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 맛 세상

'8억원 파스타' 먹다가 떠오른 생각들

浮萍草 2014. 11. 6. 11:00
    법인카드 거액 결제 화제 된 식당… 정통 아니지만 우리 입맛에 맞아
    英 금융인들 초고가 와인 마시고 비용 일부 회사에 청구해 해고돼
    사상 최고액 접대는 클레오파트라, 초대형 寶石도 男心도 녹여버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을 따라 걷다가 예원학교 옆으로 난 작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정동공원이 나타난다. 대한제국 시절 러시아 공사관이 있던 자리다. 한산하고 조용한 공원 맞은편에 최근 지은 현대식 건물이 보이고 입구 왼쪽에 음식점이 하나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때는 월요일 점심시간이었지만 정동길에서 약간 벗어난 입지 때문인지 총 80석인 좌석은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이 식당은 올 국정감사에서'8억원 파스타'로 화제가 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임직원들이 201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법인카드로 8억2253만원을 이 식당에서 결제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평가원은"회의가 부서별로 하루 평균 10여회씩 열린다"며"대부분 외부 인사들과 회의 후 식사를 함께 한 비용"이라고 해명했다. 식당이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이름을 알게 됐지만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어떤 식당인지 궁금해 찾아가 봤다. 파스타 전문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알려졌지만 메뉴를 보니 '전문'이라기엔 부족했다. 예를 들면 '제노베제(Genovese)'란 파스타가 있었다. 이탈리아에 제노베제란 파스타는 없다. 굳이 유추하면 '제노바(Genova)식 파스타'일 듯하다. 제노바식이라면 페스토(pesto)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가 있다. 페스토는 바질이라는 허브에 마늘과 잣,올리브오일을 더해 만드는 초록빛 소스로 이탈리아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탄생했다. 이 식당의 제노베제 파스타는 크림소스에 바질 가루와 새우,관자 등 해산물이 들어간 퓨전 파스타였다. 대부분 음식이 퓨전 스타일이었다. 전문 또는 정통 파스타랄 순 없지만 나쁜 식당은 아니었다. 파스타만 단품(單品)으로 주문했지만 세트처럼 샐러드와 빵이 나왔다. 샐러드의 채소가 약간 시들하긴 했지만 주문하자 바로 등장하는 신속함은 성미 급한 한국 손님들에게 만족스러울 듯했다. 식사를 마치자 "후식으로 커피와 녹차가 있다"며 "뜨거운 것과 찬 것 중 선택 가능하다"고 했다.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줘 들고 나올 수 있었다. 맛집이라기엔 부족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춘 음식과 서울 시내 평균 수준인 1만5000~2만원대 파스타 가격 등 별 불만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정도는 됐다. 커피를 들고 나와 정동길을 걷다가 13년 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2001년 페트뤼스(Petrus)라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바클레이즈 캐피털(Barclays Capital) 소속 금융인 6명이 증시에서'대박'을 낸 뒤 자축 만찬을 가졌다. 식사가 끝난 뒤 이들이 지불한 금액은 무려 1억7000만원이었다. 이날 먹은 코스 요리는 1인당 50파운드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10만원 정도였다. 문제는 이들이 주문한 와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유명한'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를,그것도 1940년대에 생산된 것으로 세 병이나 마셨던 것이다. 와인은 포도 작황이 좋은 해(빈티지)에 생산된 와인일수록 비싸고,우수한 빈티지의 고급 와인은 오래될수록 가격이 폭등한다. 이들이 마신 페트뤼스는 역대 최고 빈티지로 평가받는 1945년·1946년·1947년산이었다. 2001년 당시 각각 1만1600파운드, 9400파운드,1만2300파운드를 호가했으니 지금은 훨씬 비쌀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 부르고뉴산 최고급 화이트와인'르 몽라셰(Le Montrachet)' 1982년산(1400파운드)과 최고급 디저트 와인'샤토 디켐(D'Yquem)' 1900년산(9200파운드) 까지 마셨다. 금액 자체는 런던 금융가에서 화제였을 뿐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가 식대를 손님 접대비로 회사에 청구했음이 밝혀지면서 심각한 문제가 됐고, 결국 해고당했다.
    김성윤 문화부 기자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비싼 식사는 어떤 것일까. 아무래도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대접한 만찬을 꼽아야 할 듯하다. 클레오파트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연회로 접대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내기를 제안했다. 만찬 당일, 클레오파트라는"두 번째 코스를 내오라"고 명령했다. 시종은 유리잔 하나만 달랑 내왔다. 클레오파트라는 귀에 달았던 진주를 떼어 잔에 떨궜다. "15개 나라를 살 수 있다"고 평가받던 엄청난 크기의 자연산 진주였다. 잔에는 식초가 담겨 있었고 진주는 천천히 녹아 사라졌다. 클레오파트라는 이 '진주 칵테일'을 단숨에 삼켰다.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재치와 대담함에 매료됐고,결국 아내를 버리고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했다. 전설로만 알려졌던 이 일화가 실제로 일어났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실험이 2012년 미국에서 있었다. 뉴저지 몬클레어 주립대학 연구진이 일반 수퍼마켓에서 파는 식초에 진주를 넣어보니 용해된 것이었다. 연구진은 "산도 5%인 식초 용액에서 무게 1g짜리 진주가 녹는 데 24~36시간 걸렸다"며"식초 용액을 데워 온도를 높이고 진주를 부숴서 집어넣으면 10분 안에 충분히 녹일 수 있다"고 했다. 파스타 한 접시 먹고 나오면서 별 거창한 생각을 다 해봤다.
    Premium Chosun ☜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gourmet@chosun.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