 맡겨"… 믿고 맡길 곳 찾으려면

浮萍草 2013. 5. 15. 09:00
    좋은 요양원은… 고급시설 아닌 환자들 웃고 떠드는 '생기있는 곳'
    -좋은 요양원, 발품 팔아야 보인다 환자들 누워만 있는 곳은 금물 요양원 실제 소유주 찾아보고 치매 잘 아는 의료인인지 체크
    -치매환자 가족이 꼭 지켜야할 것 추억 떠올릴 소품·이야기 준비 자주 방문하고 꾸준히 스킨십… 엉덩이·치아 상태 확인은 필수
    10년 전 치매 증세가 시작된 시어머니를 부산의 한 요양원에 맡긴 주부 박모(50)씨는 얼마 전 몰래 요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미리 방문 신청을 하고 갔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던 시어머니가 혼자 벽을 쳐다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 옆에는 손을 대지 않은 점심 급식판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차고 있던 기저귀에는 대·소변이 바싹 말라 있었다. 박씨는"요양원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며"집에서 간병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요양원에 모신 건데 다시 집 으로 모셔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요양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치매 환자 가족 30가구 중 23가구(약 77%)는"(가족인 치매 환자를)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요양원을 꺼리는 치매 환자 가족은 열악한 요양원 환경뿐 아니라"치매 앓는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려다가 형제간 분란이 생긴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면 마치 버리는 것과 같은 죄의식이 생긴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집에서 치매 환자를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 가정이나 가족이 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매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 에는 요양원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6월 1271개에 불과했던 요양 시설은 지난해 말 4326개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요양원이 양적으로 증가해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요양 시설을 선택할 때뿐 아니라 환자를 요양원에 입원시킨 후에도 가족이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요양원을 선택할 때에는 '발품'을 많이 팔아 상황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의대 김희진 교수는"요양원 비용이 비싸다고 무작정 좋다고 할 수 없다"며"여러 곳을 둘러보고 입소 환자 보호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양원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바지 원장'을 앉혀 놓고 일반인이 운영하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 이다. 김 교수는"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환자들이 밤에 돌아다니거나 괴성을 지르면 무작정 수면제나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기웅(서울대 의대 교수)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생기(生氣)가 있는 요양원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요양 시설은 환자를 상자에 넣어놓고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이 깨끗하고 조용하더라도 환자들이 누워서만 지내는 곳은 환자들이 서로 말도 걸고 왔다 갔다 하는 곳보다 훨씬 좋지 않다"며"환자들이 편안히 누워 있기만 하는 곳은 걸어서 들어간 내 가족(환자)도 결국은 다른 환자들처럼 몇 개월 뒤 드러눕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요양원을 택했다고 해서 가족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희진 교수는 "환자를 요양원에 보낸 뒤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며"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증세가 악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환자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적응해야 한다며 가족의 면회 등 접촉을 막는 요양원은 제대로 된 곳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환자를 자주 찾아 엉덩이와 치아 위생을 점검하고 손을 잡는 등 스킨십을 가능한 한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웅 센터장은"환자가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생과 정체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고리를 제공하는 게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환자가 예전에 애용하던 옷 등 소품 환자와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 같은 걸 들고 가라고 권했다. 환자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고 잊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가족이 아무런 준비 없이 요양원을 찾으면 결국'밥은 잘 드시느냐''운동은 자주 하시느냐'등의 뻔한 이야기만 하고 돌아 오게 된다"며"요양원을 찾기 전에 좀 더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물품을 세심하게 고민해서 가지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Chosun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석남준 기자 / 감혜림 기자 / 박상기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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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가족과 함께 치매 치료' 독려… 
    간병서비스 24시간 지원
    市차원서 요양시설 통합·관리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
    에 있는 특별양호노인홈‘고쿠라의 마을’에서 한
    치매(인지증) 노인이 복지사와 함께 신문지로
    종이배를 만들면서 웃고 있다.
