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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한산시 (2)

浮萍草 2013. 6. 9. 07:00
    몸에 먼지가 없으니
    마음에 어찌 또 근심이 있으리오 
    바위에 앉으니 안개와 구름이 걷히네 今日巖前坐(금일암전좌) 오늘은 바위에 앉아 坐久煙雲收(좌구연운수) 오래도록 좌선하니 안개와 구름이 다 걷히네. 一道淸溪冷(일도청계냉) 한 줄기 깨끗하고 찬 시냇물 千尋碧嶂頭(천심벽장두) 천 길 푸른 산꼭대기에서 내리네. 白雲朝影靜(백운조영정) 아침에는 흰 구름 그림자 고요하고 明月夜光浮(명월야광부) 밤에는 밝은 달빛이 떠 있네. 身上無塵垢(신상무진구) 몸에 더러운 때가 없는데 心中那更憂(심중나갱우) 마음엔들 어찌 근심이 있으리오. 〈한자풀이〉 今(금): 이제,오늘,현재, 곧,이,이에.日(일): 해, 태양, 햇볕, 햇살. 今日(금일): 오늘. 巖(암): 바위, 가파르다, 낭떠러지. 前(전): 앞, 위치나 시간상으로 본 앞,나아가다,…에게(편지에서 받는 사람의 이름 밑에 씀).坐(좌): 앉다,앉아서. 여기서는 좌선(坐禪)의 뜻임. 久(구): 오래다, 오래 기다리다, 변하지 아니하다. 煙(연): 연기,연기가 끼다. 여기서는 번뇌 망상을 듯함. 雲(운): 구름. 여기서는 불성을 가리는 먹구름 즉, 번뇌를 상징함.煙雲(연운): 연기와 구름. 여기서는 청정한 본래마음을 가리는 번뇌 망상을 상징함. 收(수): 거두다, 거두어 들여 절리하다, 정제(整齊)하다. 一(일): 하나, 일, 제일. 道(도): 길, 이치,근원,기능,방법,사상.一道(일도): 한 줄기, 한 가지 길.淸(청): 맑다, 빛이 선명하다,탐욕이 없다.溪(계): 시내.시냇물. 淸溪(청계): 맑은 시냇물, 번뇌를 없애 줄 수 있는 청량수. 冷(냉): 차다,맑다.千(천): 일천,천 번, 많다.尋(심): 찾다,캐묻다,발(두 팔을 벌린 길이. 7자 또는 8자). 천심(千尋): 천 길, 아주 긴 길이. 碧(벽): 푸르다, 푸른 옥돌. 嶂(장): 높고 가파른 산. 벽장(碧嶂): 깊고 높은 푸른 산. 頭(두): 머리, 꼭대기, 시초, 우두머리. 白(백): 희다, 흰빛. 雲(운): 구름. 白雲(백운): 흰 구름,선시에서는 선사의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마음을 상징. 청산은 체(體)를 상징 하고 백운은 용(用)을 상징함. 조(朝): 아침, 처음. 영(影): 그림자. 정(靜): 고요하다, 맑다, 선(禪)을 정려(靜慮)라고 번역한다. 明(명): 밝다, 환하게. 月(월): 달, 광음(光陰). 明月(명월): 밝은 달, 선가에서는 밝은 마음 즉, 깨달음을 얻은 마음을 상징. 夜(야): 밤. 光(광): 빛, 빛나다. 夜光(야광): 밤중에 빛을 발하다. 夜光珠(야광주): 밤에 빛을 발하는 구슬, 마음을 상징함. 浮(부): 뜨다, 떠 오르다, 둥실둥실 떠 움직이다.身(신):몸,신체.上(상); 위. 無(무): 없다(금지의 뜻). 塵(진): 흙 먼지, 티끌, 속세(俗世). 구(垢): 때, 더럽혀지다, 티끌. 진구(塵垢): 때, 티끌, 속세의 번뇌를 상징함. 心(심): 마음, 심장. 中(중): 가운데, 치우치지 않다. 那(나): 어찌, 어찌하랴, 어떻게. 更(갱): 다시, 고치다, 새로워지다. 憂(우): 근심, 근심하다, 번뇌.
