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음식에 곡물가루를 반죽하여 찌거나 삶거나 지지는 방법으로 익혀낸 떡은 그 종류만도 무려 200여
가지가 된다.
떡에 들어가는 부재료도 콩,팥,수수,녹두,고구마 등 다양하다.
그중에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松肌)를 잿물에 삶아 우려내어 멥쌀가루에 섞어
익반죽하여 솥에 찐 뒤 떡메로 쳐서 만든 송기떡이 있다.
송기떡은 소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떡이라 해서 송피(松皮)떡이라고도 한다.
송기떡은 증보산림경제,시의전서,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시루에 찌는 떡으로 나오며 규합총서,산가요록
에는 기름에 지지는 떡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 같은 기록에 의하면 송기떡을 만들기 위해 우선 4∼5월쯤 봄에 소나무 껍질을 칼로 긁어 붉은 겉껍질은
버리고 흰 속껍질만 벗겨서 잘게 찢어 물에 며칠 담갔다가 건져낸다.
이후 알칼리재인 담배줄거리재나 명화재에 한데 버무려 솥에 물을 붓고 푹 삶아내어 다시 맑은 물에 자주
담가서 잿기운은 빼낸 후 손으로 찢어서 멥쌀가루와 버무려 시루에 찐다.
송기떡은 일반떡과 달리 여러 날 두어도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곰팡이가 생기면 물에 씻어 다시 쪄서 기름을 발라 먹었다.
송기떡은 1960년대 무렵까지 시골에서 보리가 익기까지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에 봄철에 주로 해 먹었다. 보릿겨를 넣고 송기개떡을 해먹거나 보리를 한 줌 넣고
송기죽으로도 먹었던 아픈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한방에서 송기는 성질이 따스하고 단맛이 난다고 한다.
전통음식전문가인 박혜원 신한대 교수는 10여 년 전 소나무 속껍질로 직접 송기떡을 재현하였다.
박 교수는 소나무 속껍질을 찢어서 섬유질이 잘 풀어지게 하기 위하여 밤새도록 오래 삶은 후 쇠절구에 오래 찧어 송기떡을 만들었는데 질감이 아주 부드럽고
소나무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자주색이 운치를 더한다.
요즘은 송기떡 만드는 법이 쉽잖아 송기떡 자체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송기떡은 봉제사 불천위제사를 모시는 경북 안동시 학봉종택에서의 반가음식으로 상에 오르고 있다.
또 최근 경남 합천에서 쫀득하고 솔향이 풍기는 송기떡을 합천 8미의 대표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햅쌀로 빚어 솔잎에 찐 오려송편에 소나무 속껍질을 넣어 만든 송기송편이 같이 한다면 다가오는 추석명절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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