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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억제약물 임상 허가나

浮萍草 2015. 12. 8. 22:19
    노화치료시대 열린다
     노화의 생물학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노화를 늦추기 위한 약리적 개입이 ‘어쩌면(if)’이 아니라 ‘언제(when)’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 ‘네이처’ 2013년 1월 17일자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KBS 제공
    근이’라는 개가 있었다. 그레이트 피레니즈 품종의 대형견으로 희고 풍성한 털에 점잖은 얼굴이 철없는 사람들보다 더 어른스러워보였다. 수년 전 ‘1박2일’ 같은 예능프로는 물론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도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던 상근이는 지난해 4월 만 열 살 생일을 닷새 앞두고 죽었다. 사실 10년을 살았으면 개로서는,특히 대형견으로서는 살만큼 산 셈이다. 개는 오래 살아야 15년이 고작이다. 고양이도 개보다는 몇 년 더 살지만 사람의 수명과 비교해 볼 때는 짧아도 너무 짧다. 개나 고양이를 십년 이상 키우다 떠나보낸 사람들은 상실감으로 힘들어하고 ‘다시는 개(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는 왜 사람에 비해서 이렇게 수명이 짧을까. 사실 이 질문은 좀 잘못됐는데 개나 고양이의 수명이 짧은 게 아니라 사람의 수명이 너무 긴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포유류는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긴 경향이 있지만 몸무게가 수톤에 이르는 코끼리가 60살 정도다. 따라서 덩치를 생각할 때 사람의 수명은 두세 배 더 긴 셈이다. ㆍ덩치와 수명 꼭 비례하는 건 아냐
    학술지 ‘사이언스’ 12월 4일자는 ‘노화’를 특집으로 다뤘는데 글 가운데 ‘왜 우리가 반려동물보다 오래 살까’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다. ‘정말 왜 그럴까?’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먼저 덩치와 수명이 대체로 비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 가운데 하나인 대사의 법칙은 이제 진부한 이론이라는 얘기가 있다. 대사의 법칙, 쉽게 말해 평생 뛸 수 있는 심장의 박동수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작은 동물은 대사가 왕성해(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가 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이 무척 빨리 뛰는 쥐는 수명이 2~3년밖에 안 되고 코끼리는 비가 작아 심장이 천천히 뛰어도 되기 때문에 오래 산다는 말이다. 진화, 즉 유전자의 관점에서 노화를 설명하는 게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동물이 잡아먹힐 가능성이 클수록 노화속도가 빠르다는 것.잡아먹힐 가능성이 큰 쥐의 게놈에 생리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춰봤자 1회용 컵에 금테를 두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빨리 자라 한꺼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게 더 유리한 전략이다. 반면 코끼리처럼 새끼 때만 잘 넘기면 잡아먹힐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동물은 오래 살면서 꾸준히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게 더 낫다. 사람은 중형 포유류이지만 무리를 짓고 머리가 좋아 먹이사슬 최정상에 군림하면서 수천만 년에 걸쳐(영장류, 유인원, 인류의 단계로 넘어가며) 수명이 점점 길어지게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오래 살기는커녕 오히려 수명이 더 짧은 것일까. 오늘날 수십 가지(넓게 봐서) 품종은 인류가 불과 수천 년에 걸쳐 선별한 ‘인위선택’의 결과로, 많은 품종에서 고유한 특성을 얻는 대가로 생리적 밸런스가 깨진 상태다. 대형견의 경우 성장인자의 과다분비 또는 해당 수용체의 과민화쪽으로 변이가 일어난 개체를 선별한 것일 뿐이다. 고양이과 동물도 비슷한 맥락으로 고양이와 호랑이는 몸무게가 100배나 차이가 나지만 수명은 별 차이가 없다. 고양이과 동물의 종분화가 비교적 최근(천만 년) 이내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ㆍ반려견 수명 2~5년 늘 듯
    기사에 따르면 지난 40년 사이 반려견의 기대수명이 두 배 늘어났고 한다. 물론 이게 개의 노화가 늦춰졌다는 뜻은 아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먹을 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의 기대수명이 두 배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 이유란 말이다. 오히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힘든 노년을 보내는 반려견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약에 의존해 삶의 질이 떨어진 채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같은 현상이다. 따라서 개나 사람이나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사람의 경우 ‘9988234’,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3일째 죽는 것) 노화 자체를 늦추는 길을 찾아야 한다. 놀랍게도 반려견을 대상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약물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이 얼마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병리학과의 대니얼 프로미슬로 교수와 맷 캐벌레인 교수가 주도하는 ‘개 노화 프로젝트(Dog Aging Project)’로 현재 1차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선택한 노화지연약물은 ‘라파마이신(rapamycin)’으로 원래 장기이식환자들에게 투여하는 면역억제제로 개발된 물질이다. 여기서 잠깐 노화지연연구의 역사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지연효과가 인정된 방법이 꽤 있다. 먼저 칼로리제한으로(소식 또는 간헐적 단식) 많은 동물에서 노화지연과 수명연장이 나타났다. 운동도 꽤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각종 약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했는데 미 국립암연구소는 16가지 약물 가운데 다섯 가지가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즉 아스피린, 아카보스(당뇨병약),17-알파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의 변형체),노르디히드로구아이아레트산(크레오소트라는 식물에서 분리한 성분), 그리고 라파마이신이다. 반면 효과가 없다고 분류한 11가지에는 생선기름(오메가3),녹차추출물, 커큐민(강황에서 분리한 성분),레스베라트롤(레드와인에 있는 성분) 등이 있다. 현재 화합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노화억제약물 후보가 바로 라파마이신이다. 라파마이신은 1970년 채집한 토양미생물 스테렙토마이세스 하이그로스코피쿠스가 만드는 물질로 1977년 면역억제활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99년 면역 억제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다. 