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文化財사랑

만드는 재미 노는 재미, 수수깡 안경

浮萍草 2015. 3. 19. 22:31

    ㆍ옛 기록에 전하는 수수깡 수는 조,피,기장과 함께 고대로부터 주요 식량의 하나였다. 특히 수수는 생육 기간이 다른 작물에 비 해 짧고 척박한 땅이나 가뭄에 강해서 구황식물의 하나로 각광 받았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다음과 같이 명절의 풍습을 노래했다. ‘종로거리를 나서니 길은 십자로 통했고 밤을 알리는 종소리 뗑 뗑 들리는구나 신년에 온 나라는 화간을 허옇게 세고 풍속에 따라 집집마다 약밥을 먹는구나 (중략)’
    여기에서 화간禾竿이란 정월 대보름날 풍년을 기원하면서 수수깡으로 벼나 조 이삭의 모양을 만들어 다는 것을 말하는데 수수깡이 주술에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밖에 김경선(金景善,1788~1853)이 중국 동지사로 중국을 방문한 후 북쪽 지방에 수수깡이 지붕의 재료,거름,울타리,온돌의 자리,곡식이나 과일 바구니,연료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수수깡의 쓰임이 많았다. 연료로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집 의 벽을 만들 때 엮어 기둥으로 삼고 양쪽에 흙을 발라 쓰기도 하고 얇은 부분만 추려서 발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ㆍ쓰임 많고 흔해 놀이감이 된 수수깡
    이렇듯 알곡에서부터 수수깡까지 쓰임이 많았기에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이는 아이들의 놀이감으로 활용하기가 쉬웠다. 놀이감의 활용 중에 으뜸이 수수깡 안경이다. 필자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70년대 미술 공작 시간에 꼭 수수깡 안경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문구점에 갔더니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수깡을 주면서 이것밖에 없단다. 그래서 수수깡의 껍질도 써야 한다고 하니 그건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재배면적이 줄고 손 이 많이 가는데 비해 값이 헐해서 더 이상 만들지 않아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것이다. 급기야 시골에 가서 빈 들판을 돌아다니며 어렵 게 수수깡을 구해서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안경을 만들었는데 속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들게 되었다. 수수깡 안경에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게 된 셈이다. 수수깡 안경은 가을에 수확한 수숫대를 비가 맞지 않게 말려 잘 보관해 두었다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아래쪽은 속이 비어 있어서 중간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하나,속이 꽉 찬 수수깡을 20~30cm 정도 자른다. 둘,껍질과 속대 모두를 사용해야 하므로 껍질은 벗겨 따로 놓아둔다. 셋,속대는 가볍고 잘 부러지므로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2cm정도 길이의 속대 5개, 3cm정도 2개가 필요하다. 넷,안경 알 부분은 껍질을 둥그렇게 휘어서 위쪽 반원을 만들어 속대에 고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아래쪽을 만든다. 이와 같이 2개를 만들면 안경알이 완성된다. 다섯,완성된 안경알을 연결할 부위에 속대를 놓고 그 사이를 껍질로 찔러 고정시킨다. 여섯,안경알 바깥쪽의 속대를 껍질(7~9cm)로 찔 러 안경다리를 만든다. 일곱,끝 부분은 속대를 약 30°정도 비스듬히 찔러 귀걸이를 만든다. 맞은편도 이와 같이 한다. 여덟,안경이 완성되면 써보고 간격을 조정한다.

    ㆍ아이들의 작은 ‘반란’이었던 수수깡 안경
    조선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젊은이나 아이가 안경을 쓴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안경은 노인의 상징이요 이는 어른,권위,존경의 뜻으로 이해되었다. 아이들이 수수깡으로 다른 것도 아닌 안경을 만든 것은 써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반란’이었을 것이다. 안경을 쓰고 할아버지 흉내를 내면서 느린 팔자걸음을 걷고 또 헛기침도 하면서 남은 수수깡으로 만든 곰방대를 물고 주위 아이들에게 헛 호통을 치면 이에 뒤질세라 집으로 달려가 서로 만들었기에 다른 것도 아닌 수수깡 안경이 오랜 전승력을 얻게 된 것이다. 큰 잘못을 해도 ‘놀다가 그랬는데’ 하면 왠지 악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놀이가 가진 비일상-환상-상상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놀이란 어쩌면 이런 곳에서 숨 쉬고 활개 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한 것이 수수깡 안경이 아닌가 싶다. 수수깡 안경을 끼면 괜히 헛기침이 나온다. “에~헴~


    ☞ 문화재청 ☜        글. 이상호 ((사)놀이하는사람들 대표) 일러스트. 박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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