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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지능을 다시 생각하다

浮萍草 2014. 2. 17. 11:10
    새와 사람
    지난해 출간된 책 ‘Birds and People’의 속표지. 매사냥꾼인 몽골 카자흐족 달 한 씨와 그의 파트너인 검독수리.달 한 씨가 입고 있는 털옷은 검독수리가
    사냥한 여우 14마리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 강석기 제공
    간학술지 ‘사이언스’ 지난해 마지막호를 뒤적거리다 서평란에서 눈길을 끄는 책을 발견했다. ‘Birds and People(새와 사람)’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592쪽에 무게가 2.5kg이나 된다고 소개돼 있다. 또 멋진 새 사진이 400여장이나 있다고 한다. 저자 마크 코커는 조류학자이자 작가로 무려 17년 동안 81개 나라를 돌아다녔고 사진작가 데이비드 티플링도 39개 나라에서 새들을 렌즈에 담았다고 한다. 아날로그 세대에 속하는 필자는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7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책을 주문했다. 십여 일 뒤 집에 도착한 책을 펼치면서 구입하길 잘 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책은 203과(科) 1만500여 종인 조류 가운데 사람과 연관해 쓸 말이 별로 없는 59개 과를 뺀 144개 과의 새들을 과별로 소개하고 있다. 바로 필자가 원했던 구성이다. 게다가 책은 A4용지보다도 큰데 글씨가 깨알 같아(폰트크기가 6 내지 7 정도로 보인다) 한 페이지가 다 텍스트로 채워졌을 경우 보통 책 네 쪽 분량은 되는 것 같다. A5용지 정도 되는 크기에 보통 크기 폰트로 하면 책 한 권으로 만들 수 있는 분량을 작은 책에 커다란 글씨로 두 세권으로 나누는(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처럼) 우리 나라 출판 경향에 불만이 많은 필자로서는 감격할 따름이다.
    ㆍ매사냥, 새와 사람의 대등한 협력 관계
    책의 표지 사진은 말에 올라탄 몽골 카자흐 유목민 네 사람이 한 쪽 팔뚝에 검독수리를 앉히고 매사냥을 나가는 장면이다. 겉장을 넘기자 두 쪽에 걸쳐 있는 속표지 사진이 압권이다. 겉표지에 나온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인 달 한 씨가 양 날개를 활짝 편 자신의 파트너 검독수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진이다. 가로구도이기 때문에 이 사진을 표지에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검독수리는 초대형 맹금류로 날개를 활짝 폈을 경우 2미터가 넘는다. 달 한 씨가 입고 있는 털옷은 매사냥으로 검독수리가 잡은 여우 14마리를 갖고 그의 아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이 매사냥을 전면에 내세운 것 사진이 멋있기도 하지만 새와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관계가 바로 매사냥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훑어보니 맹금류(birds of prey) 장이 있다. 콘도르과, 매과 수리과로 이뤄진 맹금류를 19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매사냥(falconry)을 별도의 절로 다루고 있다. 매나 독수리를 길들여 사냥 파트너로 삼는 매사냥은 삼사천 년 전 중동 또는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저자는 둘을 주종관계로 볼 수도 있다고 쓰고 있다. 이 경우 사람이 시종이고 새가 주인이다. 사실 새가 딴 맘을 먹고 날아가 버리면 끝이므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즉 매사냥은 사람인 주인이 사로잡혀 길들여진 매(또는 독수리)를 부리는 과정이 아니라 똑같이 자유로운 사냥꾼 둘 사이의 협력작업이라는 것이다. 책에 인용된, 달 한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어떤 녀석들은 정말 야성이 강해 훈련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풀어줍니다. 어떤 녀석들은 사람처럼 바보 같고 멍청하기 때문에 역시 놓아주죠. 매사냥을 하다 나이든 녀석들도 야생으로 돌려보내줍니다. 정말 좋은 독수리의 경우도 최대 열두 살 아니면 열셋 열넷이면 풀어줍니다. 독수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낼 때는 높은 산꼭대기로 올라가 양을 잡고 곁에 독수리를 두고 내려옵니다. 그러면 다른 독수리들이 와 성찬을 즐기고 여기에 합류하는 것이죠.”
    ㆍ사람 숫자보다도 많은 닭
    책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다루는 조류는 꿩과(Phasianidae)로 39쪽이나 된다. 우리가 너무나 친숙한 닭이 속하는 과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도 있고 해서 한 번 훑어봤는데 적색야계(red jundglefowl)라는 제목의 절에서 11쪽에 걸쳐 닭을 다루고 있다. 동남아 숲에 살고 있는 야생닭을 약 8000년 전 길들여 가금류로 만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새 자체보다는 새와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 절의 내용도 닭을 키우는 환경이나 투계 같은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닭은 북극권의 이누이트족을 제외한(물론 지금은 아니다) 모든 인류 집단이 키웠던 가금류로 제1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즉 닭고기는 인류가 섭취하는 육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70억 사람 숫자보다도 많은 120억 마리가 현재 살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매일 2400만 마리가 도살된다고 한다. 여기에 365를 곱하면 미국에서 매년 약 88억 마리가 소비되고 있다는 말이다. AI가 유행될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책에서도 양계장의 비인도적인 생육조건이 소개돼 있다. 보통 육계의 경우 6주를 키워 몸무게가 2킬로그램 정도 될 때 내보내는데 닭 한 마리가 책의 한 페이지보다도 좁은 면적에서 꼼짝하지도 못한 채 어두컴컴한 환경 (공격성을 줄이기 위해)에서 시간을 보내다 죽으러 간다는 것 알을 낳는 닭도 비슷한 운명으로 다만 명줄만 18개월 정도로 더 길 따름이다. 저자는“알을 낳으려는 암탉을 다른 닭들과 가까이 두는 닭의 기본적인 본능을 무시하는 처사로 사람으로 치면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대변을 보게 하는 것과 같다” 는 독일 생물학자 콘라드 로렌츠의 말을 인용하며 오늘날 닭이 처한 처참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인도적인 시스템 때문에, 우리가 단돈 몇 천원이면 닭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ㆍ닭은 소규모 집단 이룰 때 가장 행복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월호에는 닭이 똑똑한 동물이라는 주장을 담은 글이 실렸다.오른쪽 위 사진은 벨기에 양계장의 모습으로 오늘날 전형적인
    닭 사육 환경이다. - 강석기 제공

    필자는 25년째 미국의 유수한 과학월간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구독하고 있는데, 2월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인지과학자인 캐럴린 스미스와 과학저술가인 사라 질린스키가 함께 쓴 글로 ‘Brainy Bird(똑똑한 새)’라는 제목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똑똑한 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까마귀나 앵무새가 아니라 바로 닭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예전에 새가 멍청한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뒤 까마귀나 앵무새는 똑똑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런 선입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하지만 닭 같은 새는 여전히 멍청한 즉‘새대가리’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지만‘닭대가리’라는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 그런데 실제 닭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닭도 까마귀나 앵무새 못지않게 똑똑한 동물이라는 게 밝혀졌다. 예를 들어 닭의 울음소리는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하늘에 맹금류가 떴을 경우 이를 본 닭은 하이톤의 “에에에에”하는 소리를 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주위 환경에 따라 반응을 달리한다는 것. 즉 맹금류를 발견한 수탉의 주변에 암탉이 있을 경우는 바로 이런 경고음을 내보내지만 다른 수탉만 있을 경우는 모른 체한다는 것. 맹금류가 수탉을 채어 가면 라이벌이 사라지는 셈이므로 암컷을 차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암탉도 기억력이 탁월해 어떤 수탉의 좋지 않은 면을 본 뒤에는 그 수탉이 접근할 때 피한다는 것. 저자들에 따르면 닭의 이런 능력은 야생의 생태를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한다. 즉 적색야계는 우두머리 수탉과 우무머리 암탉이 이끄는 여러 나이대의 4~13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므로 이런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저자들 역시 글 말미에서 이런 똑똑한 동물을 비인도적인 ‘닭장’에서 키우는 현실에 대해서 개탄하고 있다. “사람들 대다수가 자신이 먹는 식품이 어떻게 나오는 건지에 대해 무관심하고 닭이 얼마나 독특한 동물인가에 대해 모르는 한 이런 식의 영농은 계속될 것이다.”
    Dongascience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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