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제호탕 (醍醐湯)

浮萍草 2013. 5. 9. 13:07
    호탕(醍醐湯)은 우리나라 역대 임금들이 여름에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마시던 공식 음료였다. 무더운 여름에 민가에서는 칡뿌리,오미자,인삼,맥문동 등을 달여 마셨고 궁중에서는 갈증 해소 음료로 제호탕을 마셨다. 제호탕은 매실 껍질을 벗겨 짚불에 그슬린 오매육(烏梅肉)에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초과(草果) 등의 약재 가루를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다. 제호탕의 ‘제호’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녔다. 우유를 정제한 자양이 풍부한 음료를 의미할 때 중국에서는 보통 제호라고 했다. 제호는 맛이 좋고 자양분이 많다는 뜻으로도 쓰였으며 훌륭한 인품을 비유 할 때도 제호란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 궁중에서 즐겨 마시던 제호탕의 제호는 그중에서도 ‘맛이 좋고 자양 분이 많은’ 음료를 지칭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제호탕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오매육을 굵게 간다. 그리고 여기에 곱게 갈아낸 초과,백단향, 사인을 같이 잘 섞어 꿀에 넣고 연고 상태가 될 때까지 10∼12시간 정도 서서히 중탕한다. 이때 재료는 오매육(30),꿀(150),초과(2),백단향(1),사인(1) 정도의 비율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처럼 잘 중탕한 것을 항아리에 넣어 두고 더위로 갈증이 일 때 얼음물에 타서 마시면 된다. 모양을 내기 위해 잣 등의 고명을 얹어 내기도 했다. 한번 마셔 보면 더위와 갈증이 가시면서 전신이 상쾌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호탕은 건강에도 좋은 음료였다. 특히 진액이 풍부한 오매는 산미(酸味)가 있어 더위에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고 초과,사인,백단향 등의 약재들 또한 속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도왔다. 그래서 한여름 배탈, 식중독 등의 예방을 위해서도 궁중에서는 제호탕을 즐겨 마셨다. 동의보감 등의 옛 문헌에는 제호탕이 더위를 풀어 주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른 것을 그치게 해주며,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해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매년 단오에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정성껏 만들어 임금께 진상하면,임금은 기로소(耆老所)에 모인 원로 대신들 에게‘단오선’이란 부채와 함께 제호탕을 하사했다고 한다. 초여름과 함께 매실이 나오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비록 사인 등의 약재는 구하지 못하더라도 파란 매실의 껍질을 까서 연기에 잘 그슬려 오매를 만들어 꿀에 한번 달여 마셔 보자. 인스턴트 음료에 시달린 속이 맑게 청소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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