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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배대경 교수

浮萍草 2014. 8. 17. 11:23
    인공관절로 홀로서기 돕는 ‘무르팍 도사’

    희대병원 정형외과 배대경 교수(68)는 지난 8일 태국 푸껫 행(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11일에 열린 아시아태평양무릎관절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과 관련된 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았다. 학회가 끝난 뒤 임원회의에 참석, 2018년 학회를 서울로 유치했다. 배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지금쯤 집에서 편안하게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학생 때 피아니스트가 꿈이어서 하루 종일 피아노와 붙어 지냈지만‘현실의 벽’탓에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대신 의사로서의 고뇌와 피로를 음악으로 풀었다. 정년 이후엔 음악과 더 친해지려고 했지만 환자들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전국의 병원에서 손을 놓은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배 교수에게 몰려와 수술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2012년 병원에서 정년퇴직했지만 환자를 떠날 수가 없었고 병원도 배 교수를 붙잡았다. 배 교수는 대신 수술실에서 베토벤·차이코프스키·브람스·라흐마니노프 등의 음악을 틀어놓고 메스를 든다. 그는 정년퇴직 후에도 한 해 평균 5000명의 환자를 보고 이 가운데 350~400명을 수술한다. 그의 환자 가운데는 여러 병원을 전전한 노인 환자가 많다. 수술 환자의 15%가 80대, 5%가 90대 노인이다. 해외학회 초청도 이어져 매년 7∼8번은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5월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정형외과기술학회 7월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인공관절태평양 학회에 초청 받아 특강을 하거나 세미나 좌장을 맡아 중견의사들을 이끌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대한정형외과학회·아시아인공관절학회·정형외과컴퓨터수술학회 등 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만 국제학술지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하반기에 3편을 더 발표할 예정이다. 배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정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모교엔 ‘교수 자리’가 없어 경희대병원으로 향했다. 배 교수는 1981년 미국 위스콘신의대 성(聖) 프란시스 병원에 연수를 가서‘무릎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곳 교수들은 성실한 배 교수에 반해서 병원에 남을 것을 제안했다. 당시엔 서울대·연세대 등 명문의대를 나온 인재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배 교수의 동기만 해도 수석인 자신을 빼고 2~5등이 모두 미국에서 정착했다.
    그러나 배 교수의 내면에서“내가 미국에 온 것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이지 호사스런 삶을 위해서가 아니다. 조국의 환자를 위해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위스콘신의대의 스승들은 배 교수가 이런 생각을 전하자 적극 도와줬다. 배 교수가 1년 동안 미국 메이요 클리닉·클리블랜드 클리닉·영국 왕립국가정형외과병원·독일 엔도 클리닉 등 세계 10대 병원에서 연수하도록 주선한 것이다. 배 교수가 ‘강호의 고수’들을 섭렵하고 귀국할 때쯤엔 이미‘무르팍 도사’가 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당시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 진통제를 먹고 참아야 했던 시기였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법의 전도사가 돼 여러 병원을 돌며 치료법에 대해 강의했다. 배 교수의 최대 장점으론 30여 년 동안 환자를 보며 쌓인 경륜으로,환자 별로 다양한 치료를 하는 것이다. 환자의 무릎 연골을 다듬어 통증을 줄이는 관절경 수술,다리뼈를 자른 뒤 교정해 양 무릎의 무게 균형을 맞추는 절골술 인공관절로 바꾸는 관절치환술 등을 적절히 선택해 시술한다. 수술법과 기구를 향상시키는 데도 열심이다. 그는 2006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수술하는‘인공관절 자동항법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인공관절· 절골술 등에 활용해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2006년엔 무릎관절 수술에 쓰는 ‘교정절골술 기구’의 국산화에 성공해 현재는 국산 기구로 수술하고 있다. 그는 이 기구 제작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중소기업에 넘겼다. “수술은 정성에 비례합니다. 환자마다 무릎의 모양·크기 등 해부학적 구조가 다 다르므로 공장에서 만든 인공관절이 모든 환자에게 딱 맞을 수가 없어요. 이를 정성껏 깎고 다듬어서 환자에게 더 잘 맞추려고 노력하면 환자의 만족도가 좋아지겠지요. 환자에게 혼신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의술은 곧 예술입니다.”
    Sunday Joins Vol 388 ☜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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