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관음성지를 찾아서

12 여수 향일암

浮萍草 2013. 7. 24. 07:00
    망망대해 안개 걷히니
    관세음보살 업은 거북 불국토로 가네…
    금오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정경. 관세음보살을 태운 거북이가 경전을 싣고 용궁으로 향하는 형상이다.
    임시로 지어진 원통보전.
    수 돌산도 앞바다는 잔잔하기만 하다. 아침 일찍 바다로부터 피어오른 짙은 안개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돌산도에는 속초 낙산사,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인 금오산 향일암(向日庵)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 원효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향일암은 원통암, 금오암, 책육암, 영구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워낙 유명한 일출명소인 탓에‘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으로 자리매김됐다. 사하촌을 거쳐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좁은 바위틈을 두 번 지나 다시 계단을 오르자 비로소 향일암 경내에 들어섰다. 지난 2009년 겨울 화마가 휩쓸고 간 대웅전 자리에는 임시 원통보전이 조성 되어 있다.
    원통보전 뒤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원통보전 앞마당 발밑에 푸른 남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화재 이후 불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기도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는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전에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불사에 구슬땀을 흘리는 주지 스님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원통보전 뒤 50m 위쪽에 관음전이 있다. 좁다란 관음동굴을 지나 관음전에 닿으니 청량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관음전 옆에 관음보살상이 서 있고 참배객들은 저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향일암의 모든 전각은 동향이다. 대웅전 앞마당과 함께 관음전 인근도 일출이 장관이다. 바다는 거대한 호수같이 잔잔하다. 이따금 지나가는 고기잡이배가 곱디고운 물결에 작은 흔적을 남기지만 이내 사라져버린다. 관음전 아래에는 바다쪽으로 너른 바위가 있는 데 원효스님이 참선했던 장소라고 전한다. 고요한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삼매에 들었을 스님의 모습을 머리에 그려본다. 관음전에 참배하고 금오산에 오른다. 해발 360m의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향일암 일대의 절경을 한눈에 담기에 충분하다.
     
    ▲ (左) 향일암 관음전. 좁다란 관음동굴을 지나 관음전에 닿으니 청량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 (右) 관음전 옆 관세음보살
    입상.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불자들이 있다

    금오산 형상은 거북이가 경전(經典)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 향일암 아래 바다를 향해 솟아있는 거북머리 봉우리는 산을 오를수록 더욱 더 거북머리 형상으로 보여져 신기하다. 금오산 등반로 중간부터 기암괴석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바위들은 불법(佛法)을 담은 경전처럼 하나하나 무게감이 남다르다. 금오산은 용궁을 향해 경전을 싣고 향해가는 거대한 거북이 형상을 띠고 있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바위들이 거북 등껍질처럼 마름모 문양이 들어가 있다. “용암속에 있는 두가지 다른 성분이 굳어지면서 이런 문양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는 종무실장의 귀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세음보살을 태운 거북이가 경전을 싣고 용궁으로 향하는 형상의 향일암. 불교에서 용궁은 대개 큰 바다 밑에 자리잡은 또하나의 불국정토를 뜻한다. 바다 안개를 거둬낸 금오산은 거대한 ‘반야용선(般若龍船)’이 되어 불국정토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듯 했다. “지난 겨울 화재 이후 불자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기도 드리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데…”
    주지 스님의 안타까운 마음 묻어나는 한마디
    불교신문 Vol 2637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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