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인류의 탄생

3 '머리 큰 아기' 엄마는 괴로워

浮萍草 2015. 2. 12. 23:33
    과학동아 제공
    래 ‘어머니의 마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아기를 낳는 일은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크고 긴 고통을 동반합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아기를 낳는 일은 젊은 여자의 생명에 가장 큰 위협이었죠. 아기를 낳다가 죽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요. 힘들여 아기를 낳은 다음에 자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과다 출혈이나 감염으로 죽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아이를 낳다가 죽는 경우는 예전에 비하면 드뭅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를 낳는 일은 여성들에게 큰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를 낳는 일은 곧 성공적인 삶의 지표입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장을 계속하던 개체가 성장을 멈추고 본격적인 재생산에 들어간다는 뜻이니까요. 대부분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유독 인간에게만 위험한 일이지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과학동아 제공

    ㆍ머리는 커지고 산도는 좁아지고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새끼가 산도보다 크지 않습니다. 산도를 통해 새끼를 낳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요. 하지만 인간 태아는 산도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머리가 산도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400만~500만 년 전의 초기 인류는 여러모로 유인원처럼 생겼습니다. 머리 크기도 침팬지 머리 크기와 비슷했죠. 단지 직립 보행을 했다는 점만 달랐습니다([인류의 탄생 ②] ‘최초의 인류는 누구’ 기사 참조). 그 후 인류의 머리 크기는 점점 커졌지만 몸 크기는 200만 년 전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류에게 출산이 유독 두려운 일이 된 데에는 진화
    적인 이유가 있다. - 동아일보 제공
    특히 골반이 문제가 됐습니다. 머리가 큰 아기를 낳기 위해서 골반은 넓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골반이 좁을수록 좋습니다.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머리가 점점 커졌지만 직립 보행을 했기 때문에 골반은 상대적으로 작아졌습니다. 골반이 작으면 산도 역시 작아집니다. 그래서 인류는 태아의 머리크기와 산도가 서로 맞지 않게 됐습니다. 경이로운 일은 이렇게 서로 크기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출산과 분만이 수도 없이 이뤄져 왔다는 점입니다. 산도보다 머리가 큰 아이를 낳기 위해 여자의 골반은 뼈와 뼈 사이가 물렁해졌고 벌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됐습니다. 골반뿐 아니라 골격 전체의 관절이 벌어집니다. 출산 후에는 벌어졌던 관절이 다시 닫히기도 하지만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옷 매무새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비록 체중이 아이 낳기 전의 상태로 돌아와도 몸매가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자의 골반에는 벌어졌다 아문 기억이 상흔이 돼 남아있습니다. 출산은 당사자인 아기에게도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유인원인 원숭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원숭이 암컷은 새끼를 낳을 때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합니다. 중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지요. 산도에 막 들어간 태아의 얼굴은 엄마의 배꼽을 향해 있습니다. 그래서 산도를 통과해 갓 빠져 나온 새끼의 얼굴은 엄마의 앞쪽을 향해 있습니다. 쪼그린 상태의 엄마 원숭이는 팔을 뻗어 새끼의 몸이 빠져 나오도록 돕고 새끼가 몸 밖으로 나오면 그대로 품으로 가져와 안습니다. 어미의 도움으로 산도를 모두 빠져 나온 새끼는 어미의 얼굴을 보면서 품에 안겨 젖을 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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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혼자는 어려워’ 인류의 출산
    그러나 인간의 출산은 다른 영장류의 출산과 ‘180°’ 다릅니다. 자궁이 수축해 뒤에서는 계속 밀고 있지만 앞의 산도는 좁기 때문에 태아는 필사적으로 밀고 나와야 합니다. 태아는 머리 뒤통수부터 산도에 들어섭니다.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산도에 진입할 때 태아의 얼굴은 엄마의 얼굴 쪽을 향해 있습니다. 그대로 내려가기만 한다면 태어날 때 엄마의 얼굴을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산도에 진입해 어느 정도 내려온 다음,태아는 어깨를 산도에 맞추기 위해 한번 몸을 비틉니다. 조금 더 밀고 나오다 보면 산도의 모양이 다시 달라집니다. 태아는 머리의 모양을 달라진 산도의 모양에 맞추기 위해 몸을 다시 한번 더 비틉니다.
    새끼를 품에 안은 긴팔원숭이.유인원은 새끼를 낳을 때
    어미 혼자서 새끼를 낳고 받을 수 있다.인간 여성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낳기 힘들다.인류 역사상
    출산을 도운 사람은 할머니 등 친숙한 여성이었다.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인 동물이다.- 과학동아 제공
