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삶 99세까지 팔팔하게 삽시다

14 핀란드 '30년 소금 전쟁'… 심장병 사망 80% 줄어

浮萍草 2013. 3. 14. 07:00
    한국만큼 짜게 먹던 핀란드, 소금 섭취 40% 줄이기 기적
    - 국가차원 첫 나트륨 줄이기
    장기간 바다항해 바이킹 후손… 짠 '염장 음식문화'에 길들여져
    70년대 男심장병 사망 급증에 정부·시민단체·식품회사 뭉쳐
    - 핀란드 "이제 저염 식사는 상식"
    국민 절반, 고혈압 환자였는데 국민 평균 혈압 이젠 정상으로
    난 18일 월요일, 북유럽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점심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평범한 다운타운 레스토랑에 들어가 이곳 사람들이 거의 매일 먹는 청어 요리를 주문했다. 
    우리식 꽁치 요리와 같은 짭조름한 맛을 예상했던 기자의 예측은 바삭 튀겨져 나온 청어를 한입 무는 순간 바로 빗나갔다. 
    소금 간이 전혀 없는 담백한 맛이었다.
    이날 오후 핀란드 심장협회 마리야나 라티-코스키(48) 보건본부장과 함께 헬싱키 동북부 주거지역 올테르만닌티에 거리 'K 수퍼
    마켓'을 찾았다. 
    본부장은 진열대에서 '하트' 표시가 겉면에 붙은 햄과 치즈 제품을 바로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이게 바로 우리 협회가 2000년부터 저염(低鹽) 식품이라고 승인한 라벨 표시입니다. 
    '더 나은 선택(Better Choice)'이란 글씨도 함께 쓰여 있지요."
    19일 오후 핀란드 헬싱키의 수퍼마켓 ‘알레파’에서 사라 리트보스(32)씨가 저염 식품을 골라 담고 있다. 그는 “특히 젊은 핀란드
    인들에게는 저염 식품을 골라 사는 게 일종의 상식과도 같다”고 말했다. /헬싱키(핀란드)=김성모 기자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소금 섭취 줄이기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1970년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핀란드는 '먹는 것' 자체보다 '더 나은 먹을거리'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979년 당시 핀란드 남성과 여성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5160㎎과 4160㎎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인의 섭취량(4791㎎)과 유사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000㎎ 이하)의 2배를 훌쩍 넘는다. 1970년대 초반 핀란드 남성의 심장병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358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고혈압 환자도 급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핀란드의 전통 음식문화 때문이었다. 8~10세기 유럽 해역을 장악했던 바이킹은 장기간 항해를 위해 생선에 소금을 잔뜩 뿌려 보존했다가 꺼내 먹는 염장 음식문화를 발달시켰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1970년대 중반 식품업체 등과 함께 나트륨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저염 프로젝트'는 1970년대 중반 심장병 환자가 유난히 많았던 핀란드 동부 북카렐리아(North Karelia) 지역에서 처음 시작됐다. 5년 동안 지역 주민 식생활 역학 조사가 이뤄졌고 이를 근거로 소금기와 지방질을 빼는 식생활 개선 운동이 펼쳐졌다. 1993년에는 '소금표시법'이 제정돼 모든 가공식품에 나트륨 함량을 표시토록 했다. 권고치를 넘는 식품에는 고(高) 염분 경고등, 저염분 식품에는 푸른 신호등이 표기됐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그림 보기가 가능 합니다.

    헬싱키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반타 지역,핀란드 최대 제빵 업체 파제르(Fazer)사(社) 생산공장에서 만난 삼사 하라실타(64) 연구본부장은 "핀란드인 주식인 호밀빵 염도가 과거에는 2.0% 수준이었는데 1978년부터 줄이기 시작해 1980년대 1.8%, 1990년대 1.5%로 점차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이제는 염도 0.7% 초저염 빵도 잘 팔린다고 그는 전했다. 범정부 나트륨 줄이기 성과는 대단했다. 2012년 핀란드 남성과 여성의 나트륨 섭취는 3200㎎, 2400㎎으로 줄었다. 30여년 만에 전 국민 소금 섭취가 약 40% 감소한 것이다. 그러자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병 사망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남성 심장병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89명으로 감소했다( 1972년 358명). 40년 전 핀란드 여성 평균 혈압은 고혈압 상태인 153/92(㎜Hg)였는데, 2012년에는 127/79(㎜Hg) 정상 혈압으로 떨어졌다. 국민 절반이 고혈압 환자였던 것이 전체 평균 혈압이 정상으로 떨어졌다. 핀란드에서는 소금에서 나트륨 성분을 줄이는 대신 칼륨·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을 늘린 저염 소금이 일찌감치 일상화됐다. 소금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리올라(Oriola)사(社)는 1980년대 말부터 일반 정제염보다 나트륨 함량을 40% 줄인'팬솔트(Pan Salt)' 를 시판했다. 이에 따라 맥도널드와 같은 글로벌 패스트푸드점들도 이곳에서는 저염 소금을 쓴다. 심장협회 라티-코스키 본부장은 "이제 핀란드에서 저염식은 상식(常識)"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조선일보 기자
    Chosun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