그 뒤 항암효과도 밝혀져 여러 암에 대해 항암제로 승인이 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6년 효모실험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뒤이어 쥐,초파리,선충 등 여러 모델 동물에서 수명연장효과가 확인 됐다. 라파마이신은 mTOR라고 불리는 대사경로에 개입해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파마이신이 mTOR경로에 개입하면 단백질과 지질 합성이 줄어들고 자식작용이 늘어나고 염증이 억제되고 해당과정이 촉진된다. 한마디로 몸이‘비움의 생리학’ 상태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럼 애초에 비우게 진화하지...’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mTOR경로는 자연상태에서 최선의 상태로 설계된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인 삶(실험동물의 환경도 마찬가지다)에서는 약물의 개입으로 mTOR경로를 살짝 억제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아무튼 개 노화 프로젝트는 현재 10주짜리 1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체중 4파운드(약 1.8kg) 이상, 나이 여섯 살 이상의 중년 개를 대상으로 저용량의 라파마이신을 투약해 효과와 부작용을 본 뒤 긍정적인 결론이 나면 2016년 2차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2차는 프로젝트에 등록한 반려견 수백 마리를 대상으로 1~3년 동안 진행할 예정으로 개 주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의 상태 기록하고 보고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이 개의 노화를 2~5년 늦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ㆍ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화지연약물 복용하고 있을지도.
    .. 미 식품의약국은 최근 사람을 대상으로 한 노화지연약물 임상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약물은 라파마이신이 아니라 메트포르민(metformin)이라는 당뇨병약이다. 학술지 ‘사이언스’ 9월 18일자에는 이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 니르 바질라이 교수를 집중 조명한 다섯 쪽짜리 인터뷰성 기사를 실었다. 메트포르민은 1920년대 합성된 약물로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당뇨병 치료제로 쓰인 식물인 고트스루(goat's rue)의 유효성분인 구아니딘을 변형한 분자다. 구아니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직 인슐린 투여까지 가지 않은 전당뇨(prediabetes)인 사람들이 주로 복용하는 메트포르민은 연간 생산량이 3만 7000톤에 이르는 싸고 흔한 약이다. 3만 7000톤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한 정이 500mg이므로 185억 정이다.
    내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초로 진행될
    노화억제 임상 약물인 메트포르민은 수백 년
    동안 당뇨병 증상을 완화하는 용도로 쓰인
    식물 코트스루(사진)의 유효성분을 살짝
    변형한 분자다. - 위키피디아 제공
    메트포르민은 미 국립암연구소가 검토했던 열여섯 개 약물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러 동물실험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관찰됐다. 바질라이 교수가 라파마이신 대힌 메트포르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즉 라파마이신은 사람에 대해서는 면역억제제로 고농도 투여만 했지만 메트로포르민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소위 ‘하루 두세 알씩’ 꾸준히 복용해온 약물이다. 물론 위장장애 등 약간의 부작용은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FDA가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승인한 임상시험은 특정 질병에 대한 약물의 약효를 보는 실험이었다. 따라서 ‘질병이 아닌’ 노화를 타깃으로 한 임상을 승인한다는 건 FDA로서도 처음 시도해보는 모험이다. ‘사이언스’기사는 바질라리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메트포르민 임상에 대한 허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에 FDA가 임상을 허가함에 따라 결국 바질라이 교수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메트포르민의 노화지연작용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한데,세포내 에너지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를 건드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염증을 억제하고 성장인자의 분비를 떨어뜨리고 산화로 인한 손상을 줄여 결국 세포노화가 지연된다.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라는 약자로 불리는 임상프로젝트는 내년에 시작되는데,70~80세인 3000명을 대상으로 5~7년에 걸쳐 실시될 예정이다. 일단 노화지연약물 임상의 틀이 잡히면 라파마이신 등 다른 약물을 적용한 임상신청도 뒤따를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이 임상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데, 근거가 없지도 않다. 즉 지난해 학술지 ‘당뇨,비만,대사’에는 실린 논문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꾸준히 복용한 당뇨병환자들의 사망률이 다른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물론 대조군(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도 낮았다. 당뇨병환자의 기대수명이 수년 짧은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현재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수명연장효과를 덤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기대수명이 80세에 이르고 있고 여기에는 많은 약물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대수명 증가는 특정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가 합쳐진 것이지 노화 자체를 지연시킨 결과는 아니다. 그리고 특정 질병을 타깃으로 한 접근은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예를 들어 경이로운 항암제가 나와 모든 암이 완전히 정복된다고 해도 기대수명은 3년이 늘어날 뿐이다(물론 꽤 긴 기간이다). 노화 자체를 타깃으로 한 약물 임상이 시작되는 2016년은 인류와 노화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립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 비타민 한 알을 먹듯이 노화지연약물을 먹으면 노화가 수십 년 늦춰지는 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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