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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산이… 이랬다니…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작은 야산. 녹화사업과 사방공사로 생겨난 울창한 숲에 덮여 있다. 사방공사에 주로 쓰이는 수종은 리기다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등이다. 이 나무들은 토질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라 현재 사방공사 수종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쪽 그림에 등장한 산의 옛 모습을 상상해 그려봤다. 이런 벌거숭이산에서는 비바람에 토사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 육지에선 토사 유실을 막는 게 중요하지만 토사는 바다에 큰 도움이 된다. 적절한 양의 토사는 적조와 해안의 백화현상을 막아줄 뿐 아니라 해양 생물의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개입은 그래서 늘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나 보다. |
“정말 그 산이 예전에 이랬단 말인가요?”
이것이 과연 방금 전 본 그 산인가 싶었다.
박성열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장이 사진을 다시 보여줬다.
1970년대의 빛바랜 사진에는 허허벌판과 민둥산만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진한 황톳빛투성이였다.
그 모습에서 울창한 오늘날의 포항 영일 숲을 상상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ㆍ○ 산림 절반이 민둥산이었던 시절
차를 타고 달려보자.
우리나라 어디나 푸른빛이다.
나무가 없는 산은 정말 찾기가 어렵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녹화나 사방(砂防·홍수나 강풍으로 흙과 모래가 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공사) 같은 것은 매우 생경한 단어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 외국인들은 ‘붉은 산’을 한국의 특징적 풍경으로 지적하곤 했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남벌과 도벌이 만연했다.
전쟁과 가난으로 산에 있는 나무는 물론 뿌리와 낙엽까지 긁어모아 땔감으로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전체 산림의 절반가량이 민둥산이었고, 10% 이상은 사막 같은 불모지였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산림의 황폐화는 잦은 홍수와 가뭄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녹화와 사방 사업은 나라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국적인 녹화 사업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30여 년 동안 전 국토에 심어진 나무는 무려 100억 그루가 넘는다.
한국의 국토 녹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사방공사는 주로 산사태가 우려되는 장소에 한다.
이때 경사면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로 나무를 심기 때문에 사방공사는 녹화사업과 큰 관련이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는 사방기념공원이 있다.
박 원장과 둘러본 이 공원에서 사방공사의 기술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ㆍ○ 지구 표면의 40% 사막으로 변해
이제 우리나라는 녹화를 넘어 산림을 경제적, 효율적으로 바꾸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는 사막화가 커다란 골칫덩이다.
이미 지구 표면적의 40%가 사막이 됐고, 사막화는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막화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해마다 심해지는 봄철 황사는 몽골 초원의 사막화가 원인이다.
유럽과 미국의 사막화는 세계 곡물 가격의 급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사막화 대응에 ‘지구 공동체 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여러 지역의 사막화 방지 사업을 도와 왔다.
이를 인정받아 올해 가을에는 아시아 최초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우리의 뛰어난 녹화 및 사방기술이 한반도를 푸르게 만들었던 것을 넘어 전 지구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푸른 지구를 영원히 지속하기 위한 지금의 노력이 훗날 후손들에게 좋은 결실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내게 박 원장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줬다.
“모두 다 녹화하지 말고 산 하나쯤은 그냥 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마치 그랜드 캐니언 같이 협곡도 멋있고, 역사적인 본보기도 되고,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지 않았겠어요?”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장소를 그림에 담다보면 ‘과연 이곳의 예전 모습은 어떠했을까’란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그럴 때는 옛 자료를 찾아보거나, 옛 모습을 나름대로 상상해 그려보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라진 과거의 모습에 아쉬움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현재의 모습이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었다.
나는 문득 현재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나타내 보고 싶었다.
그림이 가진 특권이랄까?
옛 자료를 바탕으로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마치 삭발이라도 하듯 산의 나무를 지워 나갔다.
어느덧 너른 들판 너머 황량한 골짜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협곡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바람 속에서 짙은 모래 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도움말=박성열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장
■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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