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生活ㆍ科學ㆍ經濟

겨울철 식중독, 만만치 않다.

浮萍草 2013. 3. 2. 07:00
    근 수년 동안 겨울이면 독감이 기승을 부리더니 올해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까지 가세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 감기는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다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 
    보통 박테리아(세균)에 의한 감염은 추운 겨울에는 잠잠하기 마련인데 바이러스성 질환은 이처럼 더 기승을 부리니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입자이고 후자는 세포라는 것.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게놈(DNA나 RNA)을 단백질이 감싸고 있는 수십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입자다. 
    반면 박테리아는 세포막이 액체인 세포질을 감싸고 있고 그 안에 DNA 게놈이 들어있는 수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분의1m) 
    크기의 세포다. 
    따라서 박테리아는 바이러스보다 100배는 더 크고 부피로 따지면 100만 배나 된다. 
    참고로 사람 세포는 박테리아 세포보다 수십 배 더 크고 부피는 수만 배다. 
    따라서 바이러스 입자들이 달라붙은 사람 세포를 확대해보면 밀가루가 묻어있는 풍선처럼 보일 것이다.
    보온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운데 노출되면 동상에 걸리듯이 안에 액체를 담고 있는 세포는 영하의 날씨에 노출되면 세포가 얼고 
    그 결과 죽기도 한다. 
    물이 얼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세포막 같은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반면 입자로 고체인 바이러스는 영하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저온에서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파괴하는 효소가 거의 작동하지 못하므로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여름철에는 포도상구균 같은 박테리아가 원인인 식중독이 흔한 반면 겨울철에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유행하는 이유다.
    
    ㆍ급성장염 일으키는 전염성 질환
    노로바이러스는 비교적 최근에 존재가 밝혀진 바이러스다. 1968년 미국 노워크 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급성장염)을 일으켜 역학조사를 하다가 못 보던 바이러스가 발견 됐고 이곳 지명을 붙여 ‘노워크바이러스(Norwalk virus)’라고 명명했다. 그 뒤 비슷한 발병 사례가 잇달아 보고됐고 조사 결과 비슷한 바이러스가 원인임이 밝혀졌다. 그 뒤 노워크바이러스를 비롯해 이들 바이러스를 묶어 ‘노로바이러스(norovirus)’라고 부르기로 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지름이 27~38나노미터인 공모양의 입자로 3000개를 나란히 줄지어야 머리카락 두께가 될 정도로 아주 작다. 맨눈은 물론 일반 광학현미경에도 안 보이고 전자현미경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노로바이러스 게놈은 불과 7500염기 크기로 DNA가 아니라 RNA로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 게놈이 암호화한 유전자는 다섯 개. 이런 단순한 반(半)생명체(바이러스는 관점에 따라 무생물로도 볼 수 있다)에 사람처럼 고등한 생명체가 당하는 것이다.
    노로바이러스의 게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양성단일가닥RNA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경우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은 DNA이중나선에서 메신저RNA가 만들어지고 이 정보를 리보솜이 읽어 아미노산 사슬 즉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메신저RNA가 바로 양성단일가닥RNA다. 따라서 노로바이러스 게놈은 그 자체가 메신저RNA 역할을 한다. 즉 우리 몸에 감염한 노로바이러스는 세포 안에 RNA게놈을 밀어 넣는데 이 바이러스 게놈을 메신저RNA라고 착각한 리보솜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뻐꾸기 새끼에게 벌레를 잡아다 바치는 딱새처럼. 물론 우리 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 외부의 침략자를 알아보고 면역계가 작동해 퇴치 작전에 들어간다. 다행히 노로바이러스는 병원성이 치명적이지는 않아 대부분은 며칠 배탈을 앓고 나면 회복된다. 사람에 따라 구토와 설사,복통,식욕상실,근육통,두통,미열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물론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아기, 환자들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양성가닥RNA 게놈인 주요 병원성 바이러스로는 소아마비바이러스,수족구병바이러스, A형간염바이러스,C형간염바이러스,일본뇌염바이러스,라이노바이러스(감기바이러스) 가 있다. 지난 2003년 치사율이 10%가 넘으며 공포를 일으켰던 사스(SARS)를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와 발굽달린 동물을 괴롭히는 구제역바이러스도 여기에 속한다. 참고로 독감바이러스는 음성가닥RNA 게놈을 갖고 있다. 즉 게놈이 숙주의 세포 안에서 메신저RNA(상보적인 양성가닥RNA)로 전사된 뒤 단백질을 만든다. ㆍ노로바이러스도 B형 남자는 싫어해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소장의 세포에 감염하는데 세포 표면의 당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는다. 그런데 이 당단백질은 적혈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혈액형을 결정하는 당단백질과 비슷하고 실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같은 효소의 작용을 받는다. 따라서 혈액형이 다른 사람은 소장 세포 표면의 당단백질 구조도 조금 다르다. 그런데 노로바이러스는 O형인 사람의 당단백질 구조를 좀 더 쉽게 인식해 잘 달라붙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O형인 사람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당단백질 표면이 변형된 A형과 B형에서는 인식력이 떨어지고 특히 B형 당단백질에 더 그렇다. 2002년 발표된 한 역학조사 연구결과를 보면 O형 26명 가운데 25명이 감염됐고 그 가운데 증상을 보인 사람이 17명으로 65%였다. A형은 18명 가운데 14명이 감염됐고 12명(67%)이 증상을 보였다. 반면 B형은 5명 가운데 3명이 감염됐지만 증상 없이 지나갔다. AB형은 2명뿐이라 통계적 유의성은 부족하지만 아무튼 감염자가 없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음식물을 통해 전달된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이 요리를 준비했을 때 음식물에 바이러스가 많이 묻는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노로바이러스은 웬만한 환경에서는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충분히 익혀서 먹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또 감염된 사람의 대변에는 바이러스가 잔뜩 들어있는데 변기 물을 내릴 때 요동으로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으로 올라올 수 있다. 따라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한편 우리 주변에 묻어있는 노로바이러스를 없애려면 소위 락스라고 하는 염소계 표백제를 써야 한다. 소독용 알코올이나 평범한 세제로는 입자를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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