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평양 오디세이

‘때벗이’한 원산 갈마공항, 금강산 상봉 하늘길 열리나

浮萍草 2015. 10. 29. 11:00
    군사공항서 변신, 내달 공식 개장
    2억 달러 들여 홍콩 업체가 시공
    금강산·마식령스키장 관광벨트로
    김포공항서 비행기로 20분 거리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7월 말 원산 갈마공항에서 열린 공군 지휘관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용기편으로 도착했다. [사진 노동신문, 아람 판 페이스북]

    한 갈마공항이 놀랍게 변신했습니다. 말 그대로 ‘때벗이’(낡은 모습을 벗겨냄)를 하고 현대적인 국제공항 수준으로 발돋움한 건데요. 다음달 공식 개장할 예정이라지만 벌써부터 방문객들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죠. 활주로 길이를 2050m에서 3500m로 늘리고,계류시설도 확장해 모두 12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대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홍콩 전문업체가 공사를 맡았는데, 2억 달러(2268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는군요. 갈마공항은 강원도 원산시 갈마(葛麻)반도에 위치합니다. 길이 6㎞에 평균 폭이 1㎞인 갈마반도는 명사십리 해안과 잇닿아 있죠. 새 공항 영상을 보며 저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17년 전 첫 방북 때와 확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의 소형 프로펠러기를 타고 갈마공항에 내렸는데요. 착륙하자마자 활주로 한복판에서 급히 엔진을 꺼버리는 바람에 어리둥절했죠.
    그런데 낡은 군용 지프가 다가오더니 비행기 랜딩기어에 밧줄을 묶고 끌기 시작했습니다. 항공기 연료를 아끼려 했다는군요. 곳곳에 미그-19와 미그-21 등이 배치돼 있는 군사공항이었죠.
    새로 건설된 갈마공항 내부. [사진 노동신문, 아람 판 페이스북]
    지난해 7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시로 민항기도 이용하는 국제공항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갈마공항 현대화는 2년 전 북한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청사진을 밝히면서 이미 제시됐습니다. 원산에 국제공항과 호텔을 건설해 금강산은 물론 마식령스키장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죠.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19개 경제개발구를 제시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 되자 원산 등 핵심 지대에 북한 돈으로 시설투자를 시작한 겁니다. 갈마공항이 투자 1순위로 꼽힌 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별한 원산 챙기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데요. 1960년대 초 일본 니가타에서 만경봉호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원산이죠. 김정은이 원산에서 출생했다는 설과 함께 고영희가 ‘원산댁’으로 불렸다는 첩보도 있을 정도입니다. 금강산 이산상봉과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20분 거리인 데다,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국도 7호선으로 연결돼 편리하기 때문인데요. 상봉장으로 가는 하늘길이 열리면 접근성이 높아져 상봉규모 확대나 정례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항공편을 이용해 관광특구를 만들려는 북한의 구상은 원산에서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미 백두산과 인접한 양강도 삼지연과 함경북도 어랑군에 공항을 짓는 계획이 착수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삼지연비행장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어랑비행장의 경우 칠보산 관광을 염두에 뒀다고도 합니다. ‘한반도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릴만큼 칠보산은 경치가 빼어납니다. 평양과 지방의 4개 공항을 거점으로 관광특구를 가동하겠다는 김정은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Joins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yjlee@joongang.co.kr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