    ㆍ아침엔 흰 구름 속에서 노닐고, 밤엔 밝은 달빛 아래 노니는 한산의 탈속(脫俗)한 경계는 선경(禪境)이다, 절창이다! <풀이> 맹자는 “도(道)는 가까운데 있다.”고 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있다는 뜻이다. 마조대사의 선풍인 “평상심이 불도이다(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과 통하는 것이다. 선의 달인은 시끄러운 세간의 저잣거리에서도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선 수행이 가능하고, 온갖 세상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염 되지 않는다(萬境不染).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모두 선이 아닌 것이 없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자재하고 무장무애하다.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 원래 선과 도는 세간과 출세간, 재가와 출가의 구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처음 발심하여 출가수행을 하거나 처음 참선 수행할 때는 오탁 세간(五濁世間)을 떠난 고요하고 깊은 산이 적합하다. 물론 깨달은 후에는 하산 출세(下山出世)를 해야 출가 수도의 거룩한 목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산은 깊은 산속의 암벽을 자신의 수행처로 삼았다. 집에서 가까이 있는 나무는 사람의 눈에 자주 보이므로 쉽게 잘려서 땔나무로 쓰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자란 나무는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큰 대들보감으로 자란다. 큰 도인은 깊은 산속에서 나온다는 말이 이런 뜻이다. 조사 스님 가운데 석두(石頭), 암두(巖頭), 운암(雲巖)과 같은 용상(龍象) 선지식이 모두 한산과 같은 외로운 바위 위에서 참선 수행 하여 불과(佛果)를 성취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는 5언율시이다. 한산의 시 가운데 대부분이 5언시이다. 앞에서 살펴본 〈한산심(寒山深)〉처럼 명품 3언시도 몇 편 있지만 너무 짧고,7언시는 5언시보다 수사(修辭)의 기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언어의 절제를 특성으로 하는 선시의 특성상 5언시가 가장 적합하다. 한산의 시 311수 가운데 5언시가 283수나 된다. 이 시는 시의 내용으로 살펴보면 선시의 전형적인 산거시(山居詩, 雲居詩, 雲水詩)이다. 산거시란 산중 생활의 서정을 읊은 시이다. 산이 있으면 구름이 있고 시냇물이 있으므로 운수시라고도 한다. 청산(靑山) 백운(白雲)이다. 1연 “오늘은 바위에 앉아 오래도록 좌선하니 안개와 구름이 다 걷히네”는 자신의 일상 수행생활을 서술한 평범한 시구이다.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은 계율 ․ 선정 ․ 지혜(戒定慧) 3학(三學)이다. 삼학을 통해서 3독심(탐욕 ․ 분노 ․ 어리석음)을 제거하면 괴로움이 소멸되어 열반(평화)를 얻어 아라한(수행이 완성된 사람)이 된다. 불교의 모든 수행법의 기본이 삼학이다. 참선을 위주로 수행하는 선종은 오로지 참선(좌선)만 수행하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고 주장하는 하나의 종파이다. 여기서 안개와 구름은 시야(視野)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밝고 청정한 본래마음인 불성(자성)을 덮고 있는 번뇌망상을 상징한다. 번뇌망상을 제거하는 수행법이 좌선이다. 마음이 고요하여 안정되면 실체가 없는 나그네처럼 우리의 마음에 나타났던 번뇌망상은 저절로 사라진다(客塵煩惱).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사라지고 밝은 해가 드러나는 것과 같다. 바위에 앉아 좌선하는 것은 생명을 건 투철한 수행이다. 바위는 미끄럽다. 바위에서 참선하다 졸면 떨어져서 죽는다. 당나라 때 백낙천을 교화시킨 조과(鳥窠)선사는 나무둥지에서 참선을 했다. 한 생각이라도 망상을 일으키면 떨어져서 죽고 만다. 2연 “한 줄기 깨끗하고 차디찬 시냇물 천길 푸른 산꼭대기에서 내리네”는 뜨거운 번뇌(熱惱)를 식혀주는 것은 시원한 시냇물이다 (淸溪冷). 천길 푸른 산꼭대기에서 내리는 맑고 차디찬 시냇물이다. 이것은 한산의 수행력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읊은 것이다. 2연과 다음 3연은 공간과 시간이 대비(對比)되는 절묘한 대우(對偶: 상대와 짝을 이룸)를 이루고 있다. 한시의 생명은 대구(對句: 서로 상대가 되는 시구)와 운율(韻律: 법칙성이 있는 소리의 가락)이다. 3연 “아침에는 흰 구름 그림자 고요하고 밤에는 밝은 달빛이 있네(白雲朝影靜 明月夜光浮)”는 아침(朝)과 밤(夜)의 시간적 대비, 흰구름 그림자(白雲影)와 밝은 달빛(明月光) 그리고 고요히 떠있다(靜)와 두둥실 떠있다(浮)가 대구를 이루어 한산의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아침에는 흰 구름 속에서 노닐고, 밤에는 밝은 달빛 아래 노니는 한산의 탈속(脫俗)한 경계는 선경(禪境)이다. 절창이다. 박석 교수는 〈한산자 선시 연구〉 논문에서 이 시구를 ‘천취(天趣)가 깃들인 구절’이라고 평하였다. 천취(天趣)란 모든 기교를 다하면서도 그 흔적이 없는 천연혼성(天然渾成)의 경지를 말 한다. 마지막 결연(4연) “몸에 더러운 때가 없는데 마음엔들 어찌 근심이 있으리오”는《육조법보단경》에 나오는 신수대사와 혜능대사의 오도송을 환골탈태(換骨脫胎)한 시구이다. 신수대사의 게송 1구와 2구는 다음과 같다. “신시보리수 심여명경대(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혜능대사의 게송 3구와 4구는 다음과 같다. “본래무일물 하처유진애(本來無一物 何處有塵埃)” 시구의 형식(틀)은 신수대사의 게송을 취(取)하였고 시의 뜻은 혜능대사의 게송을 취하였다. 몸(身)과 마음(心)이 대구를 이루고 있다. 이 시를 통해 한산의 선시는 혜능의 선풍과 종지를 따른 것을 알 수 있다. 시작(詩作)에서 유명한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여 시를 짓는 것을 용사(用事)라고 하고 또 다른 시인의 시구를 자신의 시구로 바꾸는 환골탈태의 기법이 있다. 용사나 환골탈태의 기법도 잘 활용하면 시를 덧보이게 한다. 한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운율(韻律)에 각운법(脚韻法, 音位律)이 있다. 이 시는 각 연의 끝에 ‘수(收)’, ‘두(頭)’, ‘부(浮)’, ‘우(憂)’ 등을 정확하게 배치하여 압운하여 한시의 품격에서 손색이 없는 시이다. 한산시 가운데 시의 품격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형중 법사(문학박사)
    Mediabudd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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