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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조미료(MSG)가 한국 음식의 전통 양념인가

浮萍草 2013. 3. 17. 07:00
    20년 동안 음식 타박당하던 주부… MSG 넣었더니 남편이 '이 맛이야'
    식당들 '안 넣으면 손님이 불평해'
    미슐랭 별 받은 뉴욕 한식당조차 '부대찌개는 MSG 넣어야 정통'…
    이미 조미료에 '미각 잃은' 한국인
    부 경력 20년차인 장문자(가명)씨는 결혼한 이후 줄곧 남편의"당신은 음식 솜씨가 없다"는 핀잔을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남편이"당신은 김치찌개를 정말 못 끓인다. 
    사 먹는 김치찌개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김치찌개쯤이야.'
    김치는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부쳐주신다. 
    남편이 평생 길들여져 극찬하는 김치이니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국물이 문제였다. 
    장씨는 쇠고기부터 돼지고기,멸치 다시마 등 각종 재료로 우린 육수로 매일 김치찌개를 끓였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남편은 "당신이 만드는 김치찌개는 뭔가 부족하고 밋밋하다"며 시큰둥했다. 
    좌절하고 포기하기 직전 장씨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김치찌개에 인공 조미료(MSG)를 넣어봤다. 
    남편은 "이제야 김치찌개가 제맛이 난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날 이후 장씨는 남편이 아무리 자신의 요리 솜씨를 타박해도 피식 웃는다. '맛도 모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한국 음식 맛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특히 MSG에 대해선 민감하다고 믿는다. 
    MSG가 들어가면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1년 동안 이탈리아로 연수를 다녀온 뒤 한동안 한식당에 가지 못했다. 
    그 대신 스파게티 따위 이탈리아 음식을 주로 먹었다. 
    입맛이 갑자기 서구화한 건 아니었다. 
    한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이상하게 몸이 불편하거나 아팠다. 
    졸음이 쏟아지거나, 뒷목이 뻣뻣하거나, 특별히 짜게 먹지 않았는데도 갈증이 심해 물을 계속 들이켜야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프랑스 등 서양 음식을 먹으면 그런 증상이 없었다.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한식당 음식에 들어있는 MSG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MSG에 '중독(中毒)'됐던 몸이 1년 외국 생활을 통해'해독(解毒)'됐던 모양이다. 
    음식담당 기자로서 맛에 꽤 민감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미각과 몸은 MSG에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길들여졌고 둔감해졌던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한 방송사가 최근 내보낸 '냉면육수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다. 싸구려 냉면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 그릇에 1만원이 넘는 비싼 냉면전문점까지 MSG를 사용하고 있었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 냉면집을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방송에 나온 냉면집 중 하나는 자타가 '한국 최고 냉면집'으로 인정하는 곳이었다. 이 냉면집 주인은 MSG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 PD가 MSG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그 주인은 "(MSG를) 넣지 않으면 손님들이 불평한다"고 말했다. MSG를 넣지 않고 고기로만 육수를 뽑으면 뒷맛이 밋밋하다. 그게 자연스러운 맛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고기를 제대로 쓰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불만스러워 한다고 냉면집 주인은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MSG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다. 제대로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최근 식당을 연 이가 있다. 그는"천연 재료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원가(原價)가 훨씬 많이 드는데 그렇게 애써서 만들어도 훨씬 값싸게 MSG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으로 손님이 몰리는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면서"MSG를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나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 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단지(Danji)'는 한식당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았다.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퓨전 한식 등으로 외국인 입맛에 타협하지 않고 냄새 나는 한식을 고집하는 식당이 권위있는 레스토랑 안내서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이 식당 주인이자 총주방장인 후니 김씨가 지난 4월 식당에서 쓸 간장이며 된장 등 장류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김씨가 "우리 식당에서 내는 부대찌개에는 MSG를 넣는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은 MSG에 특히 민감해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인 손님이 많은 그의 식당에서 MSG를 사용한다니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김씨가 말했다. "한국에서도 부대찌개에 MSG를 넣잖아요? 전통으로, 아니 정통으로 만들려면 MSG를 써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MSG가 한식의 전통 양념으로 외국인들에게 알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착잡했다. 아니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일까.
    김성윤 조선일보 대중문화무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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