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스트레스 클리닉

매사에 의욕 없다는 42세 회사원

浮萍草 2014. 8. 27. 09:34
    열심히 일하는 당신, 더 열심히 놀아라

    01 복에 겨워 찾아오는 게 권태?
    Q (중견기업 연구소에 다니는 42세 기혼 남성) 너무 권태로워 힘듭니다. 군 제대 후 대학원 졸업하고 바로 한 기업 연구소에 취직해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요하는 상품 개발 업무인데, 적성에 잘 맞아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성취감·만족감도 있었죠. 그런데 최근 회사가 성장하면서 업무가 크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상품 개발이 수익에 직결되다보니 성과에 대한 중압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쳐가면서 웃음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전엔 입에 달고 살던 창의성이나 즐거움이란 단어가 사치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참기 어려운 건 고강도의 업무가 아니라 바로 권태로움입니다. 주변 동료나 친구들에게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면 ‘팔자 좋은 소리 한다’며 오히려 눈치만 주니 고민이 점점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힘든 마음이 권태로움으로 바뀐 건가요. 대체 이 권태로움의 정체가 뭔가요. A (뭐든지 괜찮다는, 닥터 윤) 직장인 7000 여명을 대상으로 한 런던칼리지의 최근 연구 결과, 권태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태감이란 뇌가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 찾아오는데요. 실제로 변화가 없거나 변화를 잘 못느끼면 심장이 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 변화라는 단어가 어떻게 다가오나요. 요즘 직장인이 싫어하는 단어가 두 개 있는데 바로 혁신과 회식이라네요. 우리 뇌가 변화(혁신)도 즐거움(회식)도 다 싫다며 투정을 부리는 것 같네요. 뇌는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하나는 일하는 축, 다른 하나는 노는 축입니다. 이 두 축은 완전히 따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일도 하면서 놀아야 더 즐겁습니다. 만약 일하는 뇌는 완전히 끄고 노는 뇌만 작동시키려 하면 어떨까요. 즐거움이 느껴지기는커녕 결국 권태로움만 찾아오게 됩니다. 시험 공부하면서 머리 속으로는 다른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 차 있을 때 뇌는 권태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니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뇌가 권태로워진 거죠. 직장에서도 똑같습니다. 너무 일하는 뇌만 오래 작동시켜 뇌가 지치면 권태를 느낍니다. 이른바 번아웃 신드롬(소진 증후군)이 찾아온 겁니다. 뇌가 번아웃되면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권태로운 뇌가 돼버린 거죠. 해결책은 노는 뇌를 작동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뇌가 지쳐버리면 노는 뇌까지 멈추게 해버립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열심히 일할수록 또 열심히 놀아야 합니다. 평소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02 취미 찾으려는 노력을 안해서 문제? Q 사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일 말고는 아무것도 나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게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직장 동료나 친구와 술이라도 한 잔 하며 풀던데 전 술도 못 마십니다. 친구들은 ‘술도 마시면 는다’며 배우라지만 술을 먹으면 몸이 너무 불편해 스트레스가 더 쌓입니다. 그래서 퇴근 후 아내에게 권태롭다고 얘기해 보기도 하는데 아내도 받아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등산 아니면 차라리 악기을 배워 보라기에 사실 이것저것 해본 건 많습니다. 그런데 뭐든 몇 달 하다 보면 금세 시들해집니다. 재미가 없어서요. 주말에 침대에 누워 실컷 쉬면 좋아지겠지 싶어 그렇게 해도 월요일에 의욕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권태로움만 점점 심해집니다. 권태로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건가요. A 별 의욕없는 사람들한테 스트레스 관리법을 물으면 대부분 우물쭈물하며 답을 잘 못합니다. 술은 잘 못 마신다면서요. 한국 남자는 이렇게 스트레스 관리로 술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럼 다시 묻습니다. 취미가 뭐냐고요. 그럼 정말 대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취미. 아마 젊은 사람은 소개팅할 때나 묻는 말로 또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직장인은 그저 팔자 좋은 소리로 여길 겁니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과연 그럴까요. 저는 삶의 목표 절반은 취미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도 능력입니다. 우리는 굳이 비싼 홈씨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문화 콘텐트에 대한 취미력만 개발했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즐거울 거라는 생각에 시작한 것도 금세 시들시들해집니다. 왜일까요. 노는 일이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하도‘일하는 뇌’만 작동시키다 보니 ‘노는 뇌’가 잘 작동하지 않게 돼 버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랑 맞는 놀이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의 반은 성취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면 나머지 반은 취미에 쏟아야 하는 겁니다. 열심히 달릴 때 뇌는 방전됩니다. 충전시켜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둔다고 뇌는 충전되지 않거든요. 뇌를 충전하려면 뇌를 즐겁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뇌는 아무 것에나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반응하도록 훈련하는 게 바로 취미생활입니다. 오랜 트레이닝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렇군요. 돌이켜보니 노는 걸 부정적으로 봤던 것 같습니다. 일은 좋은 것 노는 건 시간 낭비라는 식으로요. 특히 놀다 보면 남보다 뒤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기도 했구요. 맞습니다. 좀 놀면서 뇌를 즐겁게 하려 해도 일하는 뇌가 자꾸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네가 지금 이럴 때냐, 이런 식으로 성공하겠느냐’면서요. 그러나 성공의 핵심인 창의성은 노는 뇌에서 나옵니다.
    03 삼겹살에 소주, 권태 물리칠 수 있나?
    Q 인터넷을 보니 권태는 몸이 축났기 때문이라며 이것 저것 먹어라 정보가 가득하더군요. 너무 정보가 많아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에너지 넘치는 친구한테 물으니 자기는 삼겹살에 소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네요. 뭐가 맞는 말인지, 또 마음 관리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라…. 영국정신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힌트가 있습니다. 평균 연령 55세인 런던시 공무원 3486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우울증 여부를 조사했더니 과일·채소·생선을 충분히 먹으면 우울증 발병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됐습니다. 연구진은 과일·채소엔 항산화 성분이 많고, 생선엔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보니 뇌를 튼튼히 해줘 예방효과를 보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또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게 돼 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측했구요. 반면 가공육이나 초콜릿, 튀긴 음식 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혔습니다. 가공식품이 우울증 발병과 상관있다고 알려진 심장혈관질환이나 염증질환 위험도를 올리기 때문일 거라고 연구진은 추측했습니다. 음식 골고루 먹고 과일·채소·생선을 충분히 먹는 게 우울증을 막을 수 있는 식이요법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과일·채소만 먹으면 안 좋습니다. 균형이 중요합니다. 가끔 매콤한 떡볶이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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