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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일본 적송? 자생식물 영어이름 바로잡는다

浮萍草 2015. 8. 11. 09:48
    광복 70돌 맞아 '나무 이름도 광복'…국립수목원 자생식물 영어 이름 목록집 발표
    한·중·일 공통종인 감나무, 밤나무, 느티나무, 벚나무도 영문명은 '일본~'
    ▲  광복 70돌을 맞아 국립수목원과 식물분류학회가 한반도가 세계적 분포의 중심지인 소나무.영문 이름을`일본 적송'에서'한국 적송'으로 고쳐 쓰자는 제안을
    했다. 사진=국립수목원
    나무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무다. 아기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꼽은 금줄을 걸었고 소나무로 만든 가구와 집에서 살며 소나무를 때 지은 밥과 솔잎을 깔아 찐 송편,송홧가루를 먹었다. 그러다 죽으면 소나무 관과 함께 솔숲에 묻혔다.  이처럼 우리 문화를 외국에 소개할 때 빼놓기 힘든 것이 소나무이지만,이 나무의 영어 명칭은‘일본 적송(Japanese red pine)’이다. 이는 19세기 중반 소나무를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알린 네덜란드 생물학자 시볼트가 일본에 머물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 (左) 붉은 수피 때문에 적송이라고 불리는 소나무. 한반도에는 1억년 이상 전부터 살아왔다. 사진=국립수목원

    광복 70돌을 맞아 소나무를 비롯한 한반도 자생식물의 제 이름 찾기가 본격화된다. 한반도가 세계적으로 소나무 분포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앞으로 소나무의 영어 이름은 ‘한국 적송’(Korean red pine)으로 표기된다.  국립수목원은 10일 한국식물분류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 자생식물 4173종의 영문 이름을 재검토해 잘못을 바로잡거나 아예 영어 이름이 없는 종은 새로 지어 수록한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 이름 목록집>을 발간했다. 목록집은 수목원 누리집과 네이버 어학사전 등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소나무는 지난 2월 산림청의 국민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7.7%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다. 소나무는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한때 소나무숲은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가 솔잎혹파리 재선충, 산불, 수종갱신 등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산림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소나무는 문화적으로 선호하는 나무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연에 가장 잘 적응한 나무이기도 하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생물지리학)는 “한반도에서 소나무 속은 중생대 백악기부터 신생대를 거쳐 현재까지 전국에서 나타나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종류”라며“현재도 한랭한 북부 고산지배부터 온난한 제주도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태적 범위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라고 설명했다.
    ▲  동아시아의 소나무 분포지역. 그림=국립수목원

    소나무는 현재 한·중·일·러 등 동북아에 분포한다. 한반도와 일본은 본토 거의 전역에서 자라고 중국은 한반도 쪽 해안 일부가 자생지다. 러시아에서는 연해주에 극히 일부가 분포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보호식물이다. 일본에도 소나무가 널리 분포하지만 숲에서 우리나라만큼 중요한 나무는 아니며 최근 소나무재선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  감나무는 우리나라 등 동북아에 자생하는 나무여서 '일본 감나무'란 영문 명칭은 맞지 않는다. 사진=이종근 기자

    이번에 소나무처럼 일본이 유일한 분포지인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있어 영문명을 바로잡은 식물에는 감나무,밤나무,느티나무,벚나무 등 한·중·일 모두에 분포하며 문화적,산업적으로 중요한 나무가 포함돼 있다. 국립수목원은 감나무는 ‘Japanese persimon’에서‘Oriental persimon’으로 밤나무는‘Japanese castanea’에서‘Common castanea’로,느티나무는 ‘Japanese zelkova’에서‘Saw-leaved zelkova: 잎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생긴 느티나무라는 뜻),벚나무는‘Japanese flowering cherry’에서 ‘Oriental flowering cherry’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인데도 일본 이름이 잘못 붙어있는 식물의 이름도 이번에 바로잡았다. 섬벚나무는 울릉도 특산식물로 육지 벚나무보다 꽃과 열매가 더 큰 종인데 1918년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가‘다케시마 벚나무’(Takeshima flowering cherry)라고 적었다. 이번에 섬벚나무는 ‘울릉도 벚나무’란 뜻의 Ulleungdo flowering cherry란 이름을 얻었다.
    ▲  세계에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섬벚나무. 이번에 제 이름을 찾게 됐다. 사진=국립수목원

    이밖에 연보라색 꽃으로 산속에서 이른 봄을 알리는 얼레지도 동북아에 공통으로 분포하는 식물이어서 ‘Japanese fawnlily’에서 ’Asian fawnlily’로 바꾸었다. 찔레꽃도 동북아에 널리 자생하므로 장미를 닮은 꽃이 여러 송이가 함께 핀다는 뜻에서 ‘Japanese rose’ 대신 ‘Multiflora rose’로 적기로 했다.  이번 작업으로 영어 이름이 없던 한반도 자생 식물 2000여 종이 새로 이름을 얻게 됐다. 한국 특산식물로 양귀비꽃을 닮은 노란 꽃을 피우는 매미꽃에는‘한국 숲 양귀비’(Korean forest poppy)라는 영어 이름을 달았다. 역시 특산식물인 홀아비바람꽃은 ‘한국 아네모네’(Korean anemone)로 불리게 됐다.  한반도에 널리 분포해 우리 정서에 친근한 식물은 한글 발음 그대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쑥(Ssuck), 냉이(Naeng-i)가 그런 예이다.
    ▲  한국 특산 식물인 고려엉겅퀴.나물 이름인 곤드레가 영문 이름으로 정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또 개나리는 발음 그대로인 Gaenari 또는 Korean goldenbell tree, 고려엉겅퀴는 곤드레 나물의 원료여서 곤드레(Gondre) 또는 Korean thistle을 영어 이름으로 제안했다. 명이나무로 불리는 울릉산마늘도 Myeong-i 또는 Siberian broad-leaf allium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반도 특산식물인 미선나무는 Miseonnamu 또는 Korean abeliophyllum으로 적기로 했다. 국제적으로 식물에 붙이는 이름에는 학명과 일반명이 있다. 학명은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라 정해지며 가장 먼저 등록된 이름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유지된다. 일반명은 각 나라에서 저마다 부르는 이름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식물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민족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식물이 가진 가치를 포함하는 상징이므로 올바른 영어이름으로 부르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cotopia Hani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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