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작은 외침 LOUD

4 뒷사람 위해 출입문 잡아주기

浮萍草 2015. 1. 25. 06:00
    뒷사람 보이게 거울 붙였더니 … 문 잡아주는 ‘3초의 배려’
    1 지난 21일 LOUD팀이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출입문에 부착한 ‘종이거울’스티커. 거울을 통해 뒷사람을 볼 수 있다.[강영호 객원 사진작가] 2 거울에 비친
    뒷사람의 모습을 본 보행자가 출입문에 들어선 뒤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영탁, 스티커 디자인 김해인]
    화점 1층입니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귀가를 서두릅니다. 지하철과 연결된 출입구 쪽으로 나서다 낭패를 당합니다. 앞서 나간 여성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바람에 유리문이‘쾅’ 하고 닫힌 겁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하이힐 여성, 머리를 유리문에 박고 맙니다. 이번엔 시내 한 대형서점입니다. 지하도와 연결돼 통행 인파가 많은 곳입니다. 청소년들이 어깨나 발로 문을 밀고는 잇따라 뛰어 들어갑니다. 뒤에 들어오는 친구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작은 친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인이나 임신부는 화들짝 놀라기 일쑤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정옥(34·서울 동작구)씨는 “아이들과 출입문을 드나들 때 혹시 부딪히거나 몸이 끼지 않을까 늘 걱정되고 긴장된다. 아이들에게 출입문이 안전지대가 아닌 건 문이 아니라 사람 탓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털어놓습니다. 앞만 보고 질주해 오는 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 재미동포 작가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호텔 출입문 앞에서 고국을 느낀다고 합니다. 앞사람이 힘차게 밀고 들어간 문이 반동을 받아 나를 향해 무섭게 다가올 때 ‘아차, 내가 한국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30여 년 외교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매너에 관한 책을 펴냈던 서대원(66) 전 유엔 차석대사는‘출입문 매너’를 한국인이 얼른 고쳐야 할 습관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학창 시절 서양의 식탁 예절을 익힌다며 ‘좌빵우물(빵은 왼쪽에 놓인 것을 먹고 물은 오른쪽에 놓인 것을 마신다)’을 외우는 우리지만 아직 출입구에서 뒷사람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은 의식해도 타인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는 겁니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우리 사회에는 나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해 아예 관심을 두지 않거나 경쟁 대상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문화가 있다” 며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ㆍ앞만 보고 달린 사회가 낳은 자화상
    네 번째 LOUD는 출입문 옆에서 외치려 합니다. 백화점이나 호텔,지하철 통로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쓰는 출입문을 지날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자는 겁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작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바로 출입문에 붙이는‘종이거울’스티커입니다. 자동차의 룸미러처럼 출입문을 들어설 때 내 뒤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종이거울입니다. 뒷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문을 쾅 놓고 들어가버리는 무례를 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물을 반사하는 은색 시트지로 가로·세로 각각 42㎝ 크기의 거울을 만들어 키 1m60㎝~1m80㎝ 성인의 눈높이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거울 위쪽에는 ‘뒷사람이 보이면 문을 잡아주세요’라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장당 5000원이 채 들지 않았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교보생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21~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 출입문에 시범 부착했습니다. 출입문에 스티커만 붙였을 뿐인데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서 있던 장선화(46·서울 은평구)씨는“스티커에 써 있는 문구가 눈에 띄어 뒷사람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뒷사람을 위해 자주 문을 잡아준다는 노재범(32·서울 서초구)씨는“뒤따라오는 보행자가 다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ㆍ감사함 표해야 친절 문화 확산 가능
    전문가들은 출입문 잡아주기 같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작은 범위의 공중도덕으로 분류합니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지킨다고 해도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없고 지키지 않아도 당장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배려심을 발휘하는 것은 도덕성을 바탕 으로 한다”고 설명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큰 범위의 공중도덕은 좀 다릅니다. ‘해서는 안 되는 것’ ‘꼭 해야 하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 구성원은 당장 불편과 혼란을 겪게 됩니다.
    박 교수는“‘했을 때 고마워하는 일’과 ‘안 하면 잘못된 일’ 모두 공중도덕에 해당한다”며“서구에서는 남을 위해 배려했을 때 내가 어떤 만족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교육이 거의 없다”고 설명합니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배려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감사 표현에 인색한 문화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경옥(53·경기도 광명시)씨는“문을 잡아줬는데도‘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앞질러 걸어가는 사람이 많다”며 “감사를 표하는 것도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친절을 베푼 사람과 도움을 받은 사람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생겨야 배려하는 문화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며 “남을 위한 나의 배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까 그 백화점 출입문이, 대형서점 출입문이 돌진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붙잡고 뒤를 돌아보는 배려와 여유의 장소 감사의 표시가 오가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Sunday Joins Vol 411 ☜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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