    /기타큐슈=안준용 기자
    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市)에 있는'특별양호노인홈-고쿠라의 마을'. 이름은 '마을'이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지역 노인 요양원이다. 2007년 문을 연 이 3층짜리 건물에는 현재 치매(일본식 인지증) 증상이 있는 노인 30명 등 7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기타큐슈시에 특별양호노인홈 입소 신청을 한 뒤'고쿠라의 마을'을 배정 받았다. 기타큐슈시가 시 노인 요양 시설을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노인홈 신청도 각 시설이 아닌 시에다 하는 것이다. 일본의 다른 상당수 지자체도 같은 시스템이다. 각 노인 요양 시설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고,시가 서비스 질에 각별히 신경을 쓰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일본 노인 요양 정책 치매 대책의 핵심 키워드는'지역'과'가족'이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인지증 환자 등 노인들의 요양 시설 입소를 관리하고 가족과 함께 지내며 치료를 받도록 하는 재택형 치료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 작년 9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국가 치매 계획 '오렌지 플랜'에는 '시설' 대신 '지역'이 명시됐다. 치매 환자는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대신 가족과 함께 살고,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은 대신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의료재단들은 요양원과 병원을 연계한 '복합체'시스템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고쿠라의 마을 하마무라 이사장은"요양원은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돕는 핵심 대안"이라며"보호자들이 요양원을 믿을 수 있도록 꾸준히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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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석남준 기자 / 감혜림 기자 / 박상기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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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아내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딴 남편
    "요양원서 실습한 후 아내 보낼 생각 접었다"
    다른 노인 질환자와 똑같이 보호사 1명이 8명씩 맡아… "여기저기 대소변 묻어있고 밥 달라고 고함… 아비규환 "배고프다는 환자에 간식 주니, 보호사는 "나쁜 버릇 들이네"
    8일 오후 임춘수씨가 집에서 아내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임씨는 매일 아내를 데리고 30
    분씩 공원을 산책한다. / 전기병 기자
    4년째 치매 아내를 돌보고 있는 임춘수(69)씨는 3년 전 17년 동안 운영하던 독서실 문을 닫았다. 아내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한시도 곁을 비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임씨에게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권했지만 임씨는 손사래를 쳤다. 요양원에 보내는 건 아내를 버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를 좀 더 잘 보살피기 위해 작년 11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임씨는 지난해 10월 한 요양원에 1주일 실습을 갔었다. "새 건물이 크고 깨끗해서 처음 갔을 때 진짜 우리 집사람도 여기 보내볼까 싶었어요. 그런데 좀 겪어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겉만 보고 판단했다간 환자가 동물 취급받기 십상이더라니까요." 임씨가 찾은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는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꺼리는 존재였다. 치매 환자는 다른 환자와 달리 통제가 안 되지만 그 요양원은 다른 노인 질환자와 똑같이 요양보호사 1명이 치매 환자 7~8명을 담당하게 했다. 임씨는"대·소변이 여기저기 묻어 있고 소리 지르는 사람 밥 달라고 행패 부리는 사람 들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며"실습생들이 없을 때에는 침대에 묶어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요양원은 환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도록 돼 있다. 이들이 3~4교대로 일하면 보통 요양보호사 1명이 평균 7명, 많게는 10명을 동시에 돌보게 된다. 간병인 1명이 치매 환자 1명을 돌보기도 쉽지 않지만 치매 환자를 위한 예외 규정은 없다. 치매 환자의 식사 시간도 임씨에겐 큰 고통이었다. "먹기 싫다고 해도 일단 입에 넣고 봐요. 막 뱉으면 식판을 싹 치우더라고. 좀 있다 아무리 배고프다고 해도 다음 식사 때까지는 국물도 안 주더라고요." 임씨는"배고플 때마다 옆에 붙어서 밥을 떠먹여 줄 사람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더라"며"그 곳에서 치매 환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육당하는 동물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요양원에서 1주일을 보낸 후'요양원에 보내볼까'하는 생각을 아예 접었다고 했다. 그는"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요양원이 특별히 치매 환자에게 공을 들이지 않는 한 치매 환자가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임씨 부부의 결혼 42주년이다. 임씨는 작년 10월 2년간 돌보던 치매 아내를 숨지게 하고 따라 죽으려 했던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자"그 기사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분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내 남은 시간은 집사람 옆을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집사람은 언젠가 나도 못 알아볼 거다. 그때쯤 되면 내 삶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Chosun
      특별취재팀 안준용 기자 / 석남준 기자 / 감혜림 기자 / 박상기 기자 / 나해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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