    이렇게 해서 밀고 나온 갓난아기의 얼굴은 엄마의 뒤쪽을 향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의 얼굴이 엄마의 얼굴을 향하는 원숭이와 반대되는 상황이죠. 아기를 낳는 여자는 원숭이의 엄마처럼 팔을 뻗쳐 스스로 신생아를 빼낼 수 없습니다. 섣불리 아기를 빼냈다가는 아기의 목이 뒤로 꺾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갓 태어난 아기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받은 뒤 엄마에게 건네줘야 합니다. 인간의 출산 현장에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동물의 암컷은 해산의 진통을 느끼면 혼자서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곳일 경우가 많죠. 이때 진통 중인 암컷에게 섣불리 다가가면 암컷은 놀라서 새끼를 물어 죽이기도 합니다. 해산하는 암컷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어야 합니다. 분만을 하는 여자는 해산의 진통을 느끼면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진통 중 혼자가 되면 많은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진통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심하면 해산 과정이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기를 낳는 여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이 과정을 함께해 온 그들은 대개는 여자의 어머니이거나 여자 형제이거나 같은 집단에서 경험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그들은 진통 과정을 함께 하고 마지막에 아기를 효율적으로 밀어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며 아기가 태어날 때 목이 꺾이지 않도록 잘 받아서 엄마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와 시간을 함께 보내느라 엄마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이런 저런 마무리를 대신 해 줍니다. 아기가 나온 후 얼마 후 뒤따라 나오는 태반도 받아내야 하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인 동물인 것입니다.
    ㆍ진정한 인류의 시작은?
    이렇듯 지극히 사회적인 출산,즉 누군가가 꼭 옆에 있어서 도와 주어야만 하는 힘든 출산은 인류 진화 역사 중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여자의 골반 화석과 신생아 화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신생아는 거의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몇 개 안 되는 화석 인류의 골반 뼈는 대부분 남자의 골반입니다. 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죠(‘루시’는 대단히 예외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귀중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발표됐습니다. 스위스 취리히대 폰세데레온과 졸리코페르 교수가 네안데르탈인의 신생아 및 유아의 두개골을 CT(컴퓨터단층촬영)로 촬영했습니다. 결과 네안데르탈인 역시 신생아의 큰 머리가 엄마의 좁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 두 번 틀어야 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출산 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가장 처음 큰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인류 조상은 아닙니다. 그 해 사이언스에서는 다시 여자 호모 에렉투스의 골반뼈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티오피아 고나에서 발견된 골반 뼈는 현생 인류 여자의 골반 뼈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 이전에 살았던 친척 인류인 여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루시’)의 골반 뼈와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호모에렉투스 때부터 큰 머리를 가진 신생아가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인류는 큰 머리를 가지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태어납니다. 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 속에서 나고 자라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을 나타내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호모 에렉투스는 진정한 최초의 인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ㆍ출산은 가족과 함께
    오늘날의 분만은 과거 인류가 해온 출산과 다르다.
    병원에서 가족이 아닌 의료진들과 함께 한다.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분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과학동아 제공
    언제부터인가 출산은 정상적인 일상 생활과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고 정상분만을 하는 경우조차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집니다. 그런데 현대적인 위생 관념과 함께 정착한 병원 분만은 진화의 방향을 거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를 낳는 여자는 윗몸을 세우고 앉아야 중력의 방향에 따라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래야 진통 과정을 쉽게 겪습니다. 진통이 시작되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 분만은 여자를 똑바로 눕히고 가족들을 모두 내보낸 채 낯선 남자 또는 여자 의사가 함께 하는 가운데 이뤄지곤 합니다. 산모는 긴장감과 불안감 때문에 진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비판 때문에 최근에는 산모가 윗몸을 세우고 앉은 자세에서 진통을 하게 하고,가족분만실을 도입해 가족과 같은 병실에서 함께 진통,분만,회복을 할 수 있게 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조산원의 도움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분만을 하는 경우도 외국에서는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참 바람직한 일입니다.

    Dongascience ☜      에디터 윤신영 기자 | 글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교수 sang-hee.lee@ucr.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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