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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浮萍草 2014. 3. 18. 09:29
    에이즈 완치 약을 파는 의사
    의사를 지탱하는 버팀목은 휴머니즘< 사들의 언어는 숫자입니다. 매일 아침을 환자의 각종 혈액 검사 수치 확인으로 시작하고, 혈압과 맥박수 등의 이른바 바이탈 사인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발생률, 사망률, 5년 생존율, 재발률… 각종 통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숫자들은 의학 논문의 바탕이 되고 치료의 기본이 됩니다. 의학은 숫자에, 확률에 기본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수에 민감합니다. 새로운 신약이 개발되면, 수많은 숫자의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셀 수 없는 동물 실험과 임상 실험을 거쳐 그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되어야 치료제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문제는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노바티스, 화이자, 머크 등 굴지의 제약 회사들이 점유하고 있는 세계의 신약 시장에 아쉽게도 우리나라 제약 회사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민간요법들이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변방에서 떠도는 것도 이러한 검증을 거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명이 경각에 달린 급한 환자들에게 효능이 입증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료에 효과를 본 몇몇 환자들의 수기가 인용되면 마치 특효약이 개발된 것처럼 안달이 납니다. 문제는 몇 사람들에게 효과를 본 약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10명의 환자 중에 1,2 명이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전체 환자에게 효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각종 암과 에이즈 등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개발이 뜨겁고,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라져간 약들도 부지기수입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완벽했으나 임상에서 효과 미달인 경우도 많고 효능은 뛰어나지만 부작용이 많아 폐기되는 약도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는 한가지의 특효약을 쓰기보다는 여러 가지 약을 조합하여 약효는 올리고 부작용은 감소시키는 방법을 씁니다. 에이즈의 경우 이른바 칵테일 요법이라는 항바이러스 제의 복합 투여가 최근의 경향이고 이제는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닌 조절 가능한 만성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 롱비치 밀러 어린이 병원에서 놀라운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에이즈 산모에게서 태어난 이른바 수직 감염 환아에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했고 현재까지 바이러스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에이즈에 대한 완치 사례로 고통 받는 전 세계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에이즈 관련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실화를 담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입니다.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분장상을 휩쓸어, 두 남자 배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결과가 말해주듯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매튜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두 남자의 영화입니다. 때는 1980년대, 로데오, 술, 마약, 그리고 섹스, 이 네 가지 단어가 일상생활인 론 우드루프( 매튜 맥커너히)는 갑자기 쓰러지고, 병원에서 끔찍한 소식을 듣습니다. 자기가 에이즈에 걸렸으며, 살 수 있는 시간이 3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일 죽어도 좋을 만큼 방탕한 생활을 하던 론은 돌변, 삶에 대한 투지를 보입니다.

    론은 AZT라는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주치의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에게 약을 부탁하지만 위약 대조 이중 맹검 임상시험에 참가 해야만 약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합니다. (위약 대조 이중 맹검 임상 시험은 진짜약과 가짜 약을 섞어서 의사도 모르고 환자도 모르게 투여하여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방법입니다.) 론은 병원 남자 직원에게 뒷돈을 주고 AZT를 몰래 빼내어 투여하지만 점점 증세는 악화됩니다.

    론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멕시코에 가서 만난 의사는 의외의 처방을 합니다. 잘 먹고 푹 쉬는 것, 그리고 비타민과 단백질 주사 등이었습니다. 론은 건강이 회복되자 이 약들을 미국으로 가져가 환자들에게 판매하려고 합니다. 병원에서 만난 트랜스 젠더인 레이언( 자레드 레토)과 우여곡절 끝에 파트너가 되어 만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는 환자들이 줄을 잇게 됩니다. 하지만 미 식품의약국과 국세청은 론의 불법 약품 판매를 막으려고 혈안이 되고,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론과의 숨바꼭질을 계속됩니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완고한 양성애자인 론(매튜 맥커너히)이 동성애자인 레이언(자레드 레토)을 만나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자레드 레토의 사랑스러운(?) 트랜스 젠더 연기가 영화에 빛을 더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양성애나 동성애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진심입니다. 또 하나는 의약품과 의료행위를 통제하는 공권력과 개인의 치료할 권리 사이의 싸움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자에게 검증 안 된 약을 투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규제하는 것, 어떤 것이 정답일까요? 당장 환자에게는 죽고 사는 절실한 문제이지만 국민 전체의 건강을 봐야하는 정부는 의료에 대한 통제를 마냥 놓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와 정부 사이에서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의사입니다. 물론 의사들의 고뇌도 많습니다. 당국의 통제를 받아야하므로 마음대로 진료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보험에서 모든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보험 급여를 제한 환수해버립니다. 결국 의사는 치료에 집중하기 보다는 보험 급여의 해당 여부를 따지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을 지탱하는 한 가지 버팀목이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위한 동정심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지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론( 매튜 맥커너히)과 레이언(자레드 레토)의 관계 론(매튜 맥커너히)과 주치의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의 관계가 바로 그렇습니다. 양성, 동성,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삶과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의지야말로 모든 문제를 이겨 낼 수 있다는 힘이 됩니다. ​규제와 숫자의 진료에 지쳐 있던 필자에게 의사의 양심,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휴머니즘을 다시 일깨워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었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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