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병원 이야기

내 가족의 심장이 멈춘다면?

浮萍草 2014. 7. 15. 09:17
    안전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소방관 설명을 들으며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동아일보DB
    자기 심장이 멎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는 안전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은 ‘국민 필생기(必生技·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가 되어야 한다.
    ㆍ너무 짧은 골든타임
    필자는 지난 칼럼(6월 3일자)에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골든타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고 하더라도 막상 환자를 맞닥뜨리는 상황 자체가 공포이기 때문에 침착한 대처가 힘들다. 그래서 항상 두 가지 상상을 준비해 두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내 가족의 심장이 정지된다면?“ 자, 머릿속에 이런 상상을 해보자. 침대에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한다→불러도 대답이 없다→몸을 흔들어보고 볼을 꼬집어보아도 반응이 없다→호흡을 느낄 수도 없고 가슴에 귀를 대봐도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다. 이때야말로 평소 대비해 온 심폐소생술을 시작할 때이다. 아버지를 침대에서 끌어내려 딱딱한 방바닥에 누이고 흉골 아래 정확한 위치를 양손을 포개어 힘껏 누르기 시작한다→1초에 1, 2번씩 가슴을 누른다→큰소리로 가족 들을 불러 모으고 119에 신고하라고 하면서 제세동기(전기 충격기)를 지참해 달라고 말한다→구급대가 8분 이내(국내 구급차 평균도착시간)에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짬짬이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왔는지 호흡이 느껴지는지 관찰한다→구급대가 도착하면 전문 응급구조사가 심폐소생술 및 기도 확보와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제세동기 스위치를 켜고 전기 충격을 가한다→아버지를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한다→의료진의 노력으로 아버지는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며칠 후 의식도 완전히 돌아온다→아버지는 급성 심근 경색증으로 진단이 되고 막힌 혈관을 시술로 넓힌다→며칠 후 아버지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니트로글리세린(관상동맥확장제) 두 알을 열쇠고리에 달고 다닌다→우리 가정엔 다시 행복이 찾아오고 가족 모두가 만나는 사람마다 성공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차근차근 상상해보면 어느 한 가지도 일반인이 하기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훈련하고 준비하면 익숙해질 수도 있다. 이렇듯 응급 상황 대처의 타이밍을 살리고 용기가 준비되었더라도 소생술법 자체를 모르면 소용이 없다. 해답은 교육이다. 심폐소생술을 전 국민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쳐 ‘국민 필생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해답은 교육 또 교육뿐 ① 국가가 인증한 동일한 매뉴얼이 제작되어 가정에까지 비치되고 통신매체를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미 대한심폐소생술협회가 표준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최신 경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뿐 아니라 연구회를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심폐소생술협회와 국가(보건복지부?, 국가재난안전처?)가 인증하는 단일화된 지침을 내놓기만 하면 된다. ② 심폐소생술은 자가 학습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교육 전문 인력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역시 BLS(Basic Life Support·기본 생명 보조) ACLS(Advanced Cardiovascular Life Support·고급 심폐 생명 보조) 과정 등 의료진을 중심으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일반인 중에서도 강사가 많이 배출되면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현존 교육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문가 육성과 양산만 하면 된다. ③ 교육 장소가 필요하다. 병원의 경우 이미 평가에 전 직원 심폐소생술 과정 이수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훌륭한 교육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관공서,기업,군대,학교 등에서도 교육장을 준비하고 교육을 시작한 곳이 많다. 다만 필요성의 인식과 훈련 의지가 부족하여 교육이 건성건성 이루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④ 장비가 필요하다. 심폐소생술 훈련용 인형과 제세동기가 핵심 장비이다. ANY(time)라는 이름의 인형이 대표적인 훈련용 인형인데 이 인형의 보급이 필요하다. 보급 노력의 일환으로 심폐소생술협회의 ‘교육용 인형 후원하기 운동’은 칭찬받을 만하다. 지하철역이나 큰 건물에 들어가면 “하트(♡)와 번개(?) 표시가 겹쳐져 있는 제세동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쓸 줄 모르고 막상 쓰려고 하면 겁부터 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쉽다.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스위치를 켜고 충격단추만 누르면 끝이다. ⑤ 교육 대상이 전 국민이 되어야 한다. 크게는 의료 관련 기관,관공서,기업체,군대,학교 등으로 작게는 반상회 경로당 등등. 또 전 국민이 용기와 적극성을 가지고 능수능란하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환경과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몇 가지만 예로 든다.
    ㆍ공영방송 통한 홍보도 필요
    ① 항상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에서 아예 고정 시간대에 재난안전방송 코너를 신설하고 대처요령과 정보를 항시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심폐소생술의 성공 및 실패 경험 등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심폐소생술이 성공해 환자가 살아서 일상에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스토리가 수시로 알려진다면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좋은 동기 부여책이 될 수 있다. ② 조기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의사놀이하듯이 교육한다면 때가 되면 무슨 놀이였는지 왜 했는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③ 개별 교육기관을 연계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국가재난안전처(?)의 한 부속품으로 기능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④ 교육시설과 장비투자가 국가 예산으로 할애되어도 건강보험 재정 활용 면에서 결코 손해는 아닐 것이다. ⑤ 응급상황 대처 못지않게 심장 정지 빈도 자체가 줄도록 심장 건강관리 캠페인도 필요하다. 운동,식이요법,조기 발견 등 미리 미리 챙기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에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감과 소명감으로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살린다는 자세로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심폐소생을 시도하여 생명 부활의 주체로서의 보람과 환희를 만끽할 수 있다면 심폐소생술도 감동이 있는 생명 존중의 실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국민적인 관심 및 지혜와 함께하는 담론과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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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의료비 100조원,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의료의 핵심은 건강보험제도라 할 수 있다. 
    ① 가입 대상이 전 국민이고 보험 체계가 단일화되어 있으며 ② 보장 범위와 서비스 품질이 세계 최고이고 ③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재정 확보와 
    통제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하지만 ① 1차 의료기관을 정비해야 하고 ② 본인부담(비급여)도 줄여야 하며 ③ 초고령화 시대를 위한 추가 재원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이 2016년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보장 수준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의 한편에 이대로 가다가는 다 망할지 모른다는 의료계의 걱정도 크다. 
    건보 개혁을 위해서는 각종 의료 통계 분석을 통해 우리 의료의 현주소를 먼저 알아보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다. 
    기준 연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련 데이터가 모두 들어간 가장 최근 통계치인 2011년 것을 썼다. 
    ㆍ선진국 비해 개인부담 높고 약값 더 쓰고
    2011년 한 해 국민의료비(용어설명 참조)는 총 91조 원이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7.4%로 OECD 평균은 9.5%, 미국은 17.7%나 된다. GDP 대비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데도 한국 의료수준이 세계적이라는 점은 신기(?)한 일이다. 어떻든 선진국들은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우리보다 높다. 국민 의료비 91조 원을 찬찬히 뜯어보면 크게 공공재원(정부 예산+사회보장기금 등) 50조 원과 민간 재원(민영보험+가계 직접부담+법정 본인부담) 41조 원으로 나뉜다. 필자조차 이번에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 의료비 대부분이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충당되는 줄 알았는데 공공재원 비율이 절반이 넘는 50조 원(54.9%)에 이른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이 비율은 OECD 평균 77.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 개인부담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간 1인당 쓴 의료비는 220만 원 정도였다. OECD 평균은 350만 원 정도이고 미국은 850만 원 정도이다. 220만 원 중 건강보험 재정 등 공공부문에서 충당한 액수는 120만 원(OECD는 250만 원) 개인부담은 100만 원(OECD 60만 원, 미국 100만 원)이었다. 1년에 1인당 약값은 얼마나 쓸까. 약 45만 원이었다. 액수로만 보면 OECD 평균 50만 원(미국 100만 원)에 비해 적지만 문제는 국민의료비 중 약가(藥價)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로 OECD 평균 16.1%보다 높다는 사실 이다. 오남용 약 버리는 약 등 약에 대한 낭비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을 유지하려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사진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장면. 동아일보DB

