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환경생태 물바람숲

식물 55% 꿀에 카페인 타 꿀벌 ‘착취’

浮萍草 2015. 10. 20. 12:55
    원래 초식동물 쓴맛으로 물리치기 위해 잎에 있던 성분, 식물 55%가 꽃꿀에
    "꿀벌에 약물 주입하는 셈", 꿀벌은 카페인 의존으로 꿀 생산 15% 줄어
    식물과 꿀벌 사이는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꿀을 얻는 호혜적 관계로 알려졌지만 식물이 카페인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영국에서 노동자 계급에 홍차를 보급한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오후에 피로를 풀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려는 자본가의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옥순, <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그런데 영국 자본가보다 훨씬 전에 식물은 카페인의 각성효과를 이용해 꿀벌을 부려왔음이 드러났다. 마거릿 쿠빌론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5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많은 식물이 꿀물에 카페인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꿀벌로 하여금 더 자주 충실하게 꽃을 방문해 꽃가루받이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자들의 야외실험에서 고유번호를 단 꿀벌 한 마리가 카페인이 든 설탕물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사진=Dr. Roger Schürch

    게다가 카페인이 든 꿀물은 꿀벌이 꽃의 당분 함량을 과대평가하도록 만들어 결과적으로 벌의 꿀 생산량을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꿀벌과 식물의 관계는 꽃가루받이와 꿀물을 주고받는 “호혜적이라기보다 착취적 관계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카페인은 식물이 생산하는 쓴맛을 내는 화학물질로 잎이나 씨앗에 넣어 초식동물을 물리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우연히 꿀물에도 카페인이 포함되는 변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냈다.  꿀벌은 카페인을 선호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꿀벌은 카페인이 든 꿀물을 만드는 꽃을 다른 꽃보다 3배나 잘 기억한다.   연구자들은 “꿀물의 카페인은 약물 주입과 비슷하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현재 식물의 55%에 낮은 농도이지만 꿀물에 카페인이 들어있음은 이 화학적 전략의 유효성을 보여준다.
    천적을 피해 도망치지 못하는 식물은 화학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탁월하다.카페인은 그런 화학무기의 하나이다.공생으로 알려진 식물과 동물의 다른
    관계도 새롭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꿀을 빠는 벌은 습관적으로 커피나 홍차를 마시는 노동자와 비슷한 의존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사진=탁기형 기자

    연구자의 야외실험 결과 꿀벌이 야생에서와 같은 농도의 카페인을 탄 설탕물 먹이 터를 방문하고 그 사실을 둥지 속 동료에게 춤으로 알리는 경향과 빈도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4배나 높았다. 카페인의 효과는 꿀벌 개체를 넘어 집단 전체에 미쳤다. 꿀벌들은 같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꽃을 거들떠보지 않고 카페인을 제공하는 꽃에 집착했다. 꿀벌이 카페인이 든 꿀물의 먹이 질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함으로써 결국 꿀벌은 적정한 꿀을 확보하지 못하는 손실을 보게 된다. 식물은 카페인을 제공하는 대신 꿀물의 당분 함량을 낮출 것이다. 연구자들은 식물의 40%가 카페인이 든 꿀물을 내는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곳에서보다 매일 꿀벌이 생산하는 꿀이 14.5% 줄어들 것으로 모의 예측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야생에서 벌어지는지 실험으로 확인하는 일은 과제로 남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ouvillon et al., Caffeinated Forage Tricks Honeybees into Increasing Foraging and Recruitment Behaviors, Current Biology (2015), ☞ http://dx.doi.org/10.1016/j.cub.2015.08.052 ☜
    Ecotopia Hani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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