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3 경복궁 근정문 상량문

浮萍草 2015. 10. 3. 06:00
    불 뿜는 용? 불 끄는 용!
    수(水) 글자

    확대해 보면 ‘水’ 자는 1000개의 용(龍) 자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무량한 물을 상징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은 경복궁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알기는 어려우니 쉬운 것부터 살펴보자 숭례문에 화재가 일어났을 때 목조건물의 구조상 화마(火魔)가 얼마나 가공할 재난을 낳는지 모두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숭례문은 도성(都城)의 문에 불과하다. 흥선 대원군이 이제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황제의 나라가 되었으므로 그에 걸맞은 국력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임진왜란 때 전소한 경복궁을 중건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도 화마였다. 경복궁은 1865~1867년 전국의 소나무를 물색하여 전체 7225칸의 대규모로 다시 지은 정궁(正宮)이므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우선 광화문 앞에 마주 배치한 해치 조각도 몸에 무량보주가 새겨 있어서 물을 응축시킨 모양을 상징하는 보주(寶珠)의 집적임을 알 수 있다. 정전(正殿)인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勤政門)을 보수할 때 상량문과 함께 나온 세 가지 화마 방지책이 있었으니 첫째는 용 그림이요,둘째는 물 수(水)라는 글자요, 셋째는 모서리마다‘水’자를 새기고 그 부분만 도금한 육각형 은판이다. 이 세 가지는 무엇을 상징할까, 왜 상량문에 넣었을까? 첫째, 용이란 강력한 물을 상징한다. 용 그림을 채색 분석해 보면 고구려 벽화에서처럼 양 어깨 부분에서 불꽃 모양이 뻗쳐 올라간다. 불꽃 모양 같지만 불꽃이 아니라 용을 탄생시키는 생명 생성의 근원인 영기문이다. 용과 용의 입에서 생긴 보주의 가치는 같다. 하나의 큰 보주이지만 용처럼 무량한 보주, 즉 무한한 바다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둘째, 물을 뜻하는 ‘水’라는 글자는 자세히 보면 용(龍)이라고 쓴 작은 글자 1000개를 모아 ‘水’라는 글자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확대해 보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용이라는 존재가 바로 무량한 물이라는 상징을 이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한 예를 보지 못했다. 용을 ‘상상의 동물’이라 인식하고 있으면 그 오랜 선입관 때문에 용이 무량한 물이라는 고차원의 상징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셋째, 육각형 은판의 귀마다 새겨진‘水’자는 중요하므로 금색으로 칠했다. 육각형을 잇대어 놓은 문양은 으레 귀갑문(甲文)이라 부른다. 그러나 육각형은 물의 구조다. 그래서 필자는 육각수문(六角水文)이라 부르고 있다. 물이 얼어서 생긴 눈은 공통적으로 육각형의 모양을 띤다. 육각수문을 연접하면 모서리가 셋이 모여 묘(淼)라는 글자를 이룬다. 이 글자는 바다같이 넓은 물을 가리킨다. 나무가 셋 모이면 삼(森)이란 글자가 돼 숲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세 가지 물을 상징하는 전혀 다른 표현 방법으로 부적 같은 것을 만들어 상량문과 함께 봉안한 뜻을 헤아려 보면 옛 장인들이 얼마나 화마를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다. 목조로 지은 궁궐은 화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1세기 세계 굴지의 대도시라는 서울의 소방차를 모두 동원해도 숭례문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 하물며 한 건물이 타면 모든 전각에 번져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는 경복궁은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당시 화마를 미리 막는 것은 여러 가지 상징적 방법밖에 없었다.
    Seoul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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