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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랭 드 보통의『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浮萍草 2013. 5. 3. 07:00
    프루스트 파헤쳐 찾아낸 아홉 가지 인생 비법
    1 프루스트의 작품을 인생 지침서로 재해석한 알랭
    드 보통.2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의 국문판 표지. 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오른쪽).
    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수준이 있고 단계가 있다. 벼를 빨리 자라게 하려고 모판에서 뽑아내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친다. 자기계발서나 치유서에도 초·중·고급이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글쟁이 중 한 명인 알랭 드 보통이 1997년 세상에 내 놓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하『바꾸는』)은 고전 반열에 오른 고급형 자기 계발서다. 몇 편의 소설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당시 27세의 드 보통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이다.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알면 후회·불안·공포에 찌든 현대인들이“시간 낭비 없이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꾸는』은 프랑스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1913년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Remembrance of Things Past)』(이하'찾아서')로부터 인생의 지혜를 뽑아냈다. 『찾아서』는 상당수 작가·문학평론가·학자들이 20세기 최고의 문학작품 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책이다. 드 보통 덕분에『찾아서』는 영미권 학계,독서계에서 새삼 주목을 받았다. ㆍ프루스트,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작가
    전문가급 독자광들에게도『찾아서』는 인내심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 이다.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분량의 세 배다. 125만 단어, 3000페이지, 7권 분량이다. 『찾아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문학·사학·철학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조예도 깊어야 한다. 인간의 의식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해 집어내는『찾아서』는‘느림의 미학’ 을 가르친다. 프루스트는 ‘슬로 라이프(slow life)’ 운동이나 ‘멈추면 또렷이 보인다’는 테제의 원조다. 도입부를 12번 고쳐 쓴 이 소설은 예컨대 잠이 들 때까지의 장면 같은 것을 한 시간 독서 분량에 걸쳐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다. 프루스트가 곁에 있다면 한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꾹 억누르며『찾아서』 를 완파(完破)한 독자들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하는 일은? 『찾아서』를 다시 읽기 시작한다는 조크가 있다. 프루스트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 문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루스트는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작품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비염·불면증·천식·변비·소화불량·고소공포증·광장공포증 등 각종 질병으로 평생 고생했다. 피부가 민감해 목욕 후에는 저자극성 세제로 세탁한 타월 20개로 몸을 말렸다. 사망하기 16년 전부터는“나는 곧 죽을 것”이라며 주위 사람들을 괴롭혔다. 잠이 안 오면 열차 시간표를 읽어 내려갔다. 밤낮을 거꾸로 살며 집필에 몰두했으며 여행 가는 것보다 여행 안내책자 를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드 보통은 프루스트의 관점을 이렇게 요약한다. “문제 발생 전, 고통 받기 전, 그리고 희망과 달리 일이 틀어지기 전에는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프루스트 자신이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몸에 좋지만, 마음의 힘을 키우는 것은 슬픔이다.” 독창적인 문학비평서로도 평가받는 『바꾸는』에서 드 보통은 난해한 프루스트를 해부한 후 인생 비법을 9개 장(章)으로 나눠 제시 한다. (1)오늘날 삶을 사랑하는 법,(2)나를 위한 독서,(3)시간 관리법,(4)성공적으로 고통받는 법,(5)감정 표현법,(6)좋은 친구가 되는 법, (7)개안(開眼)하는 법, (8)행복하게 사랑하는 법, (9)책을 내려놓는 법이다. 드 보통이 제시하는 해법 중에서도 탁견은 ‘백년해로의 비결은 불륜’이라는 주장이다. 더 정확하게는 불륜의 가능성이다. 진짜 불륜을 실천하면 가정이 풍비박산 난다. 불륜의 가능성만으로 족하다. 적당한 질투심은 습관화된 결혼생활의 활력소라는 것이다. 눈을 뜬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우리 인생에 대해 다시 보기를 하라는 것이다. 다시 보기를 하면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 우리 인생을 제대로 못 보고, 안 보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다는 게 프루스트의 시각이라고 드 보통은 주장한다. 드 보통의 부계 가문은 15세기 스페인에서 쫓겨나 수세기 동안 지중해를 떠돈 세파르디 유대계다. 아버지 길버트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후 스위스에 정착했다. 나세르의 혁명으로 이집트에서 추방됐기 때문이다. 모계는 주로 유럽 동구권에 많이 살고 있는 아슈케나지 유대계다. 8세 때 영국으로 온 드 보통은 해로(Harrow) 스쿨을 거쳐 1988~91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프루스트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맹자·세네카·몽테뉴도 인생에 영감을 줄 수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드 보통의 공헌은 고전을 셀프헬프(self-help) 서적처럼 읽는 방법론을 제시한 데 있다. ㆍ 고전을 셀프헬프 서적처럼 읽게 도와
    『바꾸는』을 읽은 후에도 뭔가 허전한 독자들을 위해서는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The Consolation of Philosophy·2000)』을 권할 수 있다. 『바꾸는』의 속편 격인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에서 니체에 이르는 철학자들에게서 마치 자기계발서 책에서 나온 것 같은 ‘어떻게(How-to)’ 지침을 추출했다. 신앙 고민이나 관심이 많은 독자를 위해서는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Religion for Atheists·2012)』가 있다. 일부 비평가는 드 보통이 아버지의 돈다발 덕분에 문단에서 출세가도를 달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드 보통과 그 부친의 관계는 껄끄러웠다. 『무신론자들을 위한 종교』만 해도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을 배경으로 탄생했다는 해석이 있다. 즐거운 오늘 오후 식구들과 서점으로 달려가『바꾸는』과『찾아서』를 구매하고 집에 돌아와 배경음악으로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 빛 인생(La vie en rose)’이 졸졸 흐르는 가운데 읽는다면 어찌 감히 인생이 따뜻하고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치 사족처럼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영적인 삶의 문지방이다. 독서는 영적인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지만 그런 삶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Sunday.joins Vol 313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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