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4 ‘코드 포 아메리카’ 설립자 제니퍼 폴카

浮萍草 2013. 5. 26. 07:00
    시민정신 발휘할 ‘디지털 멍석’을 깔아주다
    지난해 11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제니퍼 폴카. ‘코드 포 아메리카’를 세운 그는 2011년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허핑턴포스트가 뽑은 ‘경영·기술 분야의 톱 게임 체인저’에 선정됐다. 사진 플리커/러셀 와킨스
    리나라에 아이폰이 막 들어온 2009년 12월 한 소년이 뚝딱뚝딱 만들어 낸 무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화제를 모았다. 이름하여 ‘서울 버스’.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의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주는 앱이다. 유용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의 편리함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앱 공개 얼마 뒤 경기도가“허락 없이 데이터를 갖다 썼다”며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가 사용자들의 항의로 철회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듬해 여름,뜻밖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에서 앱의 주인공을 만났다. 당시 고교 3학년생이던 유주완군이었다(지금은 대학생이자 ‘서울버스모바일’이란 회사의 어엿한 대표다). 많은 대화는 못 나눴지만 그가 서울 버스에 대해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앱은 아니다”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럴 리야 있으랴마는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도 기술적 난이도보다‘어떻게 그런 걸 만들 생각을 했고,데이터는 어디서 구했느냐’는 거였다. 어쨌거나 그때는 ‘또 한 명의 컴퓨터 영재로군’ 정도의 생각뿐이었다. 훗날 ‘정부2.0’ 개념을 접한 뒤에야 유군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유군은 (아마) 저도 모르는 새 세계 시민운동의 가장 혁신적 흐름에 동참한 것이었다. 그 본류 중 하나가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 이하 CfA)’이다. ㆍ스쿨버스 정보 앱, 창업 도우미 앱…
    CfA를 그대로 해석하면 ‘미국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도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인터넷업계 전문가,시민들이 참여해 각 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2009년 이 비영리 재단을 설립한 이가 제니퍼 폴카(Jennifer Pahlka·44)다. 마흔 살 생일을 앞둔 싱글맘이자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던 그녀가 어떤 경제적 보상도 장담할 수 없는 일에 뛰어든 건“세상에 놀랄 만큼 유용한 일을 할 수 있으리란 느낌” 때문이었다고 한다. 폴카가 미국의 여성 IT단체 NCWI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폴카는 미디어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게임 잡지를 만들고 관련 콘퍼런스를 열며 IT에 눈떴다. 2005~2009년에는 일련의 웹2.0 행사 기획을 주도했다. 그중에는 ‘정부2.0 서밋’ ‘정부2.0 엑스포’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때 만난 사업 파트너이자 멘토가 웹2.0 개념의 창시자 팀 오라일리다. 그를 통해 정보 공유와 협업의 가치에 눈뜨면서 폴카는 남다른 의문을 갖게 됐다. ‘이렇게 명석하고 열정 넘치는 IT업계 사람들이 왜 공공 영역의 발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거지?’ 마침 2009년 정부2.0 서밋에서 만난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 경영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폴카는 당시 대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지역 단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용은 느는데 수입은 줄어 큰일이다. 시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파산하고 말 것’이라더군요. 그때 퍼뜩 CfA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구상을 펼치기 시작했죠.” 그해 9월, 폴카는 CfA를 설립함으로써 이 모두를 현실화해 냈다. CfA 활동의 핵심은 펠로십이다. 미 전역에서 뽑은 소수 정예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을 각 시와 연결해 공공정보를 활용한 IT 솔루션을 개발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미국 보스턴시의 소방공무원들은 겨울마다 애를 먹었다. 거리의 소화전(hydrant)들이 눈에 파묻혀 그 주변을 청소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fA의 펠로 한 명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소화전 입양하기(Adopt-A-Hydrant)’란 제목의 앱을 만든 것이다. 이 앱을 깔면 자기 집이나 사무실 주변의 소화전 위치를 알 수 있다. 그중 하나에 자신 또는 회사나 단체의 이름을 걸어놓는다. 눈이 오면 그렇게 ‘입양’한 소화전 주위의 눈을 치운다. 누군가 이름만 건 채 일을 제대로 않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 치우고 들어갈 수 있다. 게임의 규칙을 도입해 시민 참여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 앱은 보스턴에서만 힘을 발휘한 게 아니다. CfA는 관련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이 앱을 응용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호놀룰루시는 ‘쓰나미 경보기 입양하기(Adopt-A-Siren)’,시카고시는 ‘보도 입양하기(Adopt-A-Sidewalk)’,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는 ‘공원 벤치 입양하기(Adopt-A-Park Bench)’ 앱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스쿨버스 정보를 알려주는 앱, 시 민원전화 시스템을 공개화시켜 이웃이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앱, 창업 도우미 앱 등 다양한 솔루션을 내놨다. ㆍ민간보다 뒤처진 공공영역 혁신 촉진
    재미있는 건 펠로가 되려는 이들뿐 아니라 수혜 대상이 되려는 지자체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은 CfA와의 협업을 통해 행정 효율성은 물론 시민들과의 수평적 소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 CfA의 프로그램 중에는 시정에 보탬이 되는 스타트업을 돕는 ‘액셀러레이터’,각 지역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브리게이드’ 같은 것들도 있다. 모두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민간에 비해 뒤떨어진 공공영역의 혁신을 이끌어내려는 취지다. 폴카는 “목소리만 있는 군중이 아닌 행동하는 군중이 되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인 정보 공개에 나서고 민간의 자발적 혁신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자체가 온라인에 무심히 흩뿌려놓은 정보를 긁어모아‘서울 버스’란 앱을 만든 유군의 행동은 경기도의 질타가 아닌 감사를 받았어야 했다. 물론 당시 논란 덕분에 공공정보 활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공약 중 ‘정부3.0’이라는 것이 있다. 정보 개방과 공유를 통해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아직 ‘정부2.0’의 목표에도 한참 못 미친 우리나라에서 ‘3.0’이란 숫자에 걸맞은 정부-시민 간 협업의 방법론과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느냐다. 하필이면 정부며 국회며 청와대며 할 것 없이“소통이 불통”이란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말이다. 민간과 주도권을 공유하는 수평적 대화의 물꼬부터 텄으면 한다.
    Sunday.joins Vol 316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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