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고민에 빠진 식탁

浮萍草 2014. 9. 25. 12:41
    "먹느냐" "굶느냐" 의학계는 아침밥 논쟁 중
    "아침 걸러도 체중·혈당 변화 없다"
    NYT, 통설 뒤집는 연구결과 보도




    역회사에 다니는 김도훈(32·서울 강서구)씨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난다. 부부가 씻고 출근하기 바쁘다. 아침밥은 생각도 못한다. 오전 7시30분쯤 집을 나서 오전 8시 안에 회사에 도착한다. 점심 때 처음으로 곡기(穀氣)를 입에 댄다. 오후 7시쯤 저녁밥을 먹고 다음날 점심까지 17시간가량 먹는 게 없다. 김씨는“맞벌이 부부치고 제대로 아침을 챙겨 먹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며“아침 안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김재승(34·경기도 일산)씨는 아침을 거르고 집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점심은 도시락을 사 먹거나 동료들과 외식을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씨는 “일주일에 고작 3~4회 정도 집밥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인 김씨는 대학 졸업 후 10년 가까이 이런 식습관을 유지해왔다. 이 기간 그의 체중은 75㎏에서 85㎏으로 불었다. 국민 4명 중 1명(23.8%)은 이런저런 이유로 아침을 먹지 않고 3명 중 1명꼴로 하루 한 끼 이상 외식을 한다. 아침은 굶고 집밥 대신 식당 밥을 먹는 쪽으로 한국인의 식습관이 굳어지고 있다. 5년째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연령 구분 없이 1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설문조사를 한다. 이 조사에 아침 식사 결식률 지표가 들어간 것은 2005년이다. 그해 결식률이 21.6%에서 2012년 23.3%, 지난해 23.8%가 됐다.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한다. 연령별로는 10~30대 젊은 층이 많이 굶는다. 20대가 가장 높고 10대, 30대가 뒤를 잇는다. 하루 한 끼 이상 외식을 하는 비율은 2008년 24.2%에서 지난해 31.7%로 증가했다. 아침 결식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뉴욕타임스는 8월 ‘미국 임상영양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을 소개했다. 아침 식사 관련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데이비드 앨리슨 박사팀은 살을 빼려는 30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아침을 먹고 다른 한 그룹은 먹지 않고 나머지 한 그룹은 그동안 하던 대로 하게 했다. 그 결과 16주 후 체중 변화가 거의 없었다. 아침 식사와 체중에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 배스대학 제임스 베츠 박사팀은 33명을 아침 먹는 그룹(16명)과 안 먹는 그룹(17명)으로 나눴다. 6주가 지나도 이들의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등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아침을 먹은 사람이 오전에 활발히 움직여 500㎉를 더 소모했다. 베츠 교수는“아침 결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두 연구대로라면 아침 식사는 하건 말건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런 견해가 정설로 자리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침 식사가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연구가 쏟아진다. 이달 초 영국의 세인트 조지대학 앤절라 도닌 박사팀은 9~10세 취학아동 4000여 명의 공복 시 혈액과 아침 식사 습관을 비교했다. 아침을 챙겨 먹은 아이들은 인슐린 저항성이 낮게 나타나 미래 당뇨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도 도닌 박사 쪽이다. 차병원 차움 안티에이징센터 김종석 교수는“영국 배스대학팀이 이번에 6주가 아니라 6년 관찰했다면 결과가 딴판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공복 시간이 길 경우 밥을 먹을 때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대사질환(신체의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병,고혈압·당뇨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의대 레아 카힐 교수팀 연구도 마찬가지다. 카힐 교수는 지난해 남성 2만7000여 명의 16년 데이터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아침 식사가 심근경색을 포함한 관상동맥 심장병 위험을 약 3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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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10대나 여성은 체중을 줄이려 아침을 굶는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17·인천 서구)양은 일부러 아침을 먹지 않는다. 김양은“학교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살이 찌기 쉽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양은 키 1m61㎝에 53㎏, 정상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이런 습관이 장기화되면 비만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오랜 기간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정크푸드나 패스트푸드 등의 간식을 많이 먹고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식습관이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새 체중이 불어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박민선(가정의학) 교수는 여성의 아침 결식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아침을 굶으면 공복 시간이 길어져 몸이 에너지를 쓰기 위해 근육을 빼서 쓴다”면서“나이가 들수록, 근육 양이 적은 여성일수록 근육 대신 지방이 많아져 대사질환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침을 굶기보다는 차라리 외식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잦은 외식은 건강에 독이 된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은“바깥에서 먹는 음식은 영양보단 맛에 치중하기 때문에 나트륨·당·첨가물이 많고 신선도·위생상태를 알 길이 없다”며“외식이 잦으면 고혈압과 복부비만이 생기고 위암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외식이 증가하면서 에너지나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한다. 2008년 4.7%에서 지난해 9.7%로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됐다(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 김현자 연구원은“외식을 많이 할수록 지방을 섭취하는 비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Joongang Joins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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