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1 인도 우화집 『판차탄트라』

浮萍草 2013. 5. 1. 07:00
    미련퉁이 세 왕자 ‘개조’한 속성 지혜 교과서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다. 힐링(healing)에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일 수 있고 전문가의 집중 카운슬링일 수도 있다. 지혜나 영성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주부터 격주로 연재하는‘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은 울고 싶은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해 소개한다.
    『판차탄트라』의 아랍어판인 『칼릴라와 딤나』(1210)에 나오는 삽화. 까마귀의 왕이 정치 고문들과 상의하는 모습이다.
    혜가 뒷받침되지 않는 선의는 무력하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은『판차탄트라 (Panchatantra)』라는 인도의 우화 모음집이다. 기원전 1200년에서 기원후 500년 사이에 운문과 산문의 산스크리트어로 저술된 『판차탄트라』는 다섯 편의 이야기, 논문 혹은 책이라는 뜻이다. 다섯 이야기는 ‘친구를 잃음’ ‘친구를 얻음’ ‘전쟁과 평화’ ‘얻은 것의 상실’ ‘사려 없는 행위’로 구성된다. 다섯은 완벽을 표상한다. 『모세 오경(五經)』, 유학의 오경(五經), 오륜(五倫),오행(五行) 등 ‘다섯 시리즈’의 목록은 길다. 완벽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5일간 펼쳐지는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ㆍ산스크리트어로 저술 … 50개 국어로 번역
    세상의 모든 지혜를 한마디로 줄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TINSTAAFL)”라고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하면 『판차탄트라』라는 주장이 있다. 『판차탄트라』는 지혜를 전수하는 ‘속성 과정’의 교과서로 탄생했다.
    판차탄트라의 어린이용"살아있는 지혜 교과서"
    (2010)와 영문판 『판차탄트라』(펭귄판·1993)
    먼 옛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도의 어느 왕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들 셋을 두었는데 공부를 싫어하는 데다 미련했다. 타개책을 물어보니 신하들은 비슈누 샤르만이라는 80세 현자를 ‘강추’했다. 왕자들을 똑똑하게 교육하면 “마을 100개를 주겠다”고 제안했더니 현자는 자신에게 돈도 미녀도 권력도 다 필요없다고 대꾸했다. 정치·행정·외교·심리·철학·처세의 핵심을 가르치는 데 시한은 6개월. 현자는 만약 6개월 내에 프로젝트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름을 갈겠다”고 단언 했다. 또 “실패하면 폐하께서 엉덩이를 까시라”고 제의했다. 군왕이 민엉덩이를 보이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 그만큼 현자의 결의는 대단했다. 까마귀·사자·원숭이·자칼이 나오는 우화로 6 개월간 교육받은 예전의 미련퉁이였던 왕자들은 눈이 반짝거리는 늠름한 예비 군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판차탄트라』는 페르시아(570년께),아라비아(750년께)를 거쳐 유럽(11세기 께) 대륙을 강타했다.
    이미 20세기 초에 50개 언어로 번역됐다. 『판차탄트라』가 페르시아로 넘어갈 때 사연이 있었다. 한 페르시아 왕이 죽은 사람도 살리는‘불로초’가 인도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진시황처럼 왕은 부르조라는 궁정 의사를 인도로 파견한다. 부르조는 고생 끝에 명약(名藥)이란 게 사실은“이 책을 공부하면 하느님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명성이 자자한 『판차탄트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가 기밀’인 『판차탄트라』를 대출해 주지 않자 부르조는 궁정으로 매일 출근해 결국 『판차탄트라』를 깡그리 외운 후 귀국했다. 『판차탄트라』는 이솝 우화와 아라비안 나이트를 합쳐놓은 모습이다. 전체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는 ‘골격 이야기(framing story)’ 속에 우화 형식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판차탄트라』가 속하는 장르는 ‘지혜로운 삶의 행실’인 니티(niti)와 논문·교과서(shastra)의 합성어인 ‘니티샤스트라’다. 지혜로운 삶에서 1차 목표는 생존이다. 안전·안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을 강조하는 만큼 『판차탄트라』는 현실주의를 지향한다. 애초에 왕자들의 스승인 비슈누 샤르만은 세상을 포기하고 출가한 사람들은 책의 독자층에서 배제하고 있다. 성자가 되기로 한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마법 같은 초자연적인 수단은 나오지 않으며 학식보다는 지혜를 중시한다. 『판차탄트라』를 처음 접한 서구인들은 능동적이며 단호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판차탄트라』의 ‘비도덕성’에 경악하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연상했다. ㆍ신흥 강국 인도의 속내를 이해할 기회
    『판차탄트라』의 최종 목표는 생존이 아니다. 생존이 확보되면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우정이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가꿔 가는 우정이다. 못난 친구보다는 잘난 친구가 더 좋다. “위대한 인물과 교제하면 항상 발전하고 번영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물은? 『판차탄트라』에는 가난의 비참함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돈이 어느 정도 없으면 안 되지만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판차탄트라』의 가르침이다. 윤리적·종교적인 내용도 있다. “조물주에 대한 의무 대신에 군주를 섬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자는 언젠가는 후회한다”는 말도 나온다. 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일본이 미국을 앞서되 한국에는 뒤지게 되는 이유’에 대한 책이 나와 국문으로도 번역된 적이 있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을 앞선 다음, 이내 인도에 뒤지게 될 가능성이 논의되는 시대다. 그만큼 미·중 못지않게 인도가 중요하다. 중국·인도가 다시 일어서면서 세상의 모든 게 유럽이 아니라 중국·인도에서 나왔다는‘만물중국기원론(萬物中國起源論)’‘만물인도 기원론’이 유행하고 있다. ‘예수님은 인도 유학파 출신’이라는 주장이 담긴 책까지 나왔다. 사실 ‘0’의 개념을 발견하고 아라비아 숫자를 만든 것은 인도다. 『판차탄트라』 또한 ‘만물인도기원론’의 한 축을 이룬다. 『판차탄트라』는 이솝 우화, 아라비안 나이트,프랑스의 라 퐁텐 우화,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자카타 이야기와 겹치는 게 많다. 어느 쪽이 먼저 세상에 나왔는지 아리송하다. 『판차탄트라』를 읽으면 세계 문학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신흥 강국 인도의 속내를 깊이 이해하게 하는 실용적 이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솝 우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온 이 책을 읽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Sunday.joins Vol 311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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