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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농촌에 관광·테마파크 기획,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浮萍草 2014. 8. 25. 11:18
    수달 연구소에 동물원·캠핑장 … 산골 마을이 명소 됐어요
    화천에 미래형 연구소 건립 조언
    수익성도 갖춰 지역 경제에 활기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오른쪽)와 박한천 연구원이 강원도 화천의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수달의 생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지난해 개관한 이곳은
    김 대표의 컨설팅을 통해 연구 기능과 함께 일반인의 관람·캠핑이 가능하도록 상품성을 확대했다. 이상재 기자]
    22일 강원도 화천 파로호 자락에 자리 잡은 한국수달연구센터. 화천군과 환경부가 지난해 6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여기에서 ‘수달 아빠’로 통하는 박한찬(37) 연구원은“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을 연구하면서 보존·증식·복원을 담당하는 아시아 유일의 수달 전문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다치거나 어미를 잃고 구조된 수달 13마리가 자라고 있다. 수달이 생활하는 수달 정원을 안내하던 박 연구원이 발길을 멈춰서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효주’를 찾는다. 효주야. 효주야!” 그러자 곧바로 바위 틈새에서 길이 60㎝쯤 되는 수달 한 마리가 ‘끼르륵’ 하면서 반갑게 튀어나왔다. 박 연구원은“충남 당진에서 2011년 장마철에 구조된 세 살배기 암컷 수달”이라며“원래는 치료를 마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데 ‘효주’는 유독 연구진을 잘 따라서 여기 남았다”고 말했다. 수달연구센터는 기존의 동·식물 전문연구기관과 무엇이 다를까. 박 연구원은 “생태 연구와 교육, 체험까지 모두 가능한 것이 수달연구센터의 진짜 주목할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이곳 18만㎡ 부지엔 수달연구센터와 전문병원은 물론 생태공원·전시실·기념품점·캠핑장 등이 꼼꼼하게 갖춰져 있다. 쉽게 말해 종(種)연구·보존센터가 동물원과 한 지붕을 쓰고 있는 격이다. 서울에서 꼬박 두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외딴 곳에 터를 닦았지만 주말이면 50~100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근처에 휴가를 왔다가 가족과 함께 수달센터를 찾은 김상권(40·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씨는 “진일보한 생태 동물원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적한 시골마을에다 미래형 연구센터를 만드는데 ‘전문 코치’를 맡은 인물이 김성주(46) 슬로우빌리지 대표다. 김 대표는 2009년 회사를 창업해 농촌 관광·컨설팅, 테마파크 기획 분야를 개척해 왔다. 슬로우라는 회사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느리게 하지만 튼실하게’가 그가 내세우는 경영 모토다. 지금까지 전남 명품 섬 여행, 경북 안동 유교문화축전 마케팅 경기도 부천 웅진플레이도시 운영 리뉴얼 등을 진행했다.
    경기도 이천 돼지 박물관에서 사육사와 입술을 맞추는
    연기를 하고 있는 미니피그. 사진 돼지박물관
    김 대표는 수달센터 개장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컨설팅을 맡았다. 생태공원 조성과 캠핑장 운영,기념품점 판매 아이템 같은 업무를 기획하는 역할이었다. “화장실 청소 때 어떤 약품을 쓰는지 기념 티셔츠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같은 세세한 운영계획도 조언 합니다. 수달에겐 야생 같은 생태 조건,전문가에겐 최적의 연구 여건을 제공하면서도 관광객 방문을 통해 수익성· 친밀성까지 갖춰 3박자를 확보하는 거지요.” 수달연구센터가 이제 첫 단추를 끼우는 시작 단계라면,경기도 이천에 있는 ‘돼지 박물관’은 김 대표의 조언을 받아 수출이 무르익는 단계다. 이천시 월포리에 위치한 돼지 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돼지를 주제로 만든 테마파크다. 이종영(49) 대표가 전 세계 20여 국가를 돌면서 수집한 돼지 관련 인형과 조각품 5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가공한 소시지도 판매한다. 그 중에서도 40분간 펼쳐지는 ‘돼지 쇼’가 특히 인기다. 볼링 하는 돼지, 가방 탈출 묘기를 선보이는 돼지를 보기 위해 한 달 5000명의 손님이 몰린다. 이게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올 10월 베이징에 진출한다. 현지 농업법인과 베이징 외곽 23만㎡ 부지에 돼지 테마파크를 짓기로 수출 계약을 맺은 것. 향후 3년간 경영을 맡으면서 7억원 가까운 기술 자문료를 받기로 돼 있다. 김 대표는 “돼지 박물관은 생산(1차)과 제조·가공(2차)에다 관광·체험·서비스(3차)를 결합한‘6차 산업화’ 를 통해 수익성도 확보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라며“중국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지난 5년간 전혀 새로운 분야의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 이 같은 성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 대표가 ‘놀이 사업’에 꽂힌 건 대학 1학년 때다. 한양대 관광학과를 입학한지 얼마 안돼서다. “우연히 서울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 야간 개장 때 소개팅을 했어요. 마주앉은 여학생보다 은근한 조명을 받으면서 빛나고 있는 벚꽃에 반해 버렸지요. 그때 ‘나중에 반드시 이런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들어간 직장이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다. 삼성그룹 공채 때 1·2·3지망 계열사를 모두 에버랜드로 썼을 만큼 애정이 대단했다. 직원 복리후생을 담당하던 시절 그는 에버랜드에서‘서비스 1인자’로 불렸다. 워터파크에 근무하던 200여 명의 라이프가드(구조원)에게 무좀 치료제 400만원어치를 지급한 ‘사건’ 때문이다. “겉으론 멋있어 보이지만 라이프가드들은 무좀이라는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삽니다. 물에서 근무하다 생긴 직업병 같은 거지요. 하지만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민망해 했습니다. ‘(무좀은) 개인이 관리할 문제 아니냐’는 상사를 설득해 치료제를 마련하고 휴게실에 드라이기를 비치했지요.” 나중에는 테마파크 종사자 교육을 위한 직무분석 매뉴얼을 만들었다. 가령 롤러코스터 업무를 맡았다면 어떤 안전수칙을 갖고 어느 순서로 일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돈가스를 어느 두께를 썰어서 섭씨 몇 도에 익혀야 가장 맛있지 분석하는 것도 그의 업무였다. 품질 혁신을 위한 ‘식스시그마’ 열풍이 불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사회공헌팀에 배치돼 다양한 농촌·지역단체를 지원했는데 여기서 삼성이라는 탄탄한 울타리를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테마파크 고객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놀이기구를 즐기기보다는 편안히 정원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자주 테마파크를 찾더군요. 뭔가 시골 같은 휴식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습니다. 마침 사회공헌 업무를 맡으면서 농촌이야말로 도시민의 대안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패스트가 아니라 슬로우다, 라고 결론을 내렸지요. 15년간 쌓아둔 고객만족·서비스혁신 노하우도 독립하는데 경쟁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찬바람’은 피할 수가 없었다. 특히 올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농촌 관광·컨설팅 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당장 먹구름이 끼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한국형 농촌 관광과 테마파크 시장은 더 성장할 일만 남았다”며 밝게 웃었다.
    Joongang Joins ☜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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