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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개월, 왜 우리는 싸우기만 하는 걸까요

浮萍草 2014. 11. 19. 11:11
    이혼할까봐 겁난다는 34세 여성
    일러스트=송혜영
    01 뽀뽀도 거부하는 남편 Q. (만난지 석달 만에 결혼한 주부) 34살 기혼 여성입니다. 밤낮 없이 바쁜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연애 한번 못하다 1년 전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와 3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 했습니다. 신혼 7개월째인데 부부 싸움이 너무 심해 벌써 서로 한 번씩 이혼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감정이 격해 내뱉은 말인데 남편까지 이혼 운운하니 정말 이혼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사실 남편을 좋아하거든요. 솔직히 프러포즈도 협박하다시피해서 받아냈고요. ‘ 나이가 있으니 당장 결혼할 생각 없으면 그만 만나자’고 말이죠. 그렇게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따뜻하게 대해 주지 않아 섭섭합니다. 남편 얼굴에 뽀뽀라도 하려 하면 도망쳐 버립니다.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까 싶은데, 부부관계도 고작 일주일에 한 번 정도입니다. 분위기 전환 삼아 최근 해외여행을 갔는데 오히려 더 싸우고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부부 상담 쉽고도 어렵다는 윤 교수) 부부 싸움 유형으로 부부 관계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가 서로 너무 싫어져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부부입니다. 격렬한 부부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죠. 그 다음이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실은 이미 남남처럼 된 부부입니다. 너무 싫어 매일 싸우는 것보다 낫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깊지 않죠. 제일 좋은 경우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줘 부부 싸움을 별로 하지 않는 부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사연처럼 격렬히 싸우기는 하지만 미워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싸우는 부부입니다.
    문제는 자꾸 싸우다 보면 앙금이 생기고 정말 미워질 수도 있다는 거죠. 내가 사랑을 주면 상대방도 똑같은 양과 질의 사랑을 내게 줄 것이라 생각하죠. 서로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럴 수 있겠지만 한쪽이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면 상대의 애정을 오히려 부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을 주었으니 너도 100을 달라 하고 또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 계속 섭섭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미안해하다 좌절로 이어지고, 결국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 오히려 분노하게 됩니다. 사연처럼 애정 표현을 남편이 부담스러워하니 아내는 속상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나 싶은 불안감에 더 적극적인 육탄공세를 펼치며 애정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남편은 더 도망칩니다. 아내는 속상해서 화를 내고, 남편은 거친 아내에 더 위축돼 도망가는 거죠. 02 우리 부모도 사이 안 좋았는데
    … Q. 남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혹시 제 과거와 맞닿은 문제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부모님이 상당 기간 별거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거든요. 전 아버지 편이었죠. 별거 기간 중에도 아버지와 살았고요. 또 어머니가 아버지를 좀 더 따뜻하게 받아줬으면 이런 골치 아픈 가정사를 겪지 않았을 거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이런 과거가 현재 결혼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를 해소하려면 과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걸까요. A. 어머니와 삶의 간격이 있었군요. 아버지는 어머니 역할까지 했고요. 네 아버지와의 관계가 남편에게 투영됐을 수 있습니다. 과거사가 현재 결A혼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부정적 기억과 아팠던 감정을 억지로라도 드러내야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떠올리는 게 현재 삶마저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심리 토크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성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 20대 여성 출연자에게 진행자는 ‘너는 아마 아빠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억눌린 기억을 꺼내야 현재 이성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밀어 붙입니다. 이 여성은 계속 생각하다 아빠가 언니를 더 사랑하고 심지어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기억까지 떠올립니다. 그리고 아빠를 고소해 버립니다. 황당하게도 그 기억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집니다. 딸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뭘까요.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사실 100%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 일부에 내 상상과 환상이 첨가돼 재구성된 거죠. 부모들이 종종 하는 ‘나는 한 번도 부모 속 썩인 적 없다’는 이야기는 스스로 아름답게 재구성한 과거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억지로 과거의 부정적 기억을 다시 꺼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03 최고의 유혹은 기다림
    Q. 남편과 관계 회복을 위해 직장도 관뒀습니다. 남편이 원했거든요. 남편도 프리랜서 직종이라 비교적 시간이 자유롭습니다. 낮에 집에서 일을 볼 때도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이렇게 싸움만 하니 괴롭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싫어하더라도 다시 일을 해야 할까요. 전업 주부로 사는 게 좋은 결정인지도 궁금합니다. A. 답 하기에 앞서 먼저 ‘기다림을 연습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사랑 100을 투자하고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남편의 감정 에너지가 회복될 날이 오고, 남편은 자연스럽게 받은 사랑 100을 다시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밀당을 하라는 겁니다. 사랑을 투자하고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그 이상의 밀당은 없습니다. 기다림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자 최고 무공의 유혹 전술이기도 하고요. ‘부부는 사랑해야 하는 존재니 무조건 나를 사랑하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건 남편에게 잘 통하지 않습니다. 좀 치사하고 피곤해도 남편을 살살 유혹해야 합니다. 남편이 먼저 다가오도록 말이죠. 옷을 섹시하게 입고는 도도하게 남편 아닌 다른 곳을 보는 전략이랄까, 뭐 이런 게 필요합니다. 사실 많은 부부 문제가 딱 그 배우자만의 문제라기 보다 서로 다른 종족 즉 남녀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을 바꿔도 비슷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남녀가 얼마나 다른지 한번 볼까요, ‘커피 한 잔 두고 4시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여성은 코웃음칩니다. 너무 쉬운 일이니까요. 그러나 남성은 다릅니다. 커피 한 잔 사이에 두고 아무리 친하더라도 다른 남성과 4시간 동안 수다 떨 수 있는 남자를 전 아직 못 봤습니다. 강한 척 하지만 실은 속마음 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남자입니다. 연애할 때 안 그랬다고 속으면 안됩니다. 연애할 때의 정열적 모습은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한 공격수의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게 다른 존재가 사랑해서 가까이 다가가다 보니 마찰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마찰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그 음의 특성을 잘 듣고 서로 주파수를 맞춰갈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문제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군요. 내 정체성을 100% 책임져 주는 타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다니든 집에서 살림을 하든 내 이름 석자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Joongang Joins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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