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일본식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27)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어쩌다 식당에 들어서면 식은땀부터 흘린다. 몇 차례나
되풀이된 민망한 기억 때문이다.
최근 친척 사이로 보이는 한국인 50대 남녀 여행객 4명이 식당을 찾았다.
일본에서는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좌석을 안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안내도 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창가 좌석으로 직행했다.
이들을 본 일본인 종업원이 예약석이라고 하자 화를 내며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문화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좌석에 앉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본인들에겐 ‘이야기꽃’이지만 평소 주변에 폐를 안 끼치려 조용히 밥을 먹는 일본 손님들에겐 ‘소음’에 가까웠다.
주변 테이블 여기저기서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준비해온 김치와 소주를 슬금슬금 가방에서 꺼냈다.
경악한 일본인 종업원이“가져온 음식과 술은 먹을 수 없다”고 제지하자 이번엔 대놓고 식당과 일본인 험담을 내놓았다.
카운터 앞에 서있던 김 씨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케이팝과 한류 드라마 덕분에 가게 주인과 일본인 종업원 일부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김 씨가 다가가“여기 한국말 다 알아들어요”라고 하자 이들은 깜짝 놀라며 말문을 닫았다.
이들이 식당을 떠나자 점장은 김 씨에게“간코쿠진와 얏파리 겐키데스네(韓國人はやっぱり元氣ですね·한국인은 역시 활력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국경의 섬’으로 불리는 쓰시마(對馬) 섬은 연 20만 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일부 이자카야(居酒屋·선술집)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사절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이자카야 주인은 일본 언론에다 “한국인 손님을 받으면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東京)에서 관광·출장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한국인들은 사전에 매너를 설명해도 이를 무시하고 한국식으로 해버리는 사례가 많다.
자존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게 일종의 국제 매너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 Donga ☜ ■ 배극인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bae2150@donga.com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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