    ㆍ의사 간호사는 부족한데 장비는 많아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0명으로 OECD 평균 3.2명(미국 2.5명)보다 적었다. 간호사도 인구 1000명당 4.7명으로 OECD 평균 8.7명(미국은 8.6명)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간호대학이 배출하는 간호사 수는 연평균 94.9명으로 OECD 평균에 가까워 간호 인력들이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 병상이나 장비 낭비도 심했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9.6개로 OECD 평균 5.0개(미국은 3.0개)보다 훨씬 많았으며 자기공명영상(MRI)장치 등 고가 장비를 이용한 검사 건수는 인구 1000명당 18회로 OECD 평균 30회보다 훨씬 적지만 보유 장비 수는 인구 100만 명당 21대로 OECD 평균 12대에 비해 과잉이었다. 암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94명으로 OECD 평균 215명보다 훨씬 적고 194명인 미국과 같았다.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는지 알 수 있는 입원일수도 6.8일로 OECD 평균(미국 5.4일)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만큼 효율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횟수가 13회로 OECD 평균 7회(미국 4회)의 거의 두 배에 달해 병원 문턱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ㆍ추가재원 확보 이전에 낭비요소 없애자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느냐 마느냐 논쟁하기에 앞서 의료비가 어디에 쓰이고, 낭비 요소는 없는지 따져보는 일이 합리적일 것 같다. 우선 한정된 의료비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감기처럼 약이 별로 필요 없는 경증 환자는 병원 이용을 자제하거나 개인부담으로 진료를 받고 의료비가 많이 필요한 급성 중증환자 치료에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능력에 맞는 알뜰하고도 지침을 지키는 지출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지불능력이 있는 국민이 건보료를 내지 않거나 지불능력이 없는 자가 더 내는 모순도 없애야 한다. 건보 재원을 더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의료를 복지 차원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지역공공의료 시찰을 가본 경험이 있다. 구석진 동네까지 경로당 체육시설 재활시설을 노인을 위한 건강-복지 연계 시스템으로 묶어 복지인지 의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의료계도 할 일이 많다. 같은 질병을 병원마다 동일한 과정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표준의료지침’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또 인력 시설 장비가 기능별로 효율적으로 연계되고 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이 기능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개혁은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환자,정부,의료계가 머리를 맞대는 환·의·정 협의체에서 함께 논의해 양보할 건 양보하고 주장할 건 주장해서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형 의료보장 제도를 만들어 낼 때이다.
    :: 국민의료비 :: 병원, 간호, 주거 케어, 통원 서비 스를 포함해 보건행정, 사회보장 기금, 보험, 해외분 등 건강 관련 사업의 모든 공급 주체가 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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