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번식하고 남아프리카 월동, 베이징 둥지에서만 내려앉아…학명 '다리 없다'
평생 나는 거리 18만㎞, 지구~달 거리 절반…초소형 센서로 수수께끼 풀어
 | ▲ 번식지인 베이징 이화원에서 국제연구팀 소속 학자와 탐조가들이 최근 초소형 센서를 부착한 뒤 1년뒤 돌아온 칼새로부터 센서를 회수한 뒤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베이징탐조협회 등 2015. |
방대한 호수와 정원, 궁전이 있는 세계유산인 베이징의 ‘여름 궁전’ 이화원에는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칼새들이 날아들어 둥지를 튼다.
제비처럼 생긴 이 비행의 대가는 땅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다리가 없다’는 뜻의 학명을 지녔다.
이들은 이화원에서 번식을 하고 7월말 새끼가 자라면 어디론가를 향해 떠났다 이듬해 봄 어김없이 돌아왔는데 8달 동안 어디에 가서 무얼하고 지내는지 등은 수수
께끼였다.
이 작은 새가 상상을 초월하는 먼 여행을 해왔음이 마침내 밝혀졌다.
 | ▲ 베이징 이화원의 '장수 언덕'. 이곳에서 번식하는 베이징칼새는 이화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진=André Holdrinet, 위키미디어 코먼스 |
베이징탐조협회 등 중국,벨기에,스웨덴,영국의 조류학자와 탐조가들은 지난해 이화원에서 베이징칼새 31마리를 붙잡아 초경량 센서를 부착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번식지로 돌아온 칼새 가운데 센서를 붙였던 13마리를 포획했다.
센서에는 새의 위치를 1분 단위로 측정한 데이터가 들어있었다.
자료를 1차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베이징을 떠난 칼새들은 몽골과 티베트 고원 북쪽을 지난 뒤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아프리카로 진입했다.
이어 열대 아프리카를 관통해 남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웨스턴 케이프에서 겨울을 났다.
20개 나라의 국경을 넘는 편도만 1만 3000㎞의 여정이다.
 | ▲ 베이징칼새의 시기별 이동 경로. 베이징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에 갔다가 3달쯤 머물다 다시 길을 되짚어 베이징에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림=베이징탐조협회 등 2015 |
더 놀라운 건 이 새들이 전혀 땅에 내리지 않고 이듬해 같은 길을 더듬어 중국의 같은 지점에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곤충을 잡아먹거나 물을 마시고 잠을 자며 짝짓기를 하는 행동은 모두 날면서 했다.
칼새가 처음 땅에 발을 딛는 것은 번식지인 베이징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때뿐이다.
둥지를 갓 벗어난 어린 칼새는 자라서 번식할 때까지 2~3년을 공중에서 보낸다.
베이징 칼새가 평생 나는 거리는 18만㎞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절반에 해당한다.
 | ▲ 지난해 여름 베이징탐조협회 회원들이 초소형 센서를 부착한 뒤 베이징칼새를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베이징탐조협회 등 2015. |
연구에 참여한 수잔 오케손 스웨덴 룬트대 교수는“중국과 아프리카 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새들에서도 보기 힘든 일로서,고도로 공중에 적응한 이 새가 멀리 떨어져
있는 풍부한 먹이 터를 탐색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 보도자료 ☜ 에서 말했다.
베이징탐조협회는 2007년부터 베이징칼새를 대상으로 다리에 인식표를 붙이는 작업을 해 왔다.
이번 연구는 지난 30년 동안 60%나 감소한 이 새의 보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기대했다.
 | ▲ 유럽을 떠난 뒤 땅을 딛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오는 사실이 밝혀진 알프스 칼새. 베이징칼새는 이 칼새의 아시아 아종이다. 사진=Keta, 위키미디어 코먼스 |
최근 초소형 센서를 활용하면서 신비에 싸인 칼새의 이동행동이 차츰 밝혀지고 있다.
유럽에 사는 칼새가 월동지인 아프리카에서 땅에 내리지 않고 겨울을 난 뒤 알프스로 돌아오는 행동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 관련기사=200일 연속 비행 알프스 칼새 ‘날기 지존’. ☜
☞ Ecotopia Hani ☜